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개헌 통한 ‘반문 연대’ 결성?

▲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간 3당 개헌 연대가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가 정치권 내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모두 분권형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3당 단일 개헌안이 마련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개헌에 대해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에는 일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반문 연대’ 성격이 짙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은 크게 위축된 보수진영을 회복시키기 위한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맞서 기존의 독자적 입지를 분명하게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함께 발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개헌을 감안하면 이후의 선거 주기를 일치시켜야 하다 보니 이번 대선에서 당선될 대통령에 한해 임기를 3년으로 단축시켜야 한다는 구상 역시 개헌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결국 이번 대선에서 문 전 대표가 당선될 것으로 상정하고 그 견제수단으로 내놓은 것이라 해석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통령의 역할과 권한을 현재보다 크게 축소시키는 개헌안을 내놓는 데 아무도 거리낌이 없다는 점을 보면 이런 점을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개헌을 고리로 3당이 좀 더 구체적인 연대 움직임을 보이게 되면 사실상 ‘반문 연대’가 결성되는 것이어서 문 전 대표 측에선 개헌파의 의도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데, 상호 신경전 속에서 개헌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3당, ‘이원정부제’는 공통…각론에선 제각각
 
먼저 3당의 개헌안은 대체로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점에 있어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자유한국당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기초로 4년 중임의 대통령제이면서도 행정수반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무총리인 형태의 개헌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리는 법률안 제출권. 예산법률안 편성권, 국군통수권 등을 갖게 되며 대통령은 국가원수의 지위만 유지하는 대신 국회해산권, 계엄선포권, 총리의 제청에 따른 공무원 임면권과 법률안 거부권에 대해선 이전처럼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헌 시기를 ‘대선 전’으로 못박았다는 점인데, 한국당은 다른 어느 당보다 ‘대선 전 개헌’을 제1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공통사항만을 부각시킬 뿐 권력을 어떻게 배분할지 등에 대해선 아직 결론도 내지 못한 상황이지만 쟁점을 최소화해야 대선 전에 개헌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자당의 개헌안을 단순화시키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도 세부 사안은 개헌특위에 위임한 채 최종 개헌안이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적어도 대선 전 개헌이란 부분에 있어선 당론으로 확정했을 만큼 한국당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에 따르면 23일 2시간에 걸친 의원총회 결과 논란 끝에 대선 전 개헌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은 물론 19대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 역시 당론으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라든지 19대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지만 대통령의 권한 부분에 있어선 크게 줄여버린 여당안보다는 다소 완화된 모양새인데, 대통령이 외치를 맡고 국무총리는 내치만 관장하는 형태를 띠고 있으며 대통령 임기도 다른 당과 달리 6년 단임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대통령이 직선제인 반면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내각제라는 구조는 다른 당과 유사하지만 각 정당간 이전투구 현상으로 내각 불신임권이 남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건설적 불신임제’를 도입하기로 한 점은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 개헌 고리로 한 3당 연대, ‘동상이몽’으로 쉽지 않아
 
이처럼 개헌안에 있어서도 분권형 대통령제란 부분만 같을 뿐 세부적인 면에 있어선 차이가 없지 않은데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를 견제하겠다는 목적만 동일하지 각 당 간 구축된 신뢰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개헌 연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기에 대선 전 개헌을 추진하려는 자유한국당은 한시가 급하다 보니 3당 연대를 결성하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국민당, 바른정당과 협의를 거쳐 개헌 3당 단일안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민주당 내 비문계 중심의 개헌파 의원들도 개헌 연대에 끌어들이려는 의도까지 드러냈는데, “이제 남은 건 더불어민주당 뿐”이라며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개헌 워크숍을 열고 지도부에 개헌 당론 확정을 촉구했었다. 문 전 대표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대선 전 개헌’을 분명하게 반대하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한 압박이기도 한데, 개헌을 명분으로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을 재발시킬 수도 있고, ‘대선 전 개헌’을 강행해 개헌 반대 프레임으로 문 전 대표를 몰아붙일 수도 있는데다 설령 문 전 대표가 당선돼도 개헌 이후엔 권한이 크게 줄어든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어 대선 전망이 불투명한 한국당 입장에선 유일하기도 하면서 ‘일석삼조’ 효과도 낼 수 있는 전략인 것이다.
 
역시 ‘대선 전 개헌’ 입장을 따르고 있는 바른정당도 이날 이기재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23일 바른정당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도 비슷한 개헌안을 채택했다. 이제 남은 건 민주당 뿐”이라며 “대선 전 개헌을 하기 위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 후보는 본인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집착해 정치개혁의 중요한 분기점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국당 측과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바른정당 내에서도 아직 이와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완전히 입장이 정리가 되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김무성 의원이 개헌을 통한 ‘반문 연대’를 구성하는 데 적극적인 입장이라면 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개헌 명분만 갖고 추진하는 연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내각제 쪽에 힘을 싣고 있는 유 의원은 지난 22일 전주에서 열린 ‘대선, 지역을 묻다’ 토론회에선 “내각제,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중에선 분권형 대통령제가 최악”이라며 3당 개헌안의 몇 안 되는 접점인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최종 개헌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김 의원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국민의당은 한국당의 바람과 달리 대선 전 개헌에도 일정이 촉박해 이미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데다 바른정당은 모를까 한국당과의 연대에는 불가하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는데, 실제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4일 ‘전국 순회 대구·경북 최고위회의’ 자리에서 “어떤 당하고 연대하겠다는 말은 국민의당은 누구도 한 일 없고 저 자신도 어떤 정당을 이야기한 일이 없다”며 “자유한국당과 연대 이야기를 한 일이 없다”고 확언한 바 있다.
 
▲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보수진영에서 추진 중인 대선 전 개헌에 대해선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이번 대선이야말로 60일 밖에 시간이 없어서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선거를 치르고 난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는 당이 다른 정당과 협치 내지는 연정을 협의한다”며 “선거 전에 (연대) 하는 게 굉장히 많이 이야기 나오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선 전 개헌 연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나마 박지원 대표는 “정체성이 같아야 (연대) 할 수 있다”면서도 “다당제에서의 합법적 연합이나 연대나 연정은 공개적으로 결선 투표해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결선투표를 통한 연대를 주장해 연대 가능성에 여지를 남겨놓기는 했다.
 
이처럼 개헌 연대를 바라보는 데 있어 시각차가 확연히 존재하고 개헌 시기에 있어서도 보수진영 측과 국민의당 사이에 간극이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형태의 연대 움직임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헌을 추진하라는 이들 3당의 목소리가 민주당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데, 민주당 내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소속의 개헌파 의원 35명은 24일 오전 제2차 개헌 워크숍에서 개헌 지지 성명서를 채택한 데 이어 당 지도부에 이를 전달해 개헌 관련 당론을 정하기 위한 정책의총을 즉각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이 뿐 아니라 이들은 당내 대선주자들을 향해서도 각자 개헌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는데, 개헌을 통한 3당의 공세로 당내까지 요동칠 조짐을 보이자 결국 같은 날 문 전 대표는 개헌 압박을 가하고 있는 3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반응까지 내놓게 됐다.
 
이 같은 흐름을 통해 볼 때 3당 연대가 이뤄질지 여부는 불분명하더라도 개헌 명분을 내세워 민주당을 내부부터 뿌리째 흔들 것은 확실해 보여 향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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