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을 반대하고 지진 안전을 걱정한다는 것은 이율배반”
이정미 대표는 16일 오후 경북 원성의 한수원 월성본부를 방문해 “원전의 조기폐쇄를 논의하기 위한 ‘지진지역 원전조기폐쇄 특위’를 구성할 것”을 함께 제안했다.
이 대표는 포항 시내를 둘러봤다면서 “전쟁터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다. 졸지에 생업의 터전을 잃거나, 다친 주민들이 많았다. 여진이 계속되지는 않을까 극도로 불안해하고 계셨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월성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하지만 진짜 공포의 근원은 포항이 아니라 이곳 월성에 있다”며 “포항의 시민들이, 그리고 온 나라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포항이 아니라 월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앙지에서 불과 45km 떨어진 곳에서 월성원전 1-4호기가 가동 중이며, 신월성 1-2호기 등 총 6기의 원전이 포항 인근에 있다. 작년 경주 지진 당시 진앙지는 월성원전으로부터 52km 떨어진 곳이었다. 경주와 포항 등 지진이 이어지고 있는 동해안에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50%인 12기가 집중되어 있다”고 위험성을 설명했다.
또 “월성 원전 30Km 내에는 포항을 비롯해 130만 명의 주민들이, 고리 원전 30Km 내에는 부산, 울산시민 총 380만 명이 살고 있다. 세계최고의 원전밀집단지 인근에 인구 510만이 살고 있으며, 원전의 상당수는 활성단층 위에 지어져 있다”며 “만에 하나 진앙지가 원전 바로 밑이라면 그 피해는 지난 세기 인류 최악의 참사였던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을 넘어설 것이다. 경주, 포항, 울산, 부산 등 원전 인근 주민들은 사실상 핵폭탄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오늘 각 정당의 정치인들이 일제히 포항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 진짜로 나라의 운명을 걱정한다면, 정치인들이 찾아야 할 곳은 바로 이곳 월성”이라며 “탈핵을 반대하고 지진 안전을 걱정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꼬집었다.
원전 인근 주민의 안전과 생명권을 위해 “정부는 포항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갑작스러운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들이 빠르게 생업에 복귀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행히도 학교는 빠르게 휴교 조치를 내려졌으나 고용노동부의 지진 안전 매뉴얼에 따라 화학공장과 건설현장 등에 내리도록 하고 있는 작업중지명령은 이번에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전시설 운영에 대해서는 “수명을 다해 연장가동 중인 월성1호기를 즉각 폐쇄하고, 지진 발생지역에 근처의 월성1-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6기를 조기에 폐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 현재 수명연장과 관련해 진행 중인 항소심을 포기해야 한다. 또한 월성 1호기 폐쇄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또한 즉각 입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회 내에 동해상 지진 발생지역 인근에 있는 원전의 조기폐쇄를 논의하기 위한 ‘지진지역 원전조기폐쇄 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 드린다”며 “이 특위에서 구체적 폐쇄 로드맵을 정하는 한편, 조기 폐쇄에 따른 에너지 수급 대책과 관련한 일자리 대책을 함께 마련하고, 국민의 의사 또한 수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미 대표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신화일 뿐이며, 이미 그 신화는 무너졌다”며 “재앙 앞에 확률을 말하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후쿠시마의 경우처럼 재앙은 언제나 확률을 무시하고 찾아온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경주와 포항의 지진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나가라는 마지막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현 세대와 미래세대의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을 멈춰야 한다”며 “정의당은 조기 탈원전을 반드시 실현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정치인에 대해 “월성에 와서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오종호 기자
sisafocus01@sisafoc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