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사‧VAN 대리점, '계약 어겼다'…법적 소송준비
"올해 수수료인하 효과 적을 듯…신한카드, 과도한 우려"

▲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정부 수수료인하 정책에 대응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한카드는 VAN사(카드결제승인대행업체)와의 전표매입 거래를 점차 끊어내고 IT업체와 제휴해 직거래로 전환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VAN 측은 생존이 걸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함께 신한카드가 서민 자영업자인 가맹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에서 비롯된 부담을 중소영세업체인 VAN사 측 바꿔 떠넘기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중앙우체국

[시사포커스 / 강기성]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정부 수수료인하 정책에 대응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한카드는 VAN사(카드결제승인대행업체)와의 전표매입 거래를 점차 줄이고 IT업체와 제휴해 직거래로 전환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VAN업계는 생존이 걸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신한카드가 소상공인인 가맹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에서 비롯된 부담을 영세업체인 VAN사와 대리점에 떠넘기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신한카드의 작년 수수료인하로 인한 실적부담은 거의 없었고, 올해 역시 우려할 만큼은 아니라는 전망이어서 중소업체에 전가하면서까지 수수료인하에 대해 과민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4일 카드업계와 IT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세금납부관리시스템 개발업체인 케이알시스와 카드전표 매입업무(데이터캡쳐) 위탁계약을 지난 1일 체결했다. 케이알시스는 LG CNS 데이터센터에 서버관리를 위탁하는 정보관련 IT업체다. 신한카드는 이번 계약을 통해 VAN가 맡던 해당 업무를 직거래 형태로 전환하면서 케이알시스와 VAN사에 비해 절반이상 낮은 가격으로 위탁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한카드 직거래?…VAN사‧VAN대리점 법적소송 준비

 
▲ 200만 가맹점을 관리하고 전표를 수거하는 3000여개의 영세 VAN대리점들은 VAN사가 수수료를 제공을 끊으면 당장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며, VAN사와 함께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이다. ⓒ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VAN사와 VAN대리점은 신한카드의 직거래에 대해 생존권이 달린 사안이라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맺은 수수료 부담배분 협약을 어긴 것으로, 카드사 전표를 매입하는 13개의 VAN사는 VAN대리점에 수수료 제공을 거부하고 관련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신한카드의 200만 가맹점을 관리하고 전표를 수거하는 3000여개의 영세 VAN대리점들은 VAN사가 수수료를 제공을 끊으면 당장 생존권에 위협을 받게 된다며, VAN사와 함께 신한카드에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이다.

VAN사는 본래 카드사 간 결제 전표매입(데이터캡쳐) 업무의 수익 비중이 크다. VAN사는 카드사에 전표를 매입해주고 수수료를 받으며, 각 가맹점의 전표수거와 관리는 VAN 대리점에 위탁한다. 이 과정에서 VAN 대리점이 가져가는 36원의 수수료는 카드사가 18원, VAN사가 12원 나머지 6원은 VAN대리점 자체 부담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가 시행되면서 카드사와 VAN사의 수수료 분쟁이 생기면서 여신금융협회, VAN협회 , 신용카드조회기 협회(VAN 대리점)가 맺은 업무협약서에 따른 것이다.
 
