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우세 결과 돌자 安·李 측 격앙…한국당·국민의당은 공세 강화

▲ 지난 22일 처음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현장투표 결과가 유출됐다는 파문이 일면서 일부 대선주자들의 반발 속에 민주당 내부가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일부에선 사실상의 대선 본선이라 칭할 정도로 그동안 많은 관심을 모아 왔던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그 시작부터 때 아닌 유출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당장 일부 후보들이 문제 삼으며 수사 의뢰까지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정당들까지 한 목소리로 이번 사안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좀처럼 사태가 수습되지 못하고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 현장투표 결과 유출 사태에 일부 후보들 격한 반발

 
상위권 후보들이 모여 있어 일찌감치 이목을 끌어온 민주당 경선이 전국 현장투표소 투표 진행 첫 날인 22일 개표 결과로 추정될 수 있는 미확인 자료가 SNS를 통해 널리 유포되면서 파문이 일어나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당 지도부는 즉각 “확인되지 않은 자료이며 사실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지만 해당 유출 의혹 문건엔 지역별 후보자들의 득표수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격하게 반발하는 이들은 민주당의 일부 대선후보들인데, 유포된 자료 상당수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광주 동, 서, 남, 북구와 광산구 등 5개 투표소의 수치를 기록한 자료에선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에 비해 크게 뒤진 채 2위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남 8개 지역을 투표결과를 표시한 자료에서도 문 전 대표가 과반을 크게 넘게 득표한 것으로 나왔는데, 심지어 경기·부산 지역 44곳 득표 결과로 보이는 자료에서도 문 전 대표가 상당 부분 득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안 지사와 이 시장 캠프 쪽에선 당장 격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당사자인 안 지사는 23일 오후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이 진상조사위를 구성키로 한 데 대해 “선관위가 공정하게 이끌어주기를 바란다”며 대선후보란 특성상 가급적 말을 아낀 반면 정작 안 지사 측 정재호 의원은 “경선의 공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안 지사 캠프의 전략기획실장인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당 선관위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그것 자체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계속 불신의 시선을 보냈고, 안 지사 측 강훈식 대변인은 아예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추미애 대표의 사과는 물론 당 지역위원회 단톡방에 유포 자료를 올린 자들에 대한 수사 의뢰 방침까지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시장의 경우 안 시장과 달리 이번 사태를 맞아 본인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이번 투표결과 유출 사건에 대해 “당이 신중하지 못했고 (특정 후보에) 편향적이지 않느냐 의심케 하는 사건”이라며 “엄중한 진상조사와 관련자에 대한 상당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시장 측의 정성호 총괄선대본부장 역시 “이런 식이라면 어느 후보가 선거 결과에 제대로 승복할 수 있고 믿을 수 있겠느냐”라며 “이번 유출 건은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를 강화하는 것으로 공정성 훼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 본부장은 “당 선관위에선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어제 현장투표 종료 직후부터 민주당 지역위원장 단체카톡방에 선거결과들이 여러개 올라왔는데 그 결과가 외부에 유포된 것과 일치하고 있다”며 “누가 어떤 목적으로 유출했는지 유출 과정과 결과를 엄중히 조사해 책임져야 한다”고 잔뜩 날을 세웠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앞서 이날 오전 CBS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당 선관위는 이재명 후보나 안희정 후보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유출됐다고 보기는 불가능하고 이건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세론’을 굳히기 위한 조직적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연장선상에서 풀이될 수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정 본부장은 “누가 이 선거의 공정성을 믿겠느냐. 흔쾌히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지 상당히 의심스럽다”며 경선 불복 의사까지 내비친 바 있다.
 
다만 이 시장이 이날 광주시의회 기자회견에서 “27일 광주경선은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며 “경선을 보이콧하거나 그럴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일단 선을 그어 일부에서 우려한 경선 파행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 측 캠프의 김병욱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공당으로서 공정선거가 훼손된 데 분명한 책임과 조치가 없는 점을 납득할 수 없다”며 안 지사 측에서 촉구한 추 대표의 사과 뿐 아니라 당 선과위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해 여전히 당내에서 파문이 쉽게 잦아들지는 않고 있다.
 
