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만나 ‘개혁 공감대’ 확인…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여론 극복이 과제

▲ 유승민 바른정당 신임 대표가 14일 당선 인사를 위해 국민의당 당 대표실을 찾아 안철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바른정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13일 바른정당의 새 대표로 유승민 의원이 선출되면서 당선 직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밝혔던 중도보수통합 구상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록 창당한지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2차례에 걸친 탈당으로 소속의원 3분의 2가 빠져나가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까지 잃어버렸지만 이 같은 절박함 속에서도 여전히 재기를 노려볼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는데, 보수적통 경쟁을 벌였던 자유한국당에선 현재의 바른정당을 인정치 않으려는 상황인 만큼 결국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이를 지켜보고 있는 한국당에선 바른정당에서 나와 복당한 의원들에 대한 당내 친박 의원들의 일부 불만에도 불구하고 서로 충돌하기보다 일단 갈등을 봉합하고 보수대통합을 외치며 결속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앞서 바른정당 측과 통합을 논의한 적 있는 국민의당에선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통합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이 과정에서 격한 설전이 SNS를 통해 오가는 등 내홍이 크게 불거져 일부 여론조사에선 당 지지율마저 창당 후 최저치로 추락한 상황이기에 현 시점에서 유승민 대표가 천명한 ‘중도보수통합론’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속 타는 유승민, 국민의당과 통합 박차 가할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섭단체 지위마저 잃어 국고 보조금 삭감으로 당장 재정문제부터 걱정해야 될 바른정당에 신임 대표로 오른 유 대표는 창당 이후 최대 위기 속에 ‘중도보수통합’을 돌파구로 제시했다.
 
유 대표는 13일 당선 직후 가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얼마 전 의원총회에서 바른정당 창당 정신을 지키면서 중도보수 통합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는데 (한국당과 국민의당) 양쪽 다 거부반응이 있는 것 같다”며 “3당이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한국당에 대해 창구를 만들고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교감된 것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평한 반면 국민의당에 대해선 “국민통합포럼을 통해 국민의당 의원 중 우리와 연대, 협력, 통합을 원하는 분들과 상당히 대화를 많이 해왔고 저도 다 듣고 있다. 원칙 있는 통합, 명분 있는 통합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유 대표는 전당대회 이전에 국민의당과의 통합설이 흘러나오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강론 우선 방침을 밝히며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으나 막상 집단탈당이 일어나고 교섭단체 지위까지 상실하자 결국 통합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하는 절박한 현실부터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유 대표는 그간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걸림돌로 여겨졌던 햇볕정책이나 호남지역정당 등 안보노선, 주요 지지기반 차이에 대해서도 “햇볕정책, 지역문제에 대해선 과거를 보고 얘기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얘기한 것”이라며 이전보다 한층 유연한 입장을 취했고, “12월 중순까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자는 합의가 있는 만큼 진지하게 노력해보겠다”고 장차 통합 움직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까지 피력했다.
 
무엇보다 이날 유 대표가 원론적으로는 한국당과도 논의하고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진정한 보수가 자신들이라고 거듭 강조한 이상 향후 각을 세우게 될 것은 불가피한 만큼 사실상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방점을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유 대표는 14일 대표 당선 이후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순국선열에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같은 날 오후 예정된 안철수 대표 예방 일정과 관련 “중도보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원칙적인 얘기는 하지 않겠나”라고 한 데 이어 “제가 대표에 취임하기 전에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에 대해선 원내대표들끼리 약속했다”고도 강조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 한국당, ‘바른정당 무시’ 전략 일관…洪, 유승민 예방 요청 불응
 
다만 한국당과의 중도보수 통합에 대해선 ‘보수통합전당대회’를 제안했던 남경필 경기지사 등을 의식한 듯 “바른정당 안에서 한국당과의 대화, 통합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분이 있다”며 “한국당과의 대화는 그 분들에게 한 번 시도해 보라고 부탁드리려고 한다”는 선에서 말을 아꼈다.
 
