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소송전에 공개질의서 발송

▲ 손병희 선생의 후손은 설민석씨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또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도 설민석씨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해명과 사죄 등을 촉구했다. ⓒ 사단법인 민족대표33인 기념사업회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무한도전’ ‘어쩌다 어른’ 등 예능에도 출연하며 스타 역사강사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설민석씨, 그는 최근 3.1 운동 민족대표 33인 폄훼 논란에 휩싸여 있다.
 
설 씨는 역사 강연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인 태화관이 있었다. 대낮에 (33인이) 그리로 가서 낮술을 막 먹는다”며 “(태화관) 마담 주옥경하고 손병희하고 사귀었다. 나중에 결혼한다. 그 마담이 DC(할인) 해준다고, 안주 하나 더 준다고 오라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33인의 후손들이 반발하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논란이 일자 설 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 날 그 사건에 대한 견해일 뿐이지, 민족대표 33인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단지 당시에 목숨을 걸고 일본 제국주의와 싸운 수많은 학생들의 노력과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름 모를 대중들의 숭고한 죽음을 널리 알리고 싶었을 뿐이었다”며 “의도와 다르게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족분들께 상처가 될 만한 지나친 표현이 있었다는 꾸지람은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또 설 씨의 역사강연에는 민족대표 33인 중 상당수가 1920년대 대부분 친일로 돌아섰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 왜 ‘태화관’에서 성명을 낭독했나
 
민족대표 33인 중 손병희 선생의 후손은 설씨가 손 선생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22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손병희 선생의 외손자인 정유헌씨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설씨가 ‘태화관’을 룸살롱에 비유한 데 대해 ‘요리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33인이 탑골공원이 아닌 태화관에 모인 이유에 대해선 “원래 3월 1일 2시에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지인들과 같이 만세운동을 하기로 했지만, 탑골공원에서 민족대표가 모이면 학생들이 많이 모이고 시민들도 많이 모인 상태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를 부르면 거기서 보고 있는 일본경찰이나 헌병이 수만 명이 있는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겠나”라며 “무자비한 진압도 있을 것 같고, 더군다나 3.1운동 정신이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운동이 아닌가. 그런 운동이기 때문에 태화관에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종교의 대표적인 인물 수십명이 한 군데 모이게 되면 의심들을 하고, 계속 헌병들이나 밀정들이 뒤따라 다녔다. 그런데 태화관 같은 경우에는 요리집이기 때문에 모여서 식사들 하려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설씨가 ‘태화관 마담 주옥경과 손병희가 사귀는 관계라 할인해줘서 태화관에 간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주옥경 할머니는 1913년도에 이미 세 번째 부인으로 들어오신다”고 반박하며 “할머니는 더군다나 나중에 천도교 여성회 초대 회장을 하신다. 독립운동을 가장 앞장서서 하셨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33인이 자발적으로 일본 경무 총감부에게 연락하여 투옥됐다’고 설씨가 힐난한 데 대해선 “자수가 아니다.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시고 정식으로 대한민국 독립선언을 갖다가 일본 총감부에다가 통보한 것”이라며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하노라. 통보를 하고 와서 너희들 관용차로 우리를 데리고 가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33인 중 대부분이 친일파로 변절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변절한 분은 박희도, 최린, 정춘수 세 분뿐”이라며 “세 분이 변절한 건 분명한 역사적인 사실인데. 이걸 갖다가 민족대표 33인 대부분 변절했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검증하지 못하고 표현이 지나쳤다 이렇게 하는데, 표현이 지나친 거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거하고는 차이가 많다“라면서 ”이런 부분은 출판물에 의한 사자 명예훼손이기 때문에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민형사상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33인과 3.1 민중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한 몸"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상임대표 박남수)도 설민석씨에게 공개질의서를 송부하며, 명백한 해명과 사죄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24일 발표한 공개질의서에서 “설씨의 강의영상(설민석의 십장생 한국사)과 단행본(무도 한국사 특강 초판본)의 내용을 접하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그 속에는 역사 해석의 영역을 넘어서는 오류와, 당사자는 물론 그분의 후손이나 후학에게 모욕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설 씨가 해명문을 통해 “의도와 다르게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족분들께 상처가 될 만한 지나친 표현이 있었다는 꾸지람은 달게 받겠다”고 한 데 대해 “‘지나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허위사실의 적시를 통해 본인의 논지를 정당화하고자 한 서술 방법론에 대한 분명한 ‘정정’과 명확한 사과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라고 질타했다.
 
추진위는 우선, 설 씨가 태화관을 ‘룸살롱’으로 표현한 데 대해 “명백하게 민족대표들의 회합장소에 대한 ‘폄하’를 바탕으로 민족대표의 역할을 축소하고, 그분들을 비난하기 위한 왜곡”이라고 지적하며 “시대적 맥락 속에서 태화관의 용도를 정확하게 소개하고, ‘요릿집’이었다고 해서 민족대표들의 거사(독립선언서 발표)의 의의가 축소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손병희 선생의 셋째 부인인 주옥경을 ‘태화관 마담’으로 표현한 데 대해선 “주옥경은 기미년 당시 민족대표들 간의 연락과 안내를 맡아 진행하는, 독립선언의 숨은 주역 중 한 분이며 또한 여성운동의 선구자로서도 큰 공헌을 한 분”이라며 “솔직한 인정과 명백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추진위는 ‘민족대표 33인 대부분이 변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본인이 펼치는 논지(민족대표의 역할 축소)를 뒷받침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표한 것”이라며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기준으로 할 때 33인중 최종적으로 친일인사로 판명된 인물은 3명(최린, 박희도, 정춘수)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라는 표현이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절한 3명을 제외하곤 출감 후엔 일제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하거나 만주로 진출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족대표 33인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33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이미 당대에도 있었다. 학생들이 모여있는 현장에 나와 지휘하지 않은 것과 스스로 잡혀간 것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면서도 “민족대표의 역할이 3월 1일의 ‘현장지휘’보다 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표들이 현장의 학생들과 교감하며 연락을 주고받았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전국 곳곳에서 동시 만세운동이 일어난 데 대해서도 “33인을 주축으로 3개 교단(천도교, 기독교, 불교)에서 체계적으로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조직적 동원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33인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설씨가 시위의 주역이었던 ‘학생’과 ‘시민’들을 재조명하려는 데 대해서도 “다수는 바로 천도교, 기독교, 불교 신도들이거나 민족대표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대중이었다”라며 “그분들은 한편으론 ‘민족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섰지만, 대부분 33인과 그들에 의해 미리 조직된 지방지도자의 지도에 따라 운동에 참여한 것”이라며 “민족대표 33인과 3.1 민중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추진위는 이처럼 지적하며, 설씨에 구체적인 답변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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