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토론 태도’ 지적…최대 수혜자는 심상정

▲ 지난 25일 4차 대선후보 TV토론 이후 후보자들 간 네거티브 공방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5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5명을 대상으로 한 4차 TV토론이 열린 가운데 이전과는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토론 방식이 지난번과 달리 스탠딩이 아닌 원탁형으로 바뀐 점이나 질문이 특정후보에 집중되지 않도록 제한시간동안 각자 3명의 후보에게 질의토록 해놓은 방식 등 외형상의 변화도 눈에 띄었지만 무엇보다 네거티브식 설전이 확연히 줄어들고 후보 간 정책 대결 양상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는 면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토론과정에서 일부 불성실한 태도로 대응하거나 북핵 문제 원인을 놓고 서로 떠넘기식 책임 공방만 되풀이한 부분 등은 일부 문제점으로 지적받기도 해 다음 토론에서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문재인, 불성실·고압적 ‘토론 태도’ 구설수
 
4차 토론의 첫 포문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열었는데, 유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과 관련해 “일자리 대부분은 중소기업, 창업혁신벤처에서 나온다. 세금 거둬서 공무원 만드는 게 무슨 일자리 대책이냐”고 몰아붙인 데 이어 “5년간 (연평균) 4조 2000억원이 드는데, 나눠보면 1년에 500만원, 월 40만원이다. 월 40만원 짜리 일자리를 81만개 만든다는 뜻이냐”며 예산만 놓고 봐도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81만개 가운데 공무원은 17만개고 나머지는 공공부문 일자리”라며 “9급 초봉으로 계산한 게 아니라 7급 7호봉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반박했는데, 그럼에도 유 후보의 공세가 계속되자 오히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자세한 건 우리 정책본부장과 얘기하시라”고 되받아치면서 태도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유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캠프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는 말을 취소해달라. 그런 태도로 대선 토론회 와서 내 부하와 얘기하라? 답 안 하고 이런 토론 태도가 어디있나”라며 매섭게 반격했는데, 유 후보와 마찬가지로 문 후보도 찬스를 쓰며 “제가 일자리 공약 처음 발표할 때부터 저는 일자리에 대한 소요예산, 발표를 했다. 제가 답하면 믿어지지 않는다 하며 되풀이하면서 제 발언시간 다 빼앗지 않나. 이제 그만하자”고 역공에 나섰다.
 
하지만 문 후보가 명확히 재원 마련책에 대한 유 후보의 의문점을 해소했다면 도리어 자신의 정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지난번에 설명했다는 식의 회피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 점은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관측됐다.
 
일단 이렇게 채 매듭짓지 못한 일자리 재원 논란과 관련해 26일 문 후보가 거론했던 윤호중 정책본부장은 “81만 개 중 (정부) 재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부분은 공무원 일자리 부분으로 그 재정을 저희는 17조원 정도로 추계한다”며 “공무원 일자리도 집권 첫해에 일시 고용한다는 게 아니라 첫해에 17만 4천개 중 20%, 두 번째 해에 추가 20% 등 순차적으로 고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추가적인 설명을 내놨다.
 
그렇지만 재원 논란은 비단 일자리 공약에 그친 게 아니었는데, 이번엔 35조 6천억원 규모의 문 후보측 복지 공약을 놓고 심상정 후보가 “부양의무제 폐지하시는데 그것만 해도 10조원이고, 고용보험 확대하고 기간 연장하는 것만 해도 한 8조 6천억원”이라며 “그 다음에 건강보험료 지원 확대하는 것도 한 10조원 되는데 그것만 해도 30조원”이라고 재원 부족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비판에 문 후보는 “저희는 연 7% (재정) 확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추가되는 재원이 합치면 5년간 한 185조원”이라며 “그 재원을 조성할 방안 속에 법인세, 명복 세율 인상까지 들어있다”고 맞섰으나 심 후보는 “저희 공약과 거의 비슷하다. 저희는 정직하게 70조 더 걷어야 한다 이렇게 말씀드렸다”며 “그런데 6조 3천억원 더 걷겠다 그러니까 문 후보님이 낸 복지 공약은 태반이 공수표”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실제 공약 이행을 위해선 사실상 증세가 더 필요한데도 표심을 의식해 증세 규모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고 과소 추계했다고 꼬집은 것인데, 이에 대해 문 캠프 측 윤 본부장은 “현재 건강보험(공단) 누적흑자가 20조원으로 우리가 공약한 비급여화에 소요되는 재원은 충분할 것”이라 밝힌 데 이어 “세입구조개혁과 지출구조개혁 등 재정개혁을 통해 매년 (세입이) 35조 6천억원 순증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렇듯 이번 토론에선 과거와 달리 공약 검증 분위기로 흘러갈 즈음 대선토론 2부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 후보에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여부를 질문하면서 또 다시 기류가 급변했는데, 홍 후보가 “수사기록을 보면 당시 중수부장의 말은 노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돈을 요구했다고 돼 있다”고 말하자 문 후보가 “이보세요, 제가 조사 때 입회한 변호사입니다”라고 응수했다.
 
