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를 모토로 열린 20대 국회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부터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내용이 논란이 돼 파행을 빚더니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야권의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로 국정감사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원내에서 최루탄을 터뜨리고 멱살잡기가 난무했던 과거 폭력 국회의 모습은 다소간 사라져 그나마 나아졌다고 위안 삼을 수도 있겠으나 날치기 통과, 단식투쟁, 고성 국회의 모습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 정치권이 언제쯤 선진국 의회와 같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참으로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지난 20대 총선 직전까지는 각 당마다 계파를 나누고 파벌싸움이 끊이지 않더니 이제 여야 모두 내부 정리가 어느 정도 들어간 상황이 되자 숨 돌릴 틈 없이 당리당략만 앞세워 사태를 악화시키는 초강수만 두고 있는데, 서로가 배수진을 치고 강 대 강으로 맞부딪힐수록 누가 우위에 서느냐 밀리게 되느냐보다 결국 무의미한 상처뿐인 승리만이 남게 되고 주요 법안 처리도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등 뒤늦게 정국을 수습하기에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여야 의원들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새 국회의원 본연의 책무인 의사일정은 내년 대선을 의식한 여야의 ‘힘겨루기’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나버렸고 여소야대란 성격을 극명히 보여주듯 야권의 단독 강행처리나 여당의 보이콧이라는 일견 양측의 행태가 뒤바뀐 것 같은 웃지못할 촌극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치권이 진정 내년 대권을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눈앞에서 벼랑 끝 대치 상태를 이어갈 게 아니라 이제라도 협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되지 않을까.
 
국회의원들은 부득이 국민 모두가 직접 참여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국민을 대표해 민의를 대변하라고 선출된 인사들이다.
 
그럼에도 선거철마다 외치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초심은 망각하고 당이 우선이며 당의 이익이 곧 국민의 이익이라 오인한 채 국회 파행도 거리낌 없이 여기는 지경인데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 신분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라도 현 상황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은 물론 분명히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협치’를 우선하겠다고 앞다퉈 목소리를 높였던 20대 국회에서조차 우리 정치권이 진정 이 수준 밖에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인지, 이를 바라보면서 피어날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차기 대선을 앞둔 각 당에 도대체 무슨 이득이 될 것인지,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기만 하고 있는 여야는 부디 이성을 되찾고 자신과 그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며 자성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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