민주당 ‘못살겠다 심판하자’ 슬로건 내걸며 ‘정권 심판론’ 집중 공세
이재명 “패륜정권 심판해야, 경제 폭망 심판해야, 민생 파탄 심판해야”
정권 심판론 가동에 자신감 되찾은 야권, 한병도 “민주당 우세 예상 돼”
‘정부 지원론’ 옹호 나선 한동훈 “긴급 안정자금 투입, 미래 위해 전진”
“정부 여당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 강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전남 순천시 아랫장번영회에서 열린 순천 시민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울산시 남구 수암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우). 사진 /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전남 순천시 아랫장번영회에서 열린 순천 시민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울산시 남구 수암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우).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오는 4·10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26일 앞둔 가운데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각각 ‘정권심판론’과 ‘정부지원론’을 띄우며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한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이다.

◆ ‘못살겠다 심판하자’ 총선 슬로건 내건 민주당, 이재명 “민생 파탄 심판해야”

무엇보다도 지난 공천 과정에서 ‘비명횡사’ 공천 파열음이 들끓었던 민주당은 공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바로 해병대원 사망사건 외압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 문제를 빌미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재점화시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모습을 연일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망사건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백 수수사건 ▲주가조작 사건) 5대 실정을 띄우면서 총선 슬로건으로도 ‘못살겠다 심판하자’ 문구를 내걸었고, 심지어 그간 어렵게 ‘조국의 강’을 건너왔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불똥이 튈 수 있는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조국혁신당’과 서슴치 않고 손을 잡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정권 심판론’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분위기였다.

이재명 대표는 오늘도 지역구 지원 유세에 나서며 윤석열 정부 실정과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등을 비판하며 정권 심판론 부각에 열을 올렸는데, 실제로 15일 이 대표는 울산 남구 수암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무혈 혁명을 이뤄낸 국민이 겨우 한 줌밖에 안 되는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패륜 정권을 심판하지 못할 리 없다”며 “이번 선거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이 아니라 국민과 국민의힘의 대결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전 대표, 이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사진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전 대표, 이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사진 / ⓒ뉴시스

이어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사적 이익을 위해서, 자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권력을 남용하고 있지 않는가. 어려운 환경에 재정이 부족하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초부자들은 세금을 깎아주지 않는가”라며 “이렇게 어려울수록 힘세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좀 더 부담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먹고 살게라도 해줘야 경제가 순환돼서 살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을 ‘머슴’에 비유하면서 “머슴이 잘못하면 심판해야 한다. 일을 안 하고 주인을 깔보고 업신여기면 혼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쓰지 말고 중도해지 해야 한다”며 “경제 폭망을 심판해야 지금의 경제 정책 기조가 바뀌고, 민생 파탄을 심판해야 정부가 정신을 차린다”고 외쳤다.

더욱이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3·15의거와 4·19의 정신은 부마항쟁과 5·18로, 87년의 함성과 촛불 혁명으로 이어졌다. 64년 전, 오만한 독재 권력에 맞서 항거한 마산 시민들과 청년들이 피땀으로 ‘국민이 주권자’임을 일깨웠다”면서 “이번 총선의 역사적 사명을 다시금 되새기며, 반드시 승리해 3.15의거 정신을 부정하고 역사를 끝없이 퇴행시키는 반국민세력을 꼭 심판하겠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전날 세종시 세종전통시장 유세 현장에서는 “지금까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정치 잘했다. 나라 살림 잘했다. 살 만하다. 견딜 만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권한 줘서 나라 살림하게 해야겠다’ 싶으면 가서 열심히 2번(국민의힘)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며 “지금 이 상태를 ‘견딜 수 없다, 못 살겠다, 앞으로 좀 더 다른 길을 가야겠다’라고 생각하면 나가서 행동해야 한다. 투표해야 한다. 1번(민주당)을 찍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 정권 심판론 가동에 기뻐하는 야권, 한병도 “국정견제론 높아 민주당 우세 예상”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징이 과거 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징이 과거 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에 집중하며 총선 표심 공략에 나섰는데, 정치권 일각에 따르면 민주당 측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으로만 밀고 나가도 선거 판세를 주도하며 야권 승리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정치적 유불리 셈법에 따른 확신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가진 ‘판세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총선 국면에서는 어느 쪽도 승리를 예단할 수 없는 백중세(우열을 가리기 힘든 형세)로 분석하고 있다”면서도 “권역별 판세를 종합해보면 지역구에서 130∼140석 정도, 더불어민주연합은 시중 여론조사 평균을 내보면 13개 플러스알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즉, 민주당이 차지할 의석수로 143∼153석 플러스알파를 예상하며 조국혁신당 의석까지 합쳐질 경우라면 거뜬히 야권에서 과반 의석수를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지지율 하락세를 견인했던 ‘비명횡사’ 공천이 마무리됐기에 더 이상의 악재는 없을 것으로 보면서 이와 함께 최근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인해 야권 지지층의 총선에 대한 관심도 증가와 결집까지 이뤄지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고물가·고금리·저성장 기조까지 맞물려 있기에 선거 환경은 야권에 유리한 구도라는 판단을 했단 얘기이다.

