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위 개최 강행에 고성·욕설 난무…전대 일자 결정으로 분당 ‘초읽기’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0차 당무위원회의를 안철수 대표가 주재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놓고 내홍에 휩싸인 국민의당을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당내 중재파의 타협안조차 사실상 외면 받으면서 통합파와 통합 반대파의 ‘갈라서기’는 이제 시간문제가 됐다.
 
무엇보다 대내외의 어떤 압박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를 강행하려는 절차를 속속 밟아가고 있는 상황이고, 바른정당에서도 이 같은 안 대표에 힘을 실어주며 ‘국민의당 분당’으로 인한 의석 수 감소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더는 통합 찬반파 간 봉합 여지조차 없어졌기 때문이다.
 
◆ 통합파, 중재안 거부…‘실기’(失機) 우려 절박감 작용한 듯

 
통합파와 반대파를 설득하기 위해 나선 중립 성향 의원들이 안철수 대표가 먼저 사퇴한 뒤 전당대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선 사퇴, 후 전대’ 중재안을 찬반 양측에 제시했지만 안 대표 측은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당무위 개최를 강행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그간 봉합에 힘을 쏟던 중립파도 이제 목표를 잃은 모양새다.
 
통합파인 김관영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12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 나와 안 대표 측이 사실상 중재안을 거부한 이유와 관련해 “당 대표가 먼저 사퇴하라고 하는 전제조건이 달아져 있기 때문”이라며 “통합이 한창 진행 중인데 사퇴를 하게 되면 통합의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어서 사퇴하기 어렵다”고 분명히 밝혔다.
 
결국 통합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부분을 당 내홍 봉합보다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데, 이렇듯 통합파의 통합 추진 의사가 강력한 데에는 파트너인 바른정당 측 입장을 감안한 점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안 대표 사퇴 내용이 담긴 중재안이 국민의당에서 나오자 지난 10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통합을 추진해온 분인데 갑자기 파트너가 바뀌면 진지한 대화 같은 게 가능하겠나”라며 “이번 중재안이 성공적인 통합을 위한 건지, 통합을 중지시키려 하는 건지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또 앞서 9일 있었던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이은 탈당으로 이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외엔 국면을 전환시켜볼 만한 별 다른 변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유 대표 역시 양당 통합에 진력하고 있는 만큼 안 대표로서도 당내 반대파를 설득한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통합 추진 과정을 지연시킬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당 통합이 국민의당 내홍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추진되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해진 가운데 바른정당 내부까지 흔들린 끝에 3차 탈당 사태도 일어났기에 그간 자유한국당 복당을 저울질해오던 이학재 의원이 11일 바른정당 잔류를 선언하면서 바른정당 내부가 어느 정도 안정 수순에 접어들자마자 국민의당 통합파 측이 거의 일방통행식으로 통합 추진 속도를 높인 데에는 더 이상 타이밍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 중재안 거부당해 난감한 중립파, ‘각자도생’ 나서나?
 
다만 문제는 겨우 내놓은 중재안마저 거부당하면서 입장이 난처해진 국민의당 중재파의 거취인데, 이들 역시 중재안이 거부당한 데 대해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이제는 각자도생에 나서서 찬반 측 중 한 쪽으로 기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61차 원내정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바른정당 의원들의 국민의당 ‘개별입당’ 방안까지 제시하며 여러 방면으로 중재안을 마련하려 했던 김동철 원내대표마저 11일 “통합이 올바른 방향이라 하더라도 통합을 진행하는 절차, 당내 소통과 공감이 없는 상태에서 추진함으로써 당에 분란을 야기한 것은 안 대표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상당수 중재파 의원들은 중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안 대표가 추진하는 전당대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통합파 측에 경고했다.
 
물론 김 원내대표는 “중재파 의원들이 다 같은 생각인 것은 아니다”라며 “통합을 반대한다기 보다는 중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대해 협조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설명해 중재파도 통합 반대파 측에 합류할 수 있다는 식의 확대해석을 줄곧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안 대표에 대한 섭섭함은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중재파 의원들이 다 같은 생각인 게 아니라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처럼 중립 성향 의원들 중에서도 박주선 전 비대위원장은 통합 반대파 측과 가까운 반면 주승용 전 원내대표와 최도자 의원은 통합파 쪽에 더 기울어 있어 중재가 무산된 현 시점에서 이들도 곧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중재파가 처한 난감한 상황에 대해 통합 반대파 측인 박지원 전 대표는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안 대표는) 유 대표가 ‘물러가지 말라’, ‘중재안 거부하라’, ‘빨리 전당대회를 하라’ 이렇게 하니까 ‘물러가지 않겠다’ 이런다”며 “중재파 의원들, 순진한 충정을 가진 사람들이 진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고 있는 것”이라고 한 마디로 촌평하기도 했다.
 
