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요청과 장관 지명 등 청와대가 안아야할 부담 커져

▲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부적격 당론을 정한 뒤 산자위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이에 따라 의결 정족수 과반이 성원되지 않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안건 처리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사진 / 이광철 기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의 인사청문보고서가 무산 되다 다음날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런 공방 속에 14일에도 보고서는 채택될 가능성이 없어 청문보고서 재요청과 장관 지명 등 청와대가 안아야할 부담이 커졌다.
 
 
◆오전 회의 오후로 연기, 오후 내내 기다렸으나 끝내 성원 부족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오후 5시 전체회의를 개회해 청문보고서 채택의건을 상정하고 “위원장으로서 청문회를 실시했으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간사들과 최대한 합의를 도출하려고 노력했지만 교섭단체 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그간 오랫동안 대기해준 의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부적격 당론을 정한 뒤 산자위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이에 따라 의결 정족수 과반이 성원되지 않아 청문보고서 안건 처리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회의가 무산된데 대해 민주당 산자위 간사를 맡고 있는 홍익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결격사유가 많은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했음에도 대부분 예외 없이 보고서 채택을 했다”며 “적격, 부적격은 각 당과 개별 의원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청문회에서 뜻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자료 미제출을 빌미로 끝내 퇴장했다. 게다가 한 야당 의원은 술 한 잔까지 하고 들어와서 청문회장을 어지럽혔다. 반성해야한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끝까지 지연시키고 막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오늘 이 과정의 전적 책임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두 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별의원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처럼 해놓고 사실상 끝까지 두 대표가 자의적 선택을 방해한 것”이라며 “김 원내대표는 호남 민심이 어떤지 돌아봐야한다. 호남 민심은 오늘 끝까지 청문보고서를 거부하도록 지시한 김 원내대표를 기억할 것이다. 제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도 “장장 6시간 넘게, 한국당과 국민의당 의원을 기다리는 것으로 하루 종일 보냈다”며 “생트집을 부리는 악의적인 야당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수 의원도 “야당의 불참으로 유감과 성토의 장이 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유감 표시한다. 이러니 국민이 필요 없다고 무용론을 말하는 것”이라며 “한국당 스스로 적폐임을 선언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국민의당도 적격이든 부적격이든 이야기해야 되는 것인데 책임을 방기한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유감을 표시한다”고 비판했다.
 
산자위는 이날 오전 11시 전체회의를 열어 홍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의건을 상정하려 했으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장병완 산자위원장은 “간사 간 회의를 먼저 하려고 했는데 이를 오후 2시로 늦출 수밖에 없어 3시에 전체회의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끝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불참했다.
 