무엇보다 유 대표는 대화 가능성을 먼저 열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예방 요청마저 수차례 거부한 데에 불쾌감을 느껴서인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에 러브콜은커녕 도리어 “예방조차 거부하는 졸렬한 작태를 보고 실망했다”면서 직격탄을 날리기에 이르렀다.
 
이에 홍 대표 역시 같은 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상 바른정당을 꼬집어 “잔류 배신자 집단에서 소위 말로만 개혁 소장파니 운운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은 정책으로 개혁을 이루어 낸 것은 하나도 없다”며 “더 이상 그들과 같이 하는 것은 당내 분란만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 문을 닫고 그들의 실체를 국민이 투표로 심판토록 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 같은 한국당의 반응은 이미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어 궁지로 몰린 바른정당을 한층 압박해 유승민 체제를 초반부터 기선 제압하는 것은 물론 추가탈당까지 유도함으로써 바른정당을 소멸시키고 자당이 원내1당 지위를 이루려는 목적인 동시에 보수 유권자들에게 한국당만이 유일한 보수정당임을 분명히 인식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예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대표는 지속적으로 자강론을 주장해오지 않았나. 자강론은 결국 찻잔 속의 미풍으로 끝날 것”이라며 “바른정당의 미래는 소위 유승민 대표의 아집이 계속되는 한, 11명의 의원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혹평을 쏟아냈다.
 
이처럼 추가 탈당까지 종용하는 한국당의 ‘흔들기’를 우려했는지 같은 날 정운천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마찬가지로 YTN라디오에 출연해 “그게 고민이다. 12월까지 한 번 기다려보겠다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이 지방선거가 눈앞에 오니까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여기서 이제 유승민 대표의 지도력이 필요하고 우리 지도부가 똘똘 뭉쳐서 어떻게든 바른정당의 길이 옳다고 우리가 노력을 하면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 안철수, 당내 일부 반발에도 유승민과 ‘화기애애’ 밀착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유승민 대표의 예방을 받고 함께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바른정당

한편 국민의당에선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놓고 안철수계와 비안철수계 사이의 힘겨루기가 계속됐는데, 안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정체회의에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며 외연확장 해야 (선거에서) 승리한다. 외연 확장 안 하는 것도 결국 그대로 실패하는 지름길”이라며 “그 일들을 앞으로 열심히 해나갈 계획”이라며 또 다시 바른정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운을 띄웠다.
 
그러자 이 같은 안 대표의 구상을 줄곧 비판해온 같은 당 유성엽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전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유승민 의원이 거론했던 ‘중도보수통합론’까지 꼬집어 “우리 국민의당을 어떻게 봤으면 그동안 우리 국민의당 측에서 어떤 메시지를 줘왔으면 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3당 중도보수통합이란 말이 나왔을까”라며 “YS의 3당 합당이 떠오른다. 점입가경”이라고 우회적으로 안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호남 중진인 박지원 전 대표 역시 1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바른정당에 잔류한 의원) 상당수가 금년 내로 다시 한국당으로 많이 건너갈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실체가 없는 적은 당과 연대, 통합해 뭐하겠나. 안 대표와 얘기해보면 통합은 없고 연합·연대도 신중히 하겠다고 말씀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오히려 호남 의원들의 이런 발언이 무색하게 14일 오후 국민의당 대표실로 당선 인사차 직접 찾아온 유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라며 “함께 새로운 개혁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일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선뜻 손을 내밀었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유 대표도 기다렸다는 듯 “평소 안 대표와 국민의당 의원들, 당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대로 열기 위한 개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공감을 했다”며 “앞으로 양당 사이의 진지한 협력 가능성을 얘기해보기 위해 방문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대표는 “바른정당과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일치하고 안보·경제·민생·개혁에 대해 생각이 많이 일치해 (국민의당과) 협력할 부분이 굉장히 넓다”며 “우리 둘 다 야당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견제·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을지 대화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두 대표 사이에 공감대를 이룬 것과는 별개로 바른정당과의 당대당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아직 국민의당 내에 작지 않은 만큼 지난 9일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이 밝힌 대로 오는 21일 당 정체성과 통합론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끝장토론이 양당 통합 여부를 가늠할 만한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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