◆ 자유한국당·국민의당, 민주당 성토 속 국민의당은 고민
 
당 선관위는 당내 대선후보들의 이 같은 반발 속에서도 해당 유포 파일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근거 없는 자료라며 적극 진화에 들어갔는데, 23일 양승조 민주당 선관위원회 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표결과는 밀봉된 상태로 중앙당 선과위로 이전됐는데 (유포된 게시물은) 전혀 근거가 있을 수 없다”며 “진상조사 결과 선거방행 등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가차 없이 형사고발할 수 있다”고 강경 대응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그간 입맛만 다시고 있던 다른 정당들에선 모처럼의 호재를 만난 듯 민주당이 숨돌릴 틈 없을 정도로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민주당 현장투표 결과 유출 파문을 기회로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당장 자유한국당에선 이번 민주당 현장투표 결과 유출 사태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는데, 정우택 원내대표는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민주당 경선이 줄세우기 경선, 눈가리고 아웅 경선인지 익히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한심한 수준”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대학생 조직 동원에 이어 현장투표 결과 유출 등 경선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문과 파행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뿐 아니라 정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도 민주당을 꼬집어 “주먹구구식 경선관리로 이미 문제가 터지고 있다. 문 전 대표를 위한 줄세우기 경선, 조직 동원 경선이 이뤄져 틀림없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들어맞고 있다”며 “오늘도 문 전 대표가 전북도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개표하게 되면 참관인이 있기에 조금 유출될 수도 있다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당 경선 파탄이 나고 있는데 남 얘기하듯 한다”고 문 전 대표를 거듭 압박했다.
 
이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문 전 대표 측이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민주당 내 대선후보 간 불신의 골을 깊게 하는 한편 친문패권주의 프레임을 다시금 강조해 민주당으로 쏠린 표심을 되돌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위기엔 한국당 뿐 아니라 국민의당에서도 기회로 보고 이날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 부었는데, 주승용 원내대표 역시 이날 의총에서 이번 유출 파문과 관련해 “유력 후보의 대세론을 유도하기 위한 계획된 유출이란 다른 후보들의 항의가 거센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문 전 대표를 몰아세웠고, 조배숙 정책위의장도 이 자리에서 “민주당 경선투표 첫날부터 난투극이 벌어져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세론의 진상이 이런 것인가”라고 문 전 대표를 표적으로 삼았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이번 파문을 최대한 확산시키기 위해 민주당 경선에 대한 의혹을 줄이어 제기했는데, 이날 이용호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민주당 경선 참여 인원이 214만명을 넘었다고 하지만 현장투표 참여 대상자 약 29만명 중 현장투표 참여인원은 고작 5만 2000여명으로 전체의 18%”라며 “이건 자진해 등록한 선거인단이 아니라 억지로 등록시킨 인원이 대다수라는 반등이다. 대학생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인증번호를 수집했다는 의혹 등이 설득력 있어지는 대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민주당 현장투표 유출 파문을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은 아니란 신중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박지원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 일이 아니다. 22일 시행된 민주당 투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완전국민경선이) 누구도 가보지 않은 처음 가는 길이기에 염려가 된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의당 역시 후보 결정의 80%를 현장투표가 차지하는 데다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든 투표할 수 있는 현장투표 특성상 여러 맹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인데, 국민의당은 앞서 경선 룰 갈등으로 중앙선관위의 위탁을 받지 못해 당이 모든 경선 과정을 직접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다 관리를 맡은 당직자들도 대부분 경선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 마냥 지금의 민주당 상황을 즐기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친문세력의 주도 하에 이뤄진 게 아니냐는 당내외의 공세가 이렇듯 계속되는 가운데 문 전 대표는 이날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유출을 철저히 막을 작정이었으면 개표를 아예 권역별 현장투표와 함께 하거나 아니면 개표를 먼저 하는 것이면 그때 그때 개표결과를 발표해서 유출이 아니라 당당하게 경선 과정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그것으로 경선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야 했다”며 정면 돌파에 나서 사태가 어떻게 풀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