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서한으로 보낸 행동...국민정서에 안 맞아

▲ 나경원 의원은 1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및 한반도기 공동입장 등으로 인한 올림픽 헌장 위반 소지와 북한의 체제선전장으로 활용될 우려를 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보낸 이메일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나 의원은 메일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공동입장 등을 우려하며 ‘IOC 헌장과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 IOC의 결정’을 요청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나 의원의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직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23일 오후 20만 명 이상이 동의에 참가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는 등 비난의 전면에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반발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는 나경원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나경원, IOC에 평창올림픽 ‘단일팀 구성·한반도기 입장은 헌장 위반’ 서한 보내
나경원 의원은 1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및 한반도기 공동입장 등으로 인한 올림픽 헌장 위반 소지와 북한의 체제선전장으로 활용될 우려를 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IOC와 남북대표단은 다음날인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북한 선수단 규모와 공동입장 절차, 단일팀 구성 등 현안을 최종 확정하는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나 의원은 이메일에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참가는 환영한다”면서도 “여자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에 있어서 최종엔트리를 확대하는 것은 올림픽 헌장의 취지인 ‘공정한 경쟁’에 배치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 단일팀 구성으로 인해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기회가 사실상 박탈되는 측면도 용납하기 어렵다”며 “북한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연상시킬 만큼 이번 올림픽을 체제 선전장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이는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일”이라며 “당파적 이익을 위해 올림픽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공동입장에 대한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해, IOC 헌장과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 IOC 결정을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 나경원 의원은 이메일에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참가는 환영한다”면서도 “여자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에 있어서 최종엔트리를 확대하는 것은 올림픽 헌장의 취지인 ‘공정한 경쟁’에 배치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 “홍준표와 똑같은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사고”
더불어민주당은 20일 나 의원의 서한에 대해 ‘평화무능력자 자유한국당은 세계인의 축제인 평창올림픽을 국내정치에 이용 말라’는 브리핑을 냈다.
 
김효은 민주당 부대변인은 “시대착오적인 전술핵 배치를 조르며 미국을 가던 홍준표 대표와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가”라고 비꼬면서 “평창올림픽을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한반도 평화 조성의 좋은 기회로 활용할 생각을 하지는 못할망정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사고에 갇혀 있는 게 딱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자유한국당은 우리 국민들을 우습게 아는가? 북한 응원단과 예술단에 혹해서 북한을 찬양이라도 할 국민으로 보이는가?”라며 “평화무능력자들은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에도 브리핑에서 “나경원 의원은 올림픽의 정치 중립성을 운운하며 당파적 이익을 위해 평창올림픽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반박은 크지 않았다. 아무래도 당시 북한의 예술단 사전 점검단의 방남 중단에 이어 다시 방남이 이루어지면서 이목은 온통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단에게 쏠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경원 의원은 22일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시금 자신의 주장을 반목하면서 민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일팀을 만든다든지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 금강산의 전야제 등에 대해 찬성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국제사회 분위기나 현재 남북관계와는 안 맞는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는 “선수들은 2년 이상 땀과 눈물을 흘리면서 노력했는데 그들의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면서 정부의 이벤트를 위해 단일팀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의 공정한 기회를 뺏는 것이며 이는 결국 스킨십이 아니라 이벤트이고 쇼잉(Showing)이 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어 “금강산 전야제는 금강산 관광 재개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마식령스키장을 사용한다는 것이 사실상 대표 선수 훈련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완전히 이벤트고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 인터뷰에서 나 의원은 IOC에 서한을 보내는 것은 국내의 갈등을 알려 국익에 저해되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다양한 의견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 우원식 원내대표는 “특히 불과 5년 전 나경원 의원은 평창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북한의 참가를 위해 북에 서한까지 보낸 장본인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제올림픽 위원회에 남북단일팀 구성을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니 매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우원식, 나경원 비판 “남북단일팀 구성 반대 서한 보냈다니 매우 충격적”
이날 오전 우원식 원내대표는 나 의원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여기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가세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22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순조롭게 달리고 있는 평창행 평화 열차에 어떻게든 제동을 걸려고만 하는 자유한국당에게 참으로 유감을 표한다”면서 “특히 불과 5년 전 나경원 의원은 평창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북한의 참가를 위해 북에 서한까지 보낸 장본인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제올림픽 위원회에 남북단일팀 구성을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니 매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의 막무가내식 평창올림픽 흠집 내기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강원도민과 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 내는 것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의 평화올림픽 성사 노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철없고, 철 지난 정쟁을 중단하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특히 5년 전 북한에 평창올림픽에 참가해달라고 서한까지 보냈던 나경원 의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남북단일팀 구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미 IOC와 세계가 평창의 평화올림픽을 응원하며 북한의 참가와 단일팀 구성을 합의하고 지지했다”며 “모두가 나서서 이번 올림픽에 평화의 가치를 더욱 높이자고 하는데 유독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나라 얼굴에 먹칠을 하고 세계적 망신살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반박 “평화올림픽 위한 문제제기를 극우적 발언이라 폄훼·호도...즉각 사과할 것”
이날 오후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반박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나 의원은 “남북 단일팀 반대를 극우 운운하며 폄훼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북한의 이번 평창올림픽&패럴림픽 참가 역시 환영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올림픽 원칙에 입각해 북한선수단이 더 많은 종목에 참가하고,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것에 적극 찬성하는 바”라고 밝혔다.
 