문 후보의 답변에 홍 후보는 즉각 “‘이보세요’라니. 말을 왜 그렇게 버릇없이 하느냐”고 격한 반응을 보였는데, 사회자의 수습으로 더는 설전이 격화되지는 않았으나 문 후보의 토론 자세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여기에 사드 배치를 주제로 한 토론에선 유승민 후보가 미국이 중국과 일본 정상과는 전화통화하면서도 한국만 배제한 점을 들어 ‘코리아 패싱’을 하느냐고 문 후보에 질문했지만 문 후보가 “무슨 말씀입니까? 모르겠다”고 답변하면서 토론을 지켜보던 주변 패널들까지 술렁이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토론 내내 문 후보가 실수만 연발한 것은 아닌데, 홍 후보가 “기업이 국내 투자를 안 하는 이유는 강성귀족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하자 문 후보는 “우리나라 노조 조직율이 10%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귀족 노조는 몇 퍼센트 안 된다”며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게 1~2%밖에 안 되는 대기업 노조인가 아니면 재벌인가. 재벌개혁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어떻게 줄곧 노조만 탓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 4차토론 최대 수혜자는 심상정?
 
▲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소수정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4차에 걸친 토론을 통해 대체적으로 고르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토론의 최대 수혜자는 지난번 토론에서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로 꼽히고 있는데, 1차 토론 때 보수와 진보 후보를 가리지 않고 상대 후보 공약의 맹점을 정확히 문제제기한 점 외에 다른 후보들 간 설전이 격해질 조짐이 보이면 마치 사회자처럼 적절히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 후보는 이날 일자리 공약 재원을 놓고 유 후보와 대립하던 문 후보가 즉답을 피한 채 홍 후보에게로 질문해 국면돌파하려고 하자 “책임 있게 답할 의무가 있다”며 답변을 촉구해 공방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심 후보가 전날 토론에서 가장 빛을 발한 부분은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했던 동성애 찬반 주제였는데, 동성애에 반대하냐고 물은 홍 후보의 질문에 문 후보가 차별해선 안 되지만 합법화에 반대하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심 후보는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고 본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성 정체성”이라며 “저는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보다 깊이 있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심 후보는 “(성 소수자의 자유도 존중되는) 그것이 민주주의국가”라며 “노무현 정부부터 추진했던 게 차별금지법인데 그것으로부터 문재인 후보께 유감”이라고 역공까지 펼쳤다.
 
이런 모습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정의당 임한솔 부대변인은 전날 토론 시작부터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후원금이 평소의 4~5배인 8천여만원을 기록했고 당원 가입도 하룻밤 사이에 150명을 넘었다고 밝혔는데, 불과 얼마 전 1차토론 당시 문 후보를 압박했다며 탈당 사태까지 벌어졌던 게 무색할 만큼 소수정당임에도 이번 대선 출마를 통해 적잖이 선전하는 모양새다.
 
이와 달리 문 후보는 전날 토론에서의 ‘동성애 반대’ 발언 후폭풍인지 26일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던 도중 성소수자 관련 단체 회원들이 난입해 “성소수자도 사람이다”, “문재인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여 하루 사이에 정의당과는 희비가 엇갈렸다.
 
이처럼 이런 저런 사안을 망라하면서 여러 논란이 벌어졌음에도 4차 토론에 대해선 상대에 대한 비난 일색이던 과거 토론과 한층 달라졌다는 평가는 분명하게 나오고 있는데, 일례로 유승민 후보의 칼퇴근법 공약에 대해 안철수 후보가 “참 마음에 든다. 집권하면 제 공약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좋은 공약들을 실천에 옮길 것”이라며 유 후보의 칼퇴근 공약과 돌발노동금지법에 호평을 보내는 등 상대 공약에 대해 수용하려는 자세가 나온 진일보한 토론이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제 대선일까지 남은 토론은 불과 2회 뿐이지만 진행될수록 이전보다 분명히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 온 만큼 후보들이 다음 토론에선 어느 정도 단점을 보완해 서로 충실한 토론을 이어갈 것인지 벌써부터 유권자들의 이목이 TV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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