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이재명 상승세 속 반기문 중심의 ‘반문 연대’도 촉각

▲ 더불어민주당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결의 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표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공미선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든 조기 대선은 이제 기정사실화된 만큼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은 탄핵 이후의 정국 구도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지금은 최순실게이트의 반사효과 등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정당 지지도나 대권 후보 지지도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같은 구도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 혹은 대통령의 즉각적인 자진 사퇴 등으로 어느 정도 국면이 진정된다면 내년 있을 대선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탄핵 정국 이후 정계개편 가능성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는 이는 현재 대권주자들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문 전 대표는 비록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 1월 1일 귀국하겠다고 천명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지지율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당내에선 이재명 성남시장이 유력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어 대내외에서 적잖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대선 일정이 당초보다 앞당겨지는 만큼 문 전 대표에 대항하기 위한 ‘반문재인 연대’가 유력후보를 중심으로 결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정치권은 이 같은 동향에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선두 굳히려는 文, 박 대통령 ’즉각 퇴진’ 주장
 
유력 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퇴진일정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일단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대표의 ‘탄핵 후 즉각 퇴진론’에 대해 “탄핵 가결을 완전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이후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즉각 퇴진이 어떤 의미인지 간파한 다른 대선주자들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 이유는 박 대통령이 탄핵이란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즉각적인 하야를 선언할 경우 그 즉시 60일 이내에 바로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내년 1월에나 귀국하는 반 총장을 비롯한 다른 경쟁주자들에 가급적 여지를 주지 않으면서 현재 유리한 문 전 대표의 대선 당선 가능성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초 민심에 떠밀려 4월 퇴진이 아닌 탄핵 참여로 입장을 선회하게 된 새누리당 비박계 측에서 유독 이 같은 문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격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김무성 전 대표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을 헌법 위반이란 이유로 탄핵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자신은 헌법을 일탈한 방식으로 조기 대선을 치루겠다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국가적 위기를 개인적인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는 국민들로부터 함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정치권은 헌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국정 안정을 위한 해법과 대안을 찾는데 나서야 옳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촉구한대로 장차 정치권이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 최장 180일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가급적 빨리 대선을 치르길 바라는 문 전 대표는 5일 ‘국민과 함께 하는 촛불행사’ 자리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하던) 그 때 두 달 걸렸는데 이번에는 더 짧은 기간 내 탄핵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또 그렇게 하는 게 헌재가 해야 할 책무”라며 “밤을 새워서라도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헌재까지 압박했다.
 
이런 문 전 대표의 모습에 대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비난했는데, 정진석 원내대표는 6일 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반헌법적 발언을 쏟아내는 문 전 대표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며 “군중의 함성에 올라타서 헌법을 파괴하지 말라”고 몰아붙였다.
 
뒤이어 이정현 대표 역시 문 전 대표를 겨냥 “문 전 대표의 인치가 너무 선동이 심하다. 이런 일에 앞장서는 것이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겠느냐”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선 문 전 대표가 주도하는 인치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법치를 지키는 게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들은 이날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탄핵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탄핵 소추 절차를 밟아서 가결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면서 문 전 대표가 기대하는 ‘탄핵 시 즉각퇴진’ 표명 가능성도 분명하게 일축했다.
 
이 뿐 아니라 문 전 대표를 견제하며 제3지대 구성을 모색 중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도 같은 날 오전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시 조기 대선 시점과 관련 “(내년) 6월말쯤 선거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된다”고 밝혀 문 전 대표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현재 새누리당의 당론인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 방침과 맥을 같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
 
◆ ‘제3지대’·‘이재명 상승세’로 ‘文대세론’ 제동?

 
▲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앞으로도 더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 많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연 문 전 대표가 확실하게 집권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데 대한 회의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극찬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 발 더 나아가 김 전 대표는 제3지대 형성 가능성까지 내비쳤는데, “반기문 총장이 얼마 전까지 갖고 있던 그런 생각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으면 (내년) 1월 나와서 자기 나름대로 세력 규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겠나”라며 “보수진영이란 데서 하나의 세력을 형성해야 할테니까 그런 측면에서 하나의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새 보수세력의 등장을 전망해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렇듯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김 전 대표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선 같은 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더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 많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연 문 전 대표가 확실하게 집권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데 대한 회의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극찬하는 평을 내놔 대조를 이뤘다.
 
김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제3지대론을 부채질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같은 날 제주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듯 “앞으로 정치 빅뱅은 우리편, 다른 편 이런 차원을 넘어서 기존 기득권 세력과 새로운 개혁세력의 대립각이 되지 않겠나”라며 “대권 욕심보다 애국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다만 손 전 지사는 새누리당을 향해선 “해체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게 현명한 일일 것”이라면서도 새누리당 소속의 대선잠룡인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해선 “원 지사는 미래 지도자의 한명이자 체제개편의 중요 동력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으로 언제든지 뜻을 같이 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보였다.
 
반면 문 전 대표와 경쟁해야 할 같은 당 대선주자임에도 도리어 두둔하고 나선 인사도 있었는데,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야권 인사들의 문 전 대표 압박에 대해 “문재인을 고립시켜서 (3당 야합 때) 호남을 고립시키듯이 그렇게 정치가 돌아가 버리면 국가가 결정적으로 분열돼 버리고 그런 정치는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아니다”라며 “1990년 3당 야합과 다를 바 없는 아주 정략적인 나쁜 정치”라고 날을 세웠다.
 
아예 안 지사는 손 전 지사를 지목해 “손학규 선배가 그렇게 제3지대를 일으켜서 판을 흔들려고 하면 안 된다”라며 “우리 당의 대표도 했었고 그런 분이 나가서 당을 이렇게 흔들면 되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국민의당을 향해서도 “박지원 대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이든 민주당이든 사실상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지해왔던 한 야당 지지자들의 당”이라며 “당을 총선 앞두고 분리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정치권에 들어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을 받은 일단 국민의당은 김경록 대변인 논평을 통해 즉각 응수했는데, “국민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는 이 엄중한 시국에 누가 누굴 견제하고 고립시킨다는 건가. 혹 문 전 대표가 고립되고 있다면 자기성찰이 우선이어야지, 책임을 돌리거나 피해 망상적 반응은 민망하기 그지없다”면서 “안 지사는 대한민국 정치가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꿈에서 어서 깨라”고 맞불을 놨다.
 
하지만 정작 자당의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야권 내에서 문 전 대표를 따라잡기는커녕 이재명 시장에게도 대선 지지도에서 밀려 버린 상황이다 보니 실상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 안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예상외의 ‘이재명 상승세’에 놀란 문 전 대표 측도 이 전 시장과 SNS상에서 서로를 고구마와 사이다로 칭하며 상호 견제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을 만큼 이 시장의 행보도 차기 대선 구도를 흔들 또 하나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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