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작업 가속화 전망…與엔 투쟁야당 기조, 野엔 ‘보수통합’ 러브콜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 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김성태 의원과 정책위의장에 함진규 의원이 선출됐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비박·친홍준표계의 김성태 의원이 선출되면서 당 내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원외 출신인 홍 대표가 당을 이끌어 오면서 친박계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일부 사안에 있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점이 없지 않았던 만큼 이번 친홍계 원내대표 당선으로 조직혁신 등 당 쇄신작업 역시 한층 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홍준표 체제에 보다 힘이 실리면서 ‘홍준표 사당화’를 우려해온 당내 일각의 반발 또한 이전보다 격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 부분에 있어선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가 어떤 식으로 풀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 대외적으로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홍 대표 못지않게 한국노총 재임 경력도 있을 정도로 ‘투사’적 성격이 강한 김 원내대표가 당선 소감부터 ‘대여투쟁 강화’를 예고하면서 향후 여당과의 대치국면은 보다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반면 바른정당을 향해선 스스로 복당파 출신으로서 벌써부터 ‘보수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어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통합 움직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김성태 당선, ‘친박 다수’->‘친홍’ 구도 변곡점 의미
 
지난 12일 원내대표 경선은 홍준표 체제가 힘을 받을지, 제동이 걸릴지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 즉 당내 권력구도 재편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었는데 후보가 3명이나 출마해 결선으로 갈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가 없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개표해보니 2위 후보와도 20표 차이가 날 만큼 압도적 격차로 김 의원이 당선됐다.
 
비록 55표라는 턱걸이 과반이기는 했으나 지난해 총선 직전 비난여론을 무릅쓰고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 파동’이 무색할 정도로 불과 1년 반 정도 사이에 친박은 사실상 지리멸렬한 상태로 전락했다.
 
당장 이번 경선에서 중립진영 단일후보로 출마한 한선교 의원도 ‘원조 친박’을 자처하던 과거가 언제였냐는 듯 자신은 친박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등 급격히 탈친박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심지어 김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함께 한 함진규 의원도 친박 출신이었을 만큼 당내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그래선지 김 원내대표가 얻은 55표는 단순한 경선 승리라는 의미가 아니라 ‘친박계의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홍준표 체제가 확실하게 당권을 쥐고 있음을 분명히 한 징표라 할 수 있는데, 실제 김 원내대표에 표를 줬을 복당파 22명과 심재철 부의장 등 비박계 및 강효상, 전희경, 윤한홍 등 친홍계 의원들까지 해도 대략 30~40명 선이어서 나머지 표는 결국 친박 혹은 범친박계로부터 나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 당무감사위원회에서 제출한 당무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최고위 논의절차가 남아있어 다음 선거를 생각해야 하는 소속의원들 입장에선 말 그대로 홍 대표 측으로 ‘줄 바꾸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암시하듯 홍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 지도부의 정비를 대표가 된 지 5개월 만에 마쳤다. 이제 나머지 남은 조직과 정책혁신에 주력하겠다”며 “구체제와 단절하고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날 일본 방문을 위해 찾은 인천국제공항에서도 “금요일 오후 일본에서 돌아오는 데 그 시간에 맞춰서 비공개 최고위를 소집해놨다”며 “어느 선에서 커트라인을 정할지는 당무위에서 보고 받고 최고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홍준표·김성태 ‘강성 투톱’, 대여투쟁 본격화될 듯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우원식 원내대표 찾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렇듯 홍준표 체제가 당내를 확실하게 잡은 가운데 그간 당 내홍으로 우왕좌왕하면서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했던 대여투쟁 기조에도 이전보다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당장 홍 대표는 물론 당선 직후 김 원내대표도 ‘대여투쟁’부터 역설해 여야 간 격돌은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홍 대표는 선거직후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들의 요구는 좌파 광풍시대를 멈춰달라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야당이 되기 위해선 힘을 합쳐야 한다. 안 되면 몸으로 막아야 한다는 각오로 대여투쟁하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계기로 이 당이 소멸될 수도 있다”고 김 원내대표에게 주문했다.
 
마찬가지로 김 원내대표도 선거 직전 모두발언에서 “지금 우리 당의 당면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우는 것”이라며 “동지들의 투쟁력을 끌어올리겠다. 대여투쟁 잘하는 의원들의 지역구에는 당 대표와 함께 방문하고 제가 결정적 실기를 했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재신임 평가를 받겠다”고 일찌감치 배수진을 친데다 당선 직후 소감 발표를 통해서도 “대여투쟁력을 강화해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 포퓰리즘을 막아내는 전사로 함께 서겠다”고 거듭 ‘대여투쟁’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듯 13일 김 원내대표가 당선 인사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와 가진 상견례 자리에선 서로 인사를 나눈 초반을 제외하곤 대체로 날선 발언만 주고받아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원내대표는 얼마 전 한국당의 본회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국민의당과 함께 내년 정부 예산안을 처리했던 점을 꼬집어 “쉽게 손잡을 수 있는 국민의당과 거래하면 앞으로 여야 관계는 끝장난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고의로 한국당을 패싱했는데 이제는 밀실거래를 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선거구제 개편은 밀실거래의 장물인데 장물을 정상적인 물건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수용하기 어렵지 않겠나”라며 “힘들고 어려워도 제1야당이 파트너다.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 그리고 포퓰리즘 정책과 정치 보복에 맞서는 강력한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과 도리를 다하겠다”고 덧붙여 사실상 여당에 선전포고를 해버렸다.

그러자 우 원내대표도 “김 원내대표가 ‘투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저도 투사 출신”이라며 “한국당과 이야기를 해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얘기해봐야 안 되니 여당으로서는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즉각 맞불을 놓으면서 향후 정국에 험로를 예고했다.
 
◆ 與엔 각 세운 반면 野에는 러브콜 일색…현실적 한계 인식?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에서 김동철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 원내대표가 여당에게는 이렇게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으면서도 원내 의석이 116석에 머물고 있는 현실적 한계를 의식했는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야당들을 만난 자리에선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40석으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을 찾은 자리에선 김동철 원내대표를 향해 “노동운동 동지”라며 “야3당이 정책 공조를 하고 힘을 결집해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에 맞서야 하지 않겠나”라고 선뜻 손을 내밀었다.
 
이 같은 김 원내대표의 러브콜은 자신이 탈당한 바 있는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이어졌는데, 김세연 원내대표 겸 정책위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동생”이라며 “18대 때부터 저와 ‘민본 21’이란 소장파 개혁모임을 주도해 호흡을 맞춰봤다”고 개인적 친분을 드러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바른정당은 늘 같이 함께할 수 있는 동지이고 또 보수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라며 “앞으로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공조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그 하나를 위한 신뢰와 동질감을 가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보수통합’ 추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미 홍 대표가 지난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지금은 지난번의 이상한 공천으로 갈라져 있지만 곧 합쳐지리라 생각한다”고 ‘보수통합’에 시동을 건 데 이어 13일 일본으로 출국 직전엔 바른정당을 향해서도 “샛문을 열어놨다”고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 김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김세연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정책위의장이 김 원내대표에게 “함께 뜻을 했던 입장에 계신 만큼 한국당이 개혁보수의 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큰 역할 해주시길 기대한다”며 “바른정당에서 현재 중도 플러스 보수대통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화답함에 따라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로 분당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국민의당은 당장 들끓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김성태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이 ‘캐스팅 보트’ 역할로 그간 제1야당을 유명무실화하게 만들어온 국민의당을 와해시키기 위한 전략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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