한국신용카드VAN협회 관계자는 “무서명거래이전에는 카드사가 36원 전액을 VAN사 대리점에 지급하고 VAN는 업무만 보는 구조였지만 무서명거래가 실시되면서 신용카드사의 주장대로 대리점 수수료를 VAN가 12원을 부담했고, 카드사는 36원의 50%인 18원으로 수수료를 절감했다”며 “이것도 모자라 이번에 또 다시 신한카드사가 수수료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VAN사와의 위탁거래를 끊고 직거래를 할 경우, VAN사 역시 부담했던 12원을 대리점에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VAN협회 사무국장은 “신한카드의 직거래를 하게되면 지난해 수수료 협약이 파기되기 때문에 곧 귀책사유가 발생해 가맹점 모집 수수료 비용 등 지난 지급내용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으로 신한카드, 여신금융협회, 금감원 등에 공문을 보냈다”며 “업무협약서 이전으로 소급해 VAN사가 지급했던 비용(건당 12원)에 대해 모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 ⓒ 신한카드
더 큰 문제는 VAN사가 카드사와 전표매입에 반발해 12원 수수료를 거부하게 되면, 13개 카드 VAN사가 관리하는 3000여개의 영세 VAN대리점이 당장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조영석 신용카드조회기협회(VAN 대리점협회) 사무국장은 “신한카드와 케이알시스 매입 대행 계약은 전국 영세 밴 대리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골목상권 파괴 행위”라며 “밴사에 통보한 업무 위탁 중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전표매입은 물론 신한카드 가맹점 관련 모든 업무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VAN사 대리점 협회 한 관계자는 “VAN사가 일제히 카드사를 중단하기는 사실 상 힘들다”며 “이번 신한카드의 ‘액션’은 또 다시 수수료를 줄여보려는 '꼼수'”라고 해석했다.
 
한편, 신한카드는 지난달 6월 22일부터 대형 VAN사인 나이스정보통신과 전표매입 수수료와 관련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VAN사와 VAN대리점에서 신한카드가 전체 VAN사에 직거래를 하려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다만 신한카드는 나이스정보통신과의 협상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카드의 사례로만 판단·접근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업계의 조율 과정을 지켜보고 있고 카드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타업계와 연계 가능) 근본적인 제도을 마련하기 위한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카드사, 수수료인하, ‘과도한 우려’에 중소기업에 부담 전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 10%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카드수수료 역시 문재인 정부의 공약대로 최저임금 인상안에 도달하기까지 유지 혹은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책이 나올 당시 금융업계에서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줄이면 카드관련 혜택을 줄여 소비자 후생과 가맹점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신한카드가 예상을 깨고 직거래라는 초강수를 사용했다. 만약 이대로 200만 가맹점까지 카드사 직거래가 확산된다면 신한카드는 자영업자인 가맹점의 수익을 보장하기위한 정부 정책에 따른 ‘수수료부담’을 VAN사와 VAN 대리점 영세업체에 전가시키는 정책에 보다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를 띄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한카드의 이 같은 행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끊어내고 있는 하청업체 ‘납품단가후려치기’와 ‘골목상권침해’와 성격이 같다”고 비판했다.
 
▲ 실제 2016년 13.3%에 달하는 이용실적 증가에 힘입어 가맹점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3,1% 가맹점수수료 수익 증가를 기록했다. ⓒ SK증권

사실 신한카드의 카드수수료 수익은 늘었다. 신한카드의 1분기 수수료 수익은 5967억원으로 전년 5711억원에 비해 4.5%증가했고, 이에 따라 1분기 신한카드의 영업이익은 5318억원으로 전년대비 180%나 증가했고, 순이익도 4022억원으로 170% 상승했다. 다시 말해 신한카드가 지난해 거둔 실적은 카드수수료와 관련성이 거의 없었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수수료인하를 카드이용 실적이 충분히 받쳐줬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3.3%에 달하는 카드이용실적이 증가했고, 가맹점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3,1% 가맹점수수료 수익 증가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한 금융업계 직원은 "외부환경요인(카드이용자 증가)으로 인한 실적증가에 대한 언급은 없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인한 손실만 막아보려는 카드사의 행태"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선부 SK증권 연구원은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 확대는 신정부 최저임금 인상정책과 발맞춰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 10대 핵심과제로 추진돼 인하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지만 “가맹점수수료 인하는 2015년, 2016년 연이은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추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의지에 따라 높은 수수료 인하로 조달금리 상승이나 대손부담이 증가하는 경우 구조적인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하지만 우수하게 관리되고 있는 자산건전성을 감안하면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