 
▲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함께 마치고 보고서 채택 일정까지 합의한 국민의당의 불참은 더욱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당 “보고서 채택 자체 거부는 국회 본연의 업무 방기”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자 여야는 다음날 서로를 비판하는 책임공방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당에 대한 섭섭함도 감추지 않았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두 야당의 불참으로 산자위에서 홍종학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며 “두 당의 지도부와 청문 위원들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두 야당은 처음부터 홍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낙인찍고 사퇴를 촉구했다”며 “인사청문회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질시켰고, 청문보고서 채택마저 거부함으로써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정말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홍종학 후보자의 자질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홍종학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5대 인사기준에도 문제가 없는 인사였고, 청문회를 통해 언론과 야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성심성의껏 해명했다”며 “후보자의 해명과 그 근거는 충분히 합리적이었음에도 자유한국당은 자료 미제출을 핑계로 막판에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했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함께 마치고 보고서 채택 일정까지 합의한 국민의당의 불참은 더욱 납득되지 않는다”며 “바른정당의 정운천 의원까지 6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자리를 지키며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자 했는데 국민의당의 빈자리는 그래서 더욱더 큰 유감이다. 무엇보다 두 야당의 채택거부는 하루속히 정부 구성이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민심에 역행한 것이어서 더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제윤경 대변인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바른정당과 민중정당, 그리고 국민의당 소속 위원장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불참으로 불발되었다”면서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충분히 소명되었고, 자질과 전문성은 증명되었다. 이에, 청문경과서를 채택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 대변인은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제출된 자료의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당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불참을 선언했다”며 “국민의당은 의총까지는 상임위 소속 위원들에게 위임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정작 한명의 위원도 상임위 참여를 하지 않았다. 지도부의 내부방침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제 대변인은 “적합하다면 ‘적격’을 부적합 하다면 ‘부적격’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면 된다”며 “이렇게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국회 본연의 업무를 방기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제 대변인은 “중소기업을 총괄할 중기부 장관의 공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민생을 볼모로 삼는 ‘볼모정치’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여당은 의혹이 충분히 소명된 이번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홍 후보자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책임은 근본적으로 언행불일치·표리부동·내로남불의 역대 급 부적격자를 지명한 청와대에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이광철 기자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청와대의 거수기가 아니다”
부적합 의견으로 회의참석을 예고했다가 불참해 비판받던 국민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과 관련해 민주당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은 무산의 책임이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있다며, 호남 민심을 들먹이고 있다. ‘반드시 기억’하고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고 국민의당을 협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홍 후보자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책임은 근본적으로 언행불일치·표리부동·내로남불의 역대 급 부적격자를 지명한 청와대에 있다”며 “국회 청문회는 이런 부적격자를 걸러내라고 하는 것이다. 또 국민의당은 청와대의 거수기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어제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의원이 국민의당의 지도부를 향해서 ‘전적인 책임은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두 분에게 있다’라고 발언을 했다”며 “예산과 정책에 있어서 ‘장기재정추계’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검토 없는 예산과 정책의 남발로 정부여당의 부재를 느꼈었는데 이 발언을 통해서 인사와 관련된 정부여당의 부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여당을 겨냥했다.

이어 “홍종학 후보자는 부의 대물림을 비판하고, 스스로는 부의 대물림을 받았다. 특목고를 비판하고, 자신의 자녀는 특목고를 보냈다. ‘내로남불’이다. ‘내로남불’은 공직자의 기본자세와 태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의미이다”라며 “그런 ‘내로남불’의 인사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증을 하고 판단을 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이런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에 있어서도, 정부여당이 인사에 있어서도 본인들은 정부여당이 아님을 스스로 고백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로 보고 있는 결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 연락처 수집, 국회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 보는 것”
자유한국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계속해서 홍종학 후보자의 자질을 문제 삼으며 인사청문 과정에서 민주당의 행태도 비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종학 후보자에 대해 계속 언급하게 되는데 어제 산업위에서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었다”며 “따라서 오늘 홍 후보자는 스스로 즉각 사퇴하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몰아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의당 의총에서 홍종학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며 “홍종학 후보자는 40여건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고 화려한 부동산 절세기술, 고소득 대물림에 대한 내로남불, 특목고 폐지하 주장하며 자신의 딸은 특목고에 진학했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어제 언론보도 따르면 홍종학 지난 금요일 청문회 당일, 주요 상임위 간사의원실에 인사하고 싶다고 연락처를 수집했다고 한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로 보고 있는 결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내각 마지막 퍼즐을 빨리 끼워맞추겠다고 야당 반대 불구하고 홍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려는 유혹 빨리 떨쳐버려라”며 “국회운영 디딤돌이 되어야지 걸림돌 되어서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결국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청와대는 10일 이내에 보고서채택을 재요청할 수 있고, 이때에도 무산된다면 장관 지명을 강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여야관계에 있어서 엄청난 반발과 부담을 감수해야하는 것이다.
 
이미 국회는 예산안 심사로 접어들었다. 여야의 대치가 더욱 팽팽해질 상황에서 홍 후보자의 인청보고서 무산은 내각구성의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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