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TV토론서 “이보세요” “정책본부장이랑 얘기 하라”...상대 후보 반발

▲ JTBC와 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가 공동주최로 열린 4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예민하고고 느껴질 만큼 단호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하지만 상대 후보 측으로부터는 “오만과 독선, 그리고 아집을 다시 봤다”(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 “감정조절에 장애가 있는 것 같다”(지상욱 바른정당 대변인) 등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JTBC와 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가 공동주최로 열린 4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예민하다고 느껴질 만큼 단호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하지만 상대 후보 측으로부터는 “오만과 독선, 그리고 아집을 다시 봤다”(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 “감정조절에 장애가 있는 것 같다”(지상욱 바른정당 대변인) 등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상대의 질문에 예기치 않게 즉각 반응한 말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동성애 관련 발언이 대표적인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따지는 듯한 질문에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대답을 한 것이다.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예, 반대하죠”...‘동성혼’ 반대라는 뜻 뒤늦게 밝혀
문재인 후보는 홍준표 후보가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합니다.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악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 거기는?”이라고 질문을 하자 다음과 같이 문답이 이어졌다.
 
문재인 :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준표 :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 예, 반대하죠.
홍준표 :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 그럼요.
홍준표 : 근데 박원순 시장은 동성애 파티도 서울 거기 앞(시청광장)에서 하고 있는데?
문재인 : 서울광장을 사용할 권리에서 차별을 두지 않은 것이죠. 차별을 금지하는 것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습니까?
홍준표 : 아니 차별금지법이라고 국회 제출한 게 이게 동성애 사실상 허용법이거든요. 문 후보진영 민주당 진영에서 제출한 차별금지법인가 그게 하나 있는게...
문재인 “ 차별금지와 합법화 그걸 구분 못합니까?
홍준표 : 아니 합법화가 아니고 분명히 동성애는 반대하는 것이죠?
문재인 :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홍준표 : 좋아하는 게 아니고 반대하냐. 찬성하냐 물은거지...
문재인 : 합법화 찬성하지 않습니다.
홍준표 : 예, 알았습니다.
 
대화가 이렇게 진행되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분 찬스발언까지 신청해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개인의 정체성입니다.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 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던 차별금지법... 계속 공약으로 냈었는데 이제는 후퇴한 문재인 후보에게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문 후보 발언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후 홍 후보가 토론 말미에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 다시 동성애 문제를 꺼내자 문 후보는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라며 “성적인 지향 때문에 차별해서는 안 된다,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동성혼을 구분 못하나”라고 말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동성혼’을 반대한다는 뜻으로 추스렸으나, 이 발언은 파장을 일으켰다.
 
 
▲ 심상정 후보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순간 충격을 받았다”며 다음 토론에서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후보 조차 토론 후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동성애 찬성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충격 받았다. 다음 토론에 학인”, 성소수자 단체 국회에서 항의시위
심상정 후보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순간 충격을 받았다”며 다음 토론에서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후보 조차 토론 후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동성애 반대? 동성애 반대를 해야지. 난 반대”라면서 “문재인 후보가 동성애 찬성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반대한다고 했는데 원래 차별금지법 내면서 민주당에선 동성애를 합법화시킨다고 자기가 반대한다고 하기에 뜻밖이다 싶어서 두 번 더 물어봤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토론중계가 끝나기 전부터 술렁였다. 이에 박광온 민주당선대위 공보단장은 토론 직후 “성적지향 때문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며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변호사 시절부터 이 생각은 분명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가만있지 않았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26일 오전 브리핑에서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자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동성혼 합법화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하지만 차별에 대한 반대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다른 사회의 구성원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문 후보의 말은 형용모순이다.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추 대변인은 “소수자의 인권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유예될 수 있는 것이라면, 국민 중 누군가의 인권은 같은 이유로 뒤로 밀릴 수 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인종과 종교, 성별, 장애, 성적지향 등 그 어떤 이유로도 국민 일부를 이등시민으로 전락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급기야 성소수자들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문 후보가 25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천군만마(天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 선언’ 행사에서 연설을 마칠 무렵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든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회원 3~4명이 연단 쪽으로 뛰어 들며 “성소수자도 사람이다” “문재인은 사과하라” “동성애는 찬반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히 항의했다.
 
문 후보 측이 연단에 난입한 이들을 포함해 현장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던 성소수자 단체 회원 10여명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과 언쟁도 벌어졌다. 결국 이들 회원들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등으로 연행됐는데 문 후보 측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은혜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오늘 국회에서 시위를 벌인 성소수자인권단체관계자분들이 경찰에 연행됐다”며 “선대위는 사법처리를 원하지 않는 입장을 경찰에 전달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발언의 파장은 컸는데 문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홍 후보의 의심대로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도 우습고, ‘동성애’는 찬성하나 ‘동성혼’을 반대한다고 한들 제대로 전달이 될지 성소수자들의 분노가 잦아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문 후보의 이런 대응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4번 째까지 치러진 토론에서 자신에게만 공격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나름의 방어 전략일 수 있다. 문 후보의 지지자들은 TV토론 보고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노무현 뇌물 질문에 “이보세요”, 예산 계획 따지자 “정책본부장이랑 얘기 하라”
25일의 4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 관련발언으로 충격을 줬지만, 좀 채로 볼 수 없었던 흥분하는 모습도 보였다.
 
홍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를 기정사실화해 언급하면서 “중수부장에 의하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요구했다고 돼 있다”고하자 문 후보는 “제가 거기 입회했던 변호인이다. 이보세요. 말을 왜 그렇게 어이없이 해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홍 후보는 “말씀을 버릇없이 한다. 이보세요라니”라고 되받아쳤다.
 
홍 후보가 “문 후보 점잖은줄 알았는데 지난번에 협박하더니만, 지금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도 협박하고.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막 불리하면 협박하고 그러면 되나. 가족이 받았으면 뇌물죄 아니냐”고 몰아붙이자 문 후보는 “당시 변론 입회 후 노 전 대통령이 그 사건에 관련됐다는 아무런 증거 없었다. 중수부장 하는 것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기본적으로 사실관계 흐려놓고 질문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홍 후보는 “그럼 나도 고발하면 되지않느냐”고 하자 문 후보는 “돌아가신 대통령 욕을 그렇게 보입니까”라고 예민한 반응을 계속했다.
 
문 대표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질문에는 “우리 정책본부장이랑 얘기 하라”고 말해 유 후보의 반발을 샀다.
 
유 후보가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 재원에 대해 “계산도 제대로 안 해 보고 재원을 너무 낮춰서 부른 것이 아닌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계속된 일자리 관련 공방 끝에 유 후보는 1분 찬스발언을 신청해 “토론 도중에 본인의 정책본부장이랑 얘기하라고 했는데 취소해라. 대선후보 토론회에 와서 내부하고 얘기하라. 그게 무슨 태도냐. 이런 오만한 태도가 어딨나”라고 따졌고, 문 후보도 찬스발언에서 “일자리정책 처음 발표할 때부터 일자리 소요예산 발표했다. 유 후보는 토론할 때마다 질문하고 제가 답하면 믿어지지 않는다. 똑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제 발언시간 다 뺏어가고 있지 않나”고 날카롭게 대응했다.
 
문 후보의 이런 대응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4번 째까지 치러진 토론에서 자신에게만 공격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나름의 방어 전략일 수 있다. 문 후보의 지지자들은 TV토론 보고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은 놀라고, 기막히고, 약 오르기도 했던 문 후보의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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