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품격 경선 만들자”고한 12시간 뒤 “문재인, 이명박·박근혜 닮아”

▲ 안희정 충남지사가 작심하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측근들을 비판했다. 22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안 지사의 글은 평소 그의 언행과 달라 본인이 슨 글이 맞냐고 의심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였다. 사진은 22일 오후 전북대학교 진수당(법학전문대학원) 내 구내식당에서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안희정 지사. ⓒ안희정 캠프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작심하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측근들을 비판했다. 22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안 지사의 글은 평소 그의 언행과 달라 본인이 쓴 글이 맞냐고 의심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였다. 더구나 그 글을 쓰기 12시 간 전쯤에 올린 글에서는 “품위-품격 경선을 만들자”라는 글을 올린 터여서 의구심은 더 컸다.
 
안 지사는 21일 오전 11시 54분에 올린 글에서는 “나 스스로도 되돌아 보겠다”면서 “아름답고 품격 있는 경선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문 후보의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 건은 군 복무를 성실히 했다는 애국심 강조 끝에 나온 발언이었다”며 “5.18 광주 정신을 훼손코자 한 발언이 아니었다”고 문 전 대표를 두둔했다.
 
안 지사는 “나는 그가 하고자 했던 발언 취지를 의심치 않는다”면서 “경선 캠페인이 네거티브로 흐르지 않도록 품격과 절제 있게 말하고 상대를 존중하자”고 마무리를 했다. 소위 ‘전두환 표창’발언에 대한 안 지사측의 공격이 역풍을 맞던 상황에서 자신은 발언의도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이다.
 
 
◆안희정 “문재인,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그런데 22일 오전 00시 49분에 올린 글은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재인 후보는 끊임없이 나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왜곡된 비난에 편승해서 결국 교묘히 공격했다. 심지어 나의 침묵까지 공격했다.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들이 비난당하는 것은 모두가 다 마타도어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고 상대를 역공한다.
이번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도 문재인 후보가 실수한 것임에도 문제제기 한 사람들을 네거티브하는 나쁜 사람들로 몰아붙이고, 심지어 아무 말도 안한 내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며 비난한다. 분명 그 전두환 표창 발언 장면에 불쾌감, 황당함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캠프의 이런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왔다.그러나 그런 태도로는 집권세력이 될 수 없고 정권교체도, 성공적인 국정운영도 불가능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결국 그 미움 속에서 자신들도 닮아버린 것 아닐까? 시대를 교체하자 정권교체 그 이상의 가치”
 
문 전 대표를 향해 “이런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결국 그 미움 속에서 자신들도 닮아버린 것 아닐까?”라고 노골적인 비판을 가했다. 안 지사는 그러면서 대연정 발언, 선의 발언,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 등을 예로 들면서 문 전 대표와 측근들의 대응을 문제시했다.
 
 
◆안희정 거드는 이재명, 문재인에게 “권위적인 가부장의 모습”
안 지사는 22일 전북 전주 중앙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제가 했던 발언 취지와 상관없이 너무 오랫동안 시달렸던 서운함을 밝혔던 것”이라면서 “싸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도 이렇게 서운하니, 정책 대결을 위해 힘을 모으고 같은 당 동지로서 동지애를 높이자는 취지였다”고 글을 쓴 의도를 설명했다.
 
안 지사는 대연정에 대해 “저는 제 고의와 상관없이 너무 오랫동안 두드려 맞았다. 제 인생을 부정 당했다”며 “앞뒤 문맥을 보면 제가 그리 혼날 일이 아니다”라고 억울해했다.
 
안 지사는 “그런데도 소신없고 무원칙한 사람으로 공격당했다”며 “대연정이나 좋은 대화를 위해 선의로 받아들이자는 이야기가 그리 혼날 일이 아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강변했다.
 
▲ 이재명 시장은 22일 입장문에서 “어떠한 지적도 용납하지 않는 권위적인 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며 “참 답답하신 후보”라고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정당한 검증을 네거티브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네거티브”라며 “그것이 바로 불통”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캠프
여기에 이재명 성남시장도 가세했다. 이 시장은 22일 입장문에서 “어떠한 지적도 용납하지 않는 권위적인 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며 “참 답답하신 후보”라고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정당한 검증을 네거티브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네거티브”라며 “그것이 바로 불통”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 측 정성호 의원도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들에게 “나한테 불리하면 네거티브고, 유리하면 아니고 하는 사고는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후보 간 공방이 전혀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 아니다. 기본적 팩트에 기초해 후보의 생각을 묻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검증절차다. 이것에 발끈해서 네거티브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문 전 대표 측을 비판했다.
 