◆ 제동 없는 ‘통합열차’, 당무위 강행에 충돌 격화

이렇게 중재안조차 거부할 정도로 통합파는 거칠 게 없다는 듯 바른정당과의 통합 절차에 속도를 한층 높이기 시작했는데, 전당대회 일정을 결정하고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공식 선임하는 등 세부 절차를 결정하기 위한 당무위원회 개최를 12일 오후 강행하면서 통합 반대파 측을 격앙케 했다.
 
당무위 개최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당초 14일로 있을 의원총회 역시 당무위가 열리기 불과 1시간여 전인 12일 오후 2시에 통합 반대파를 중심으로 예정보다 앞당겨 급히 개최됐으나 안 대표를 비롯한 통합파 의원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20명이 모여야 하는 정족수에는 미달해 결국 의원 간담회에 그쳐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립파에선 김동철·이용호·박주선·이찬열 의원, 반대파에선 장정숙·박지원·조배숙·최경환·유성엽·박주현·김광수·장병완 의원, 통합파인 김관영·송기석·권은희 의원 등 15명이 참석해 신경전은 이어졌는데, 통합 반대파인 박주현 최고위원은 “지난 최고위까지 당무위 관련, 전당준비위원회 관련 어떤 논의도 없었다. 갑자기 오늘 아침 비공개 최고위가 열렸다는데 김 원내대표도 저도 연락을 못 받았다”고 통합파의 일방통행 행보임을 강조했다.
 
뒤이어 통합 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대표인 조배숙 의원 역시 “당무위 소집은 항상 최고위에 안건으로 올라와서 논의됐다”며 “합당에 대해 대부분 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으면 의총도 거치고 (의견) 수렴해 결정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당무위를 소집한 부분은 비민주적”이라고 통합파의 당무위 개최 강행 방침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통합 반대파 측은 안 대표의 대표당원 신규 임명 방침에 대해서도 통합 반대파는 온갖 비난을 쏟아냈는데,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의 말로가 박정희, 전두환, 안철수로 이어진다. 제2의 통일주체 국민회의”라고 꼬집은 데 이어 개헌·정개특위 위원도 친안철수파만 임명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12일 오후 국민의당 당무위원회의가 열린 가운데 회의장 밖에서는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들과 지역위원장들이 안철수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갖은 반발에 아랑곳 않은 채 통합파 측은 끝내 이날 오후 10차 당무위원회 개최를 강행했는데, 그로 인해 모임 장소인 국회 본청 246호는 회의장에 진입하려는 반대파와 이를 막아서는 통합파 사이에 충돌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순식간에 난장판이 돼버렸다.
 
일찌감치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안 대표는 같은 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 직후 당무위 진행을 비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는데, 회의 비공개 전 모두발언을 위해 안 대표가 연단에 오르자마자 통합 반대파인 장정숙 의원이 갑자기 다가와 “당무위원도 못 들어오는데 이런 경우가 어딨느냐”고 격하게 따지는 등 반대파의 항의가 계속돼 한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 뿐 아니라 당무위가 열린 국회 본관 제4회의장 문 바로 너머에선 ‘안철수는 사퇴하라’라는 손팻말을 든 50여명의 당원들이 몰려와 회의 공개를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섰으나 당직자들이 이들을 막아서고 몸싸움을 하면서 장외까지도 혼란은 계속됐지만 통합파 측 김관영 의원은 “당헌을 보면 당원 4분의 1 이상이 소집 요구하면 (되는데 그렇게) 요구돼서 소집한 것이다. 적법 절차에 의한 것”이라며 문제없다고 역설했다.
 
마찬가지로 안 대표도 자신을 향해 항의와 욕설이 쏟아져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의사봉을 두드리며 당무위 개의를 선언하고 비공개로 전환한 뒤 임시 전당대회를 오는 2월 4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전당대회준비위원장에는 친안철수계인 김중로 최고위원을 사실상 내정하는 등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처럼 안 대표가 온갖 반대를 뚫고 통합 추진을 강행함에 따라 이번에도 저지하는데 실패한 통합 반대파 측은 이제 더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열차를 멈출 수 없게 됐는데, 일부 당원이 안 대표가 ‘대표 권한을 남용했다’며 중앙당 당기윤리심판원에 제소하는 등 저항하고는 있지만 두 당의 통합은 시간문제가 된 만큼 통합 반대파도 현실적으로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데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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