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행위자열전 집중검토 대상자 발표, 박근혜-황교안도 포함

▲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가 16일 반헌법행위 관련 집중검토 대상자 40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 중에는 전현직 대통령들과 정권 실세였던 이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가 16일 반헌법행위 관련 집중검토 대상자 405명(중복 제외)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 중에는 전현직 대통령들과 정권 실세였던 이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성공회대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이 주축이 된 편찬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명단을 발표했다.
 
반헌법행위 유형은 ▲민간인 학살 ▲내란 ▲고문 및 간첩조작 ▲부정선거 ▲언론탄압 ▲문민정부 이후 반헌법적 사건 등 6개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상자는 민간인 학살 104명(중복제외 66명), 내란 86명(중복제외 61명), 고문 및 간첩조작 313명(중복제외 194명), 부정선거 60명(중복제외 43명), 언론탄압 25명(중복제외 10명), 문민정부 이후 40명(중복제외 31명)이다.
 
박근혜 정권에서도 26명(중복제외 18명)이 이름을 올렸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해선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문고리 3인방(정호성, 이재만, 안봉근)이 대상에 포함됐다.
 
또 ‘세월호 구조실패 및 직무유기’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 김 전 실장, 황교안 총리(당시 법무장관), 김장수 주중대사(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원세훈·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이 포함됐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서도 김 전 실장, 황 총리, 김진태 전 검찰총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연제욱·옥도경 전 국군사이버사령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사법부의 최고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도 과거 유신정권 시절 간첩조작 사건이나 긴급조치 9호사건 판결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집중검토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편찬위 측은 지난 2015년 7월 1차 명단으로 99명을 발표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민간인 학살 ▲내란 ▲부정선거 ▲고문 및 간첩조작 4개 분야였다. 여기에 언론탄압 문제와 문민정부 이후 문제도 추가된 것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민주자료관장은 “노동탄압에 대한 문제도 꼭 들어가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넣지 못했다”라며 “노동탄압의 가해자에 대한 연구와 조사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밝혔다.
 
그는 “전체 수록검토 대상자 중에 아직 생존자가 많아서 전체의 절반 수준인 180∼200명 정도는 생존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400여명중 여성은 단 두 명(박근혜-조윤선)인데, 이는 한국이 여성차별로 인해 여성이 헌법을 짓밟을 만한 권력에 진출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직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만 있는 그 세월에 종지부를 찍고, 가해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려 한다. 요즘 적폐청산이라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인적청산과 관련해선 이 명단 속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전-현직 대통령 ‘6명’ 포함
 
전현직 대통령 중 6명(이승만·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 반헌법행위를 저지른 인물로 지목됐다. 전직 국회의장(이승만·이기붕·정일권·백두진)도 4명이 포함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 사건 이상 관련된 집중검토 대상자 명단’이다. 가장 건수(중복횟수)가 많은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총 10건)이다. ▲ 5.16 쿠데타 