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디지털 소송 결과 변수

▲ 한미일 연합은 일본 정부‧민간 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 일본 정책투자은행과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합세해 특수목적회사(SPC)형태를 구성해 도시바를 인수하는 방향을 최종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과 우선적으로 교섭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고, 오는 28일 주주총회 이전에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협상가는 약 2조 1000억엔(약 21조6000억원)이다.
 
21일 일본 연지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를 인수하는 방향을 최종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연합은 일본 정부‧민간 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 일본 정책투자은행과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합세했고, 특수목적회사(SPC)형태로 도시바 지분 인수에 나서게 된다. SK하이닉스는 SPC에 약 3조원을 대출형태로 출자하게 되며 지분율 15% 수준이다.
 
한미일 연합은 앞서 훙하이그룹이나 브로드컴 컨소시엄보다 낮은 인수가격을 제시했지만, 도시바 에 경영권매수(MBO) 방식을 제안했다는 점이 이번 인수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이로써 도시바는 중국 폭스콘이나 미국, 한국에 기술을 유출하지 않고도 경영권을 쥘 수 있게 된다. 또 고용승계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해도 특정 기업이 독차지하지 못하므로 현재 반도체 지형도는 유지하게 된다.
 
아직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공장을 공동 운용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WD)이란 변수가 남아 있다. WD는 지난 5월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넘길 것이라는 “합작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매각 작업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요구했다.
 
이에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이후 WD가 일반 회사채를 인수, 간접 출자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내놓았다. WD는 이 방안에 동의하면서도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해 직접 출자하는 카드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WD가 도시바메모리의 독점교섭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가장 결정적 변수는 오는 7월 중순 캘리포니아 법원이 WD의 손을 들어줄 경우다. 앞서 일본의 일간공업신문은 “미 법원이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잠정 금지 결정을 내린다면 도시바의 우선협상대상 결정은 WD와의 대립으로 인해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미일 연합에 참여하는 기업 중 일부는 WD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경우 계약을 철회하는 ‘정지 조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의 입장은 확고한 것으로 비춰진다. 지난 5월 31일 도시바는 WD가 제3자 매각에 제동을 걸자, 도시바메모리 생산설비 등 주요 자산을 본사로 재이전시켰다. 이 중 도시바와 WD이 공동운영하는 욧카이치공장 공동출자 회사 주식이 포함됐는데 WD가 도시바 메모리 매각 중지를 신청한 근거인 공동출자 지분권을 본사로 이동하면서 지분권리 주장을 무력화하는 조치였다는 해석이다.
 
한편, 도시바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전 사업에서 실패해 7조원대의 손실을 입고 올 초부터 주력사업인 반도체메모리 매각에 나섰다. 인수전에는 WD, 브로드컴, 대만 훙하이그룹 등 10여개 기업과 투자자들이 경합을 벌여왔다. 대만 훙하이 그룹은 애플, 아마존과 3조엔 가까운 입찰액을 제시했지만, 중국에 기술을 유출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반대로 후보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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