더욱이 한병도 위원장은 “공천을 마무리하면서 지지층이 결집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까지 불리했던 여론지형이 이번 주 회복세로 뚜렷하게 전환하는 양상”이라며 “수도권 한강벨트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정당 지지도를 회복하면서 박빙 우세로 전환됐고, 인천·경기는 전반적으로 국정견제론이 높아 다수 지역에서 우세가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더해 그는 “여당은 ‘역대급 공천 참사’와 ‘한동훈 한계론’에 봉착했고, 도태우 후보부터 장예찬 후보까지 용산 공천의 민낯이 드러났는데 김건희 여사 방탄만 쫓다가 공천 참사가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 분석도 유동성은 크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한 것”이라고 상황을 짚으며 본격적인 ‘정권 심판론’ 여론몰이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 여론조사, 정권심판론 ‘야당 지지’ 49% vs 정부지원론 ‘여당 지지’ 40%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국회 본회의장 모습(가운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국회 본회의장 모습(가운데).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군다나 여론조사전문회사인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의 성인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동 기관에서 진행한 지난 3월 1주차 조사와 같은 37%의 지지율로 기록된 반면, 민주당은 지난 조사보다 1%포인트(p) 오른 32%로 집계됐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야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되길 바란다는 응답이 49%로 ‘여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되길 바란다’(40%)는 응답보다 오차범위 밖 우세한 것으로 나와 사실상 ‘정부 지원론’보다 ‘정권 심판론’이 유리한 선거 구도라는 점도 확인시켜 줬다.

이번 조사는 무선 100%의 조사원을 통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전체 응답률은 14.7%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으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이렇게 정권 심판론이 작동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탓에 민주당은 불과 26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자신감을 되찾으며 총선 결과에 대해 승리 가능성을 점치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고, 마찬가지로 이날 한국갤럽에서도 “총선을 한 달 앞둔 지금, 민주당과 연대한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다시금 정부 지원·견제론이 맞붙는 양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정부 지원론’ 호소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긴급 안정자금 투입, 후진 막을 것”

지난 8일 성남 중앙시장 사거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성남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지난 8일 성남 중앙시장 사거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성남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반면 원내 1당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 지원론’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 각종 악재와 현안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한 위원장은 이날 전남 순천 시민 간담회에서 고물가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높은 농축산물 가격에 대비해 긴급 가격 안정 자금 1500억 원을 다음 주부터 바로 추가 투입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며 “정부 여당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당정 협의 내용을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광주 충장로 유세 현장에서는 “저는 오늘 광주에서, 호남에서 홀대받을 것을 각오하고 왔고, 그 정도 감수할 준비도 돼 있다. 왜냐하면 광주시민의 삶을 진짜 개선 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이재명과 조국, 통진당 잔당 같은 후진 세력이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는 것을 반드시 막겠다”고 외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더욱이 그는 “광주시민의 명예를 지키고 더 잘살게 하는 것은 민주당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며 “이번 선거는 이념의 전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려는 세력과 전진시키려는 세력 간의 구도다.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고 미래를 제시하면서 전진시킬 것이다. 우리 국민의힘은 여러분의 사랑을 원한다. 정말 더 잘하고 싶다. 우리가 미래 세력이고 그 미래를 가져다 드리겠다”고 피력했다.

또한 한 위원장은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 목표 의석수에 대해 “숫자를 이야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이는 구체적인 의석 목표치를 입에 올릴 경우 자칫 잘못되면 ‘거만해 보인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날 이재명 대표가 ‘살 만하다 싶으면 2번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라’고 보수 지지자들을 비하하며 국민 갈라치기를 시도한 것에 대한 맞대응도 하고 나섰는데, 한 위원장은 “저는 1번 찍으실 분이든 2번 찍으실 분이든 모두 꼭 투표에 참여해주시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것이 우리 공동체를 전진하게 하는 일이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장은 ‘살 만하면 2번 찍으라’고 발언한 이 대표를 겨냥해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는 대단히 후진 생각”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저희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그런 후진 정책에 맞서 전진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호소했다.

심지어 박정하 선대위 공보단장도 이날 논평을 통해 해당 발언에 대해 “민주당 망언의 끝판왕”이라고 규정하면서 “이 대표는 인천에서 ‘2찍’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공당의 대표이자 대선 후보였던 인물이 국민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선거의 의미 훼손이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데 앞장선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쏘아붙이며 “한 번은 실수, 두 번이면 습관, 세 번이면 인격의 문제다. 더욱이 인품만큼 중요한 게 언품이라는데, 두 가지 모두 갖추지 못한 이 대표는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의 결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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