이어 “우원식 원내대표는 평창특별법에 남북단일팀 구성이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하지만, 단일팀 구성이 해당 감독 및 선수와 전혀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졸속 추진되어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선수들의 인생은 어디에서 보상받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원칙에 맞지 않는 ‘남북단일팀 반대’를 ‘북한 올림픽 참가 반대’와 동일시하여 말 바꾸기나 정권에 따른 입장 변화인 것처럼 호도하고, 진정한 대한민국의 평화올림픽을 위한 문제제기를 극우적 발언이라며 폄훼, 호도한데 대해 즉각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나 의원의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직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23일 오후 20만 명 이상이 동의에 참가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나경원의 평창올림픽 위원 파면요청 청와대 청원 참가자 20만 명 넘어
한편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20일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을 파면시켜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와 23일 오후 20만 명 이상이 동의에 참가했다.
 
청원인은 “평창 올림픽 위원회를 맡고 있는 나경원의원이 평창올림픽이 평양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며 IOC,IPC에 단일팀 반대 서안을 보내고 한반도기 입장을 반대 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라며 “어처구니가 없네요. 나경원의원 위원직을 이렇게 개인적, 독단적으로 사용해도 됩니까? 수많은 외교관례와 그동안의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드는게 아니면 이게 뭔가 싶습니다”라고 어이없어했다.
 
그는 “북한의 공연단, 예술단, 단일팀이 선전체제를 앞세우고 있다는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과연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 선전에 넘어갈거라는 말입니까?”라며 “올림픽에 대한 상징, 국익보다 평창위원회 위원직을 갖고있는 국회의원 한명의 독단적 사고와 본인 위주의 흥행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을 밝혔다.

이 청원인은 “당장 나경원의원은 평창 올림픽 위원회에서 일하면 안됩니다. 파면시켜 주십시오”라고 요구했고, 이 글 외에도 비슷한 내용의 청원이 300여 건이 게시되어 있다.
 
청와대는 청원에 동참자가 20만 명이 넘으면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는 게 이 게시판 운영 원칙인데, 청와대 역시 자유한국당의 평창올림픽 비난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어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 자유한국당은 평창올림픽을 집요하게 비난하고 있는데, 비난의 강도는 더 거세질 것이다. 올림픽의 성공은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로 이어질게 뻔하기 때문인데, 이런 이유로 공격의 첨병으로 활동해오던 나경원 의원의 기세가 한풀 꺾일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한국당과 민주당의 공방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내용의 잘잘못을 떠나 IOC에 평창올림픽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서한으로 보낸 행동은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에는 대단히 부정적으로 비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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