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發 단일화 주장, 수면 아래로…각자 완주할 듯

▲ 3자 원샷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됐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대선후보들이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채 각자 완주 쪽으로 굳혀가는 모양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4일 바른정당 심야 의총에서 결정됐던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후보들과의 3자 원샷 단일화가 어느새 3일 천하로 잦아드는 분위기다.
 
당내 일부 의원들이 자당 후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단일화 대상으로 꼽힌 다른 당 후보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사실상 흐지부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단일화에 반대하는 유 후보에 맞서 바른정당의 광역·기초의원 일부는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결단했다며 탈당까지 감행한 뒤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이런 기류 속에 대선 경쟁은 고사하고 당내까지 뒤숭숭해져버렸다.
 
뒤늦게 그간 침묵을 지키던 김무성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까지 전면에 나서 탈당설을 부인하는 등 봉합에 나선 모양새지만 당초 기대했던 마지막 카드인 단일화도 별 반향없이 무산되고 있어 길을 잃어버린 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단일화 논란에도 劉, 완주 고수…내분 양상에 당도 논란 수습
 
바른정당이 의총을 통해 촉발시킨 단일화 논란은 하루 뒤인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문 후보의 질의를 통해 화제로 올랐다.
 
문 후보를 맹추격했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날이 갈수록 점차 하락세를 띠면서 그간 국민의당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보수진영과의 후보 단일화가 마지막 변수로 떠오를 수 있어 그 성사 여부에 문 후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민이 시청하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분명하게 못을 박아두려는 듯 문 후보가 노골적으로 질문했음에도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어온 안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하나같이 단일화하지 않겠다고 분명한 답을 내놨다.
 
당초 집토끼인 호남 표 이탈을 우려해 보수후보들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어온 안 후보는 “선거 전 그런 연대는 (없다고) 거짓말하지 않고 백 번도 넘게 말했다”며 “그럴 일 없다”고 힘주어 말했고, 당 의총에서 결정됐음에도 거부 의사를 표해온 유 후보도 “저는 단일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보수단일화를 내세우며 한때 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뒀던 홍 후보 역시 이 자리에선 “나는 생각도 없다”며 “바른정당 존립이 문제 되니까 한번 살아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바른정당에서 시작된 단일화 논란을 평가절하했다.
 
각 후보들의 답변을 들은 문 후보는 아예 확인사살까지 하려는지 “후보 단일화라는 말이 드디어 공개적으로 말해지기 시작했다”며 “그렇게 될 경우 그야말로 적폐연대”라고 일찌감치 낙인을 찍었다.
 
그렇지만 문 후보의 우려는 기우였는지 각 후보는 26일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저마다 완주 의사를 한층 굳혔는데, 안 후보는 거듭되는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강원 춘천·원주·강릉지역 유세에서 “저 안철수는 후보 단일화 같은 것 하지 않고 국민만 믿고 가겠다고 수없이 이야기했다”고 한 데 이어 문 후보를 겨냥 “후보 단일화할 것이라고 음해하는 후보가 있다. 거짓말”이라고 꼬집어 자신의 단일화 거부 의사를 재천명했다.
 
유 후보 역시 같은 날 “절대 사퇴하지 않는다. 5월 9일 투표소에서 ‘4번 유승민’ 제 이름을 보게 되실 것”이라며 “당의 비민주적 행태에 대해선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단일화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나마 조원진, 남재준 후보 등 보수성향 후보들과 함께 보수단일화를 하겠다고 주장해온 홍준표 후보도 “유승민 후보도 같이 했으면 좋겠지만 유 후보는 차기나 차차기를 보고 완주할 것”이라며 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홍 후보가 추진하는 군소후보들과의 보수단일화마저도 순탄치는 않은 모양새인데, 자유한국당 측에선 조원진, 남재준 후보와의 단일화는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조 후보의 새누리당 측에선 27일 배심원 토론제를 통한 단일화 방안을 제시하며 “합리적으로 보수우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킬 안에 답조차 하지 않고 계속 유승민에 구애만 던진다면 더 이상 단일화 논의는 없다”고 강공으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조 후보는 친박 핵심 인사인 만큼 유 후보에 단일화 여지를 남겨두는 자체부터 홍 후보 측에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홍 후보와 관계된 돼지흥분제 논란과 높은 비호감도 등 대선후보로서의 자질까지 문제 삼으며 거꾸로 함께 할 대상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 단일화 꺼냈던 바른정당, 스스로 접는 수순 들어가나
 
이처럼 서로 평행선을 달리며 각자도생에 나서다 보니 바른정당이 신호탄을 쏘아올렸음에도 별무소득인 채 단일화 논의는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사라지고 있다.
 
특히 후보 단일화 논의 자체가 당 기반까지 뿌리째 흔드는 형태로 비화되자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지도부까지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데, 26일 바른정당 소속 인천시의회 박승희 시의원이 입당 3개월 만에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을 선언한 데 이어 부산의 오보근·이상갑 시의원과 이종구 사상구의원까지 같은 날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하루 뒤인 27일엔 김홍진·박병영·최학범·허좌영 도의원과 류명열·엄정·옥영숙 시의원 등 경남 김해지역 광역·기초의원 7명이 한국당에 입당한 것으로 밝혀져 불안감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이들이 단순히 내년 열릴 지방선거를 의식해 지지율이 보다 높은 정당으로 옮겼다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일부 시의원은 탈당 전 자기 지역 국회의원과도 자신의 거취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의원에게까지 탈당 바람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앞서 지난 2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정당 소속 7~8명의 의원들이 돌아오고 싶어한다”고 발언한 점도 있어 보수결집을 명분으로 한 후보 단일화가 자칫 자유한국당으로의 연쇄이탈을 초래함으로써 바른정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탈당설이 확산되자 침묵을 지켜오던 김무성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까지 27일 입장문을 내고 “저와 관련해 바른정당 탈당설 혹은 중대결심설 등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전혀 근거도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한국당을 겨냥한 듯 “이러한 소문은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일부 세력들이 악의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저는 바른정당의 창당 가치와 철학을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공언해 당 안팎의 혼란을 수습했다.
 
▲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26일 시민사회단체들이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개최한 단일화 원탁토론 회의에 홀로 참석한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단일화 역시 탈당설 논란과 함께 흐지부지되며 수그러드는 모양새인데, 지난 26일 유 후보 유세에 나선 뒤에도 오후엔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3당 중도·보수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끝까지 단일화 추진 의사를 내비쳤던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당초 참석 대상이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불참하면서 결국 헛걸음한 신세가 됐다.
 
비록 원탁회의 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두 당의 불참에도)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으나 일단 유 후보가 27일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도 모르게 자꾸 뭔가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드러낸 데다 다른 당 후보들도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어 대선까지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투표용지 인쇄는 30일에 시작되기에 아직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고, 늦어도 대선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오는 4일 이전까지라도 단일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남아 있지만 그러려면 하루라도 빨리 상호 교섭이 진행되어야 할 상황에 후보자 어느 누구도 그저 미온적 혹은 부정적인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대선판 마지막 변수인 후보 단일화 주장은 점점 힘을 잃은 채 사그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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