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특검 방식 놓고 충돌 끝에 ‘민주당’ 협상중단 선언

▲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순실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키로 합의했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첫 회동부터 특검 방식을 놓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 끝에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당초 원내교섭단체 3당 중 즉각적인 특검 도입에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던 국민의당은 논외로 하더라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상설특검이냐, 별도특검이냐를 두고 서로 팽팽히 맞서면서 협상이 진척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는데, 여기에 민주당이 28일 전격 협상중단까지 선언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단인 특검 도입을 놓고도 계속 정쟁을 벌이다간 자칫 적절한 수사시기를 놓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특검 도입, 與野 주요쟁점은?
 
여야 간 특검 협상이 시작부터 결렬된 가장 큰 이유로는 무엇보다 ‘특검 방식’에 대한 양측의 이견 차가 우선 꼽히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행 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대로 지난 2014년 제정돼 아직 시행된 전례가 없는 상설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상설특검법’으로 개정되기 이전에 지난 1999년 이래 2012년까지 10번에 걸쳐 시행되어온 별도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주장을 굽히지 않고 팽팽히 맞서는 이유는 ‘특검 추천권’ 때문인데, 현재 상설특검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 추천인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의 특검후보를 대통령에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택해 특별검사로 임명하는 형태로 되어 있어 대통령이 특별검사 선택권으로 수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별도특검은 여야 협의로 별개의 특검법을 제정해 수사하는 방식이어서 1명의 특검후보만 나오다보니 상설특검보다 대통령 영향이 미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 야당도 추천권을 가질 가능성이 생겨 현재의 여소야대 특성상 야당에 더 유리한 점도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이번 특검 대상이 될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인물인 이상 대통령이 특검 추천권을 가질 경우 특검의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데, 지난 27일 특검 논의를 위한 3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직후 박완주 민주당 수석은 “여야가 추천하는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면 국민은 진실규명에 다가가지 못했다는 또 다른 논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여당에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설특검이 뭐가 불공정하냐. 대통령의 지명은 지극히 형식적인 요식행위”라며 “대통령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찍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야당의 상설특검 반대에 대해 “정치공세를 하기 위해 그렇다고 솔직하게 하라”고 일갈하면서 “상설특검을 누가 만들었나, (야권 의원인) 박영선-박지원 박남매들이 만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같은 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전날 3당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추천권을 누가 갖느냐 협상하는데 세월 다 가게 생겼다”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특검 기능인데 제도특검(상설특검)하면 대통령을 보호할 수 있고 별도특검하면 보호할 수 없다는 식의 말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이렇게 여당이 상설특검을 고수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별도특검과 수사기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상설특검은 현행법상 특검수사기간을 한 차례 연장 기간까지 포함해 임명일로부터 최대 110일로 정해놓고 있지만 별도특검은 여야 협상에 따라 수사기간이 달라질 수 있어 정부여당에 악재인 이번 사태를 최대한 장기화하는 게 유리한 야당 입장에선 상설특검보다 별도특검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10차례 있었던 특검 중 200년 대북송금 특검과 2012년 내곡동 특검 외에는 전부 연장된 바 있어 정권교체를 노리는 야권에선 이번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려는 여당과 달리 특검 수사가 이뤄져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한층 느긋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별도특검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될 경우 수사기간은 90일로 하며 기간 연장은 한번 뿐인 상설특검과 달리 두 번이나 할 수 있도록 해 최소 120일부터 최대 150일 간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여당도 어떻게든 주도권을 잡고자 이를 수용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어 대치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 특검 협상 ‘중단’ 불사한 野에 與 ‘당혹’
 
이런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는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민주당은 현재 새누리당과 벌이고 있는 모든 협상을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새누리당의 석고대죄와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 최순실 부역자들의 전원사퇴가 이뤄져야 한다”고 협상 재개에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추 대표는 여당을 겨냥 “새누리당은 한 마디 사과없이 여야 협상장에 나와 조사에 협력해야 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코미디 현상을 보고 국민들이 다시 분노하는 것”이라며 상설특검 입장을 철회토록 재차 압박수위를 높였다.
 
▲ 우상호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분명한 후속조치 없이는 당분간 특검 도입 협상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이날 “(여당이) 상설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우리가 입장을 바꿨거나 특검을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당분간은 협상을 중단하고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태도를 지켜보겠다. 주말이 경과할 때까지 청와대가 개편을 어떻게 할지, 사과 한 마디 없는 이정현 대표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협상이 잠정 중단됐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민주당 협상 중단 소식을 접한 국민의당은 “만시지탄이지만 잘 결정했다”고 공감을 표하면서 “우리가 특검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선 수사, 후 특검 아니겠나”라고 지지를 보냈다.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여당 내에선 야당과 계속 신경전을 지속하지 말고 특검 추천권을 양보하자는 의견이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누리당은 특검방식에 있어 후보 2인 추천권 모두를 야당에게 대승적으로 양보해 현재의 소모적 논란을 즉각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 의원은 새누리당에선 계속 확산되어 가는 이번 파문을 조기 수습하고자 하는 점을 의식해 “야당 입장에서도 별도특검은 법을 새로 제정해야 하기 때문에 (상설특검의 특별검사) 추천 2인 모두를 야당이 한다면 더 신속하게 특검을 임명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같은 비박계인 정병국 의원 역시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실질적으로 (최순실 의혹) 이게 대통령이 중심에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국민이 정상적으로 바라볼까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된다”며 “(별도 특검이란 야당 주장을 수용해) 특별법을 만들어 여야 합의에 의해 검사까지도 국회에서 지정하는 게 맞다”고 야권에 동조하고 나섰다.
 
심지어 당 지도부 내 유일하게 비박계로 분류되는 강석호 최고위원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가 밀고 당기기 할 때가 아니다. 빠른 시간 안에 특검이든 검찰 수사든 빨리 해서 이 사태를 투명하게 밝히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해 사실상 야당 측에 양보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렇듯 당내에서까지 야당 주장에 동조하고 나서자 적잖이 난감해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쇄신을) 대통령이 안 하신다면 (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직접 청와대 압박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정 원내대표는 협상 중단까지 감행하며 압박을 지속하는 야당을 향해서도 “자꾸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국민과 국가를 바라보고 판단해주었으면 좋겠다”면서 “야당도 국정의 한 축으로 책임이 있는 분들이 아니냐”고 에둘러 협상 재개를 종용했다.
 
다만 그는 오는 31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3당 원내대표와 회동에서 특검 등과 관련해 중재하려는 데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 “야당도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지 않나, 행정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긴 상태에서 국회가 위기 국면을 수습하고 주체가 돼야 한다”며 “다음 주 초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이 만나 얘기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따라 일단 공은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주로 모두 넘어간 상황인데, 정 의장과의 회동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그 결과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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