안희정 캠프의 박영선 의원은 나름대로 안 지사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저도 그 글을 보고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 오죽했으면 저런 글을 썼을까”라면서 “그동안 오랫동안 켜켜이 쌓였던 낡은 틀에, 낡은 정치에 대한 폐단을 지적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후보가 전두환 장군이라는, 장군이라는 경어 호칭까지 써가면서. 저 같으면 만약에 제가 공수부대에서 표창을 받았으면 저는 단순하게 제가 공수부대에서 표창을 받았고 이렇게 군 복무를 충실히 했다. 이렇게 얘기할 것 같다”면서 “사진을 골라준 TV토론팀이 잘못됐다고 그 책임을 전가하는 그러한 리더십 그것은 저는 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경계를 넘는 상호비방은 국민의 기대 훼손...말 조심하자”
양측과 지지자들 간의 공방이 계속되자 민주당 지도부도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섯 번째 후보들 간의 토론회를 마쳤다. 갈수록 열기도 뜨거워지고, 후보들의 높은 식견과 역량을 보여주고 계신다”며 “그러나 또 한편 우려되는 바도 있다. 서로 간에 추구하는 정책이나 정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말처럼 서로 간에 정책수단이나 정치철학에 있어서 다름은 있을지언정 적폐청산이나 정권교체에 대한 동일한 목표를 가진 동지”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처럼 누가 흔들어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서로 화합하는 격조 있고, 아름다운 토론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며 “우리 지도부도 그 어느 때보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오로지 정권교체라는 동지적 목표를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앞으로는 서로 말조심을 하겠다. 또 그렇게 하도록 당부도 드린다”고 요청했다.
 
추 대표는 “서로 경계를 넘는 상호비방은 국민의 기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로 경계를 넘는 상호비방은 국민의 기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자유한국당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으로 국민 눈살 찌푸리게 해”
이를 지켜보는 다른 당으로서야 고소함을 즐기고 있을 텐데,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참으로 무책임하고 안하무인 자세”라며 “후보자 간 손가락질만 난무하는 민주당 경선판이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정권 담당 능력에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민주당 대선 경선이 파행으로 가고 있는데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과 수준 낮은 말싸움으로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며 “민주당 후보들의 수준 낮은 네거티브 공방은 정치 신뢰도 전체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죽하면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 전 대표에 대해 ‘질리고 정 떨어지게 한다. 그렇게 해서는 집권세력, 정권교체, 성공적 국정운영도 불가능하다’고 말했겠냐”라며 “문 전 대표는 자기에 대해 제기되는 논란을 묵살하고 그런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네거티브를 일삼는다고 비난해왔다”고 계속 문 전 대표를 문제 삼았다.
 
정 원내대표는 “자기당 경선 후보조차 제기하는 아들의 공기업 반칙 특혜 채용 의혹, 노무현 정권 당시 대통령 가족의 650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 바다이야기 수사 은폐 등 수많은 의혹에 해명 안 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측만 공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문재인 “경쟁이 끝나면 힘을 모아야 할 역대 최강의 팀”
문재인 전 대표는 논란의 확산을 원치 않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22일 “우리가 상대해야 할 세력은 적폐세력, 부패특권구조이고 그 세력과 구조를 우리가 이겨내고 깨기 위해선 우리끼리 한 팀이 돼야한다”며 “우리 내부적으로 균열이 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고 일축했다.
 
문 전 대표는 23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지금은 우리 당 후보들이 서로 경쟁하는 과정”이라며 “그러니 또 비판도 하고 또 내가 더 나은 후보다. 그런 말씀도 드리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한팀”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우리 경쟁이 끝나고 나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팀이고, 우리끼리 힘을 모으기만 하면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역대 최강의 팀”이라며 “경쟁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끝까지 함께 정권교체를 하고 국정도 성공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안희정 지사의 페이스북 글에서 시작된 ‘네거티브’ 파문은 하루가 지나면서, 경선 현장투표 추정문건 유출 사건으로 덮이는 듯하지만, 안 지사의 억울함과 섭섭함이 해소됐을지는 의문이다. 경선이 본격화 되고, 토론회가 거듭되면서 후보 간의 경쟁은 과열은 될 수밖에 없지만 한 팀으로 돌아올 여지는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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