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놓고 신경전 끝에 급기야 첫 탈당 의원까지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이은재 바른정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해 홍준표 대선후보를 돕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후보 단일화 문제로 촉발된 바른정당의 내홍이 점점 격화되면서 설상가상 형국에 처한 모양새다.
 
지지율 난조에도 여전히 대선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역설해온 당내 단일화파 의원들 간의 충돌이 끝내 탈당 사태까지 초래했기 때문인데, 단일화로 비롯된 위기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단일화파, 연판장 압박 이어 집단 성명서 발표까지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 단일화파 사이의 파열음이 잦아들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먼저 유 후보는 당내 압박에도 불구하고 완주 의지를 더 강하게 다지며 오히려 단일화파를 향해 경고까지 보내는 상황이고, 단일화파도 이에 못지않게 유 후보에게 연판장을 돌리기로 한 데 이어 후보 단일화 촉구 성명을 발표하는 등 압박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유 후보는 28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서 당의 일부 의원들이 저를 흔들어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기들 손으로 만든 룰과 규칙으로 뽑힌 자기 당 후보를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단일화파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단일화다, 연대다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상 사퇴 요구까지 하는 일부 의견이 있다. 자기 당 후보를 갖고 어디에 팔아넘기고 이런 것은 옳지 않다”며 “저를 도울 생각이 없다면 최소한 흔들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후보는 김무성, 주호영, 정병국 의원 등 같은 당 중앙선대위원장들도 지원유세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걸 포함해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분명히 말하지만 아무리 저를 흔들어대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대선 완주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정당 단일화파 의원인 홍문표, 박순자, 김재경, 김성태, 김학용, 이종구, 이은재, 장제원 등 8명은 같은 날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유 후보에게 3자 단일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 같은 압박에도 유 후보는 이날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에서 열린 경비원들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그저께 TV토론에서 저를 포함한 세 사람 모두 단일화는 없다고 했는데 그런 모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자유한국당의 패권, 비민주 이런 게 싫어서 나온 바른정당인데 정치적으로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흔들기를 계속하는 것은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바른정치와는 180도 다른 행태”라고 맞대응했다.
 
그러자 바른정당 의원 20명은 이날 공동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이번 대선에서 좌파 집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바로 중도·보수가 함께 하는 3자 후보 단일화”라며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며 좌파 집권의 길을 열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기는 것”이라고 유 후보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들은 완주를 고수하는 유 후보를 겨냥 “이제 선거가 불과 11일 밖에 남지 않았다. 국가적 위기 속에 후보 개인의 입지와 정치 셈법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사실상 사퇴 압박을 가했다.
 
특히 성명서에 ‘개인 입지’나 ‘희생’이란 표현이 들어갔다는 점은 유 후보를 바라보는 당내 과반 의원들의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현재 유 후보의 완주 주장을 낮은 지지율로 현재 궁지에 몰리게 된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고려한 ‘고집’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희생이란 표현은 3자 단일화라지만 사실상 가장 지지율이 낮은 유 후보가 스스로 중도사퇴하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유 후보는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의원은 사퇴 요구까지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결국 자당 대선후보가 아닌 다른 당 대선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이 시점에 당내 갈등이 대외적으로 표출되는 것도 감수한 채 이들 단일화파는 유 후보와 치킨게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 중 김성태, 김학용 등 김무성계 인사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날 서명한 인사들 가운데 지난달 17일 당내 경선에서 남경필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8명은 예외없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부분 역시 눈길을 끌었다.
 
▲ [사진 / 시사포커스DB]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단일화다, 연대다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상 사퇴 요구까지 하는 일부 의견이 있다. 자기 당 후보를 갖고 어디에 팔아넘기고 이런 것은 옳지 않다”며 “저를 도울 생각이 없다면 최소한 흔들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단일화파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지난 18일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유승민 사퇴론을 꺼냈을 때 유 후보 사퇴 논의를 위한 의총 개최 가능성에 대해 기자들에게 “없다”고 김무성 선대위원장이 단언했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24일 의총이 열렸으며 유 후보의 반대를 묵살한 채 끝내 ‘3자 원샷 단일화’가 결정됐다는 점과 중앙선대위원장들의 미온적 지원유세는 물론 김 위원장과 가까운 의원들이 이날 단일화 성명에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을 흔들고 있다는 유 후보의 의심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또 김 위원장이 하루 전인 27일 자신을 둘러싼 탈당설에 대해선 즉각 입장문까지 내고 “가짜뉴스와 흑색선전, 마타도어”라며 직접 해명에 나선 반면 김무성계 의원들까지 나서서 유 후보와 충돌하고 있는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선 당을 뒤흔드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는 부분 역시 창당 전부터 불거져왔던 비박계 내 김무성계와 유승민계 간 신경전이 당 및 후보 지지율 난조를 계기로 다시 표출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게 된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이날 공동성명에 김 위원장과 정병국 위원장은 동참하지 않고 당 지도부급 인사들 중에선 주호영 원내대표만 전면에 나섰으나 앞서 단일화파 조찬회동에 참석한 박순자 의원이 “이번에 단일화를 촉구하고 (변화가 없으면) 모레 쯤 2차적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던 만큼 단일화가 가능한 데드라인이 지금보다 목전으로 다가올 경우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다른 지도부급 인사들까지 동참해 유 후보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이은재 탈당 결행, 연쇄 탈당 파장 불러올까
 
이런 와중에 이날 성명서에 동참했던 이은재 의원이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당 내홍을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간 유 후보를 압박하기 위해 일각에서 탈당 주장까지 나왔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불과 몇 달 전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생긴 신생정당이다 보니 또 다시 탈당한다는 것은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에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보란 듯 깨고 대선 직전에 현직 의원 탈당 사례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바른정당 내에 미칠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종구 정책위의장 등 당내에서 유 후보 사퇴와 단일화 주장을 일찌감치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인사들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견해를 내비쳤을 뿐 보수적통 경쟁을 벌여온 적대관계인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날 이 의원은 탈당했었던 한국당으로 다시 돌아간 데 이어 아예 홍준표 후보 지지까지 선언하면서 바른정당 내 단일화파도 난감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비록 홍 후보가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띠고 있지만 유 후보의 반대를 명분 삼아 여전히 바른정당과의 후보 단일화에는 적극 나서지 않은 채 조원진, 남재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보수단일화라고 외치는 시점에 이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친정이라고 칭하며 홍 후보 지지까지 선언했다는 점에서 한국당에 단일화의 기선까지 빼앗기게 된 바른정당은 한층 뒤숭숭해진 분위기다.
 
당장 한국당에선 이를 보수대결집의 시작이라며 이번 사태를 연쇄탈당의 단초인양 바람을 넣으면서 바른정당 흔들기에 들어갔는데, 이 같은 결과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 내 단일화파 의원들은 저마다 “이 의원의 단독행동”이라고 선을 그으며 사태 확산 차단에 나섰다.
 
한편 이 의원의 갑작스런 탈당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 측에선 전혀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인데, 뜻밖의 역탈당이 또 다른 탈당을 부를 발단이 될 것인지 도리어 당을 하나로 다시 뭉치게 할 계기로 작용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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