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형님’ 문재인과 싸우는 안희정에게 새로운 ‘누님’같은 존재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현장투표 추정 문건 유출’ 파문에 대해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서 선거를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로 의심할 정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문 전 대표에 대해 ‘질린다’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박지원, 안철수, 김종인, 김한길, 손학규, 정동영 등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 단어에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안희정 캠프에 의원멘토단장으로 합류한 뒤 동분서주하는 박영선 의원의 활약이 눈부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현장투표 추정 문건 유출’ 파문에 대해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사전에 예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게 불가피한 걸 알면서 선거를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로 의심할 정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안희정 캠프에서 사안마다 공격과 방어의 일선 누벼
박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이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책임이 당대표에게 있는데, 당대표는 무엇을 했느냐”며 “여러 가지로 참 의심이 든다. 이번 사건은 부재자투표의 결과가 선거 전에 밝혀진 것과 거의 유사한 사례"라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 문재인 전 대표에게 “법을 전공하신 분이, 지금 엄중한 상황에서 법이 어겨진 것 아니냐. 그러니까 불법”이라며 “문 전 대표가 ‘축제’에 비유했다는 것 자체가 사안에 대한 분별력의 문제다. 적절하지 못한 비유"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이어 “‘전두환 장군’이라 이야기한 것도, 그 사진이 문제가 됐을 때 ‘내가 고른 게 아니라 토론 팀에서 고른 것’이라고 말한 것 자체도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분별력의 문제”라며 “실질적으로 그 사진을 골라준 사람은 지금 심정이 어떻겠느냐. 지도자는 거기까지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문 전 대표에 대해 ‘질린다’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문재인 당대표 시절이나, 2012년 대선 때 같이 일했던 사람, 또 박지원, 안철수, 김종인, 김한길, 손학규, 정동영 등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 단어에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2012년 선대본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았던 사람 중 소위 친노 빼고는 모두 떠났다. 이분들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또 ‘문자폭탄’에 대해서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원이 댓글부대를 운영해서 문제가 되지 않았느냐. 당시 그 댓글들의 표현들이 아주 악질적인 표현 아니었느냐”며 “그 표현과 지금 소위 ‘문빠’들이 보낸다는 1,000여개의 문자가 거의 동일선상에 있다. 그러니까 박근혜-문재인 그리고 김종인 전 대표가 표현한 ‘히틀러’ 이게 다 동일선상에 있는 표현들”이라고 작심한 듯 발언을 문 전 대표 측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안희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기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인 부분이 있다. 과거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도 국회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행보때문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도 현재 안희정 지사가 과거 문재인 후보처럼 충남도지사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자신감 결여라는 지적이다. 또한 전직 당대표를 지내면서 당내,외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박영선 멘토단장등의 지지세력으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지지율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형님’ 문재인과 싸우는 안희정에게 ‘누님’같은 존재
박영선 의원은 안 지사 측에 기회나 위기가 있을 때 마다 적극 나서서 안 지사를 대변하고, 반격하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안 지사 캠프에 합류한 이후 의원멘토단과 함께 안 지사의 광주 방문을 수행하면서 개별적으로도 호남과 충남의 지역 곳곳을 다니며 민심을 다지고, 지역 언론과 접촉하고 있다. 안 지사의 ‘통합적 리더십’ ‘본선 경쟁력’ ‘대세론 아닌 대안론’ 등 시기적절하게 논리를 갖추며, 안 지사의 지지세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에 맞서 ‘그대안’(그래도 대통령은 안희정)을 외치고도 있다.
 
그는 지난 8일 안희정 캠프 합류 이유를 밝힌 바 있는데, 안 지사의 ‘선의 발언’에 문 전 대표가 ‘분노가 없다’로 반격하자 자신에게 전화해 섭섭함을 토로했는데, 그때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박 의원은 8일 오전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 인터뷰에서 “자신(안 지사)이 분노를 삭이면서 마음을 다져가고 있는데. 그것을 모를 문재인 선배님이 아닌데. 어떻게 형님으로서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하실 수 있느냐 굉장히 섭섭했다고 가슴 아파 하더라”고 통화 내용을 전했다.

박 의원은 “그래서 제가 그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면서 “이 분은 분노를 분노로써 해결할 분이 아니고, 분노를 삭이면서 포용적 리더십을 갖출 마음의 준비가 돼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면서 안 지사 캠프 참여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안 지사는 당시 “의원님, 저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안 지사의 ‘형님’ 문재인 전 대표와의 첫 논쟁 때문에 안 지사의 ‘누님’이 된 박영선 의원.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간의 논쟁이 감정싸움으로까지 격해지고 있는 지금 그의 곁을 지키며 멘토에서 (킹)메이커의 역할까지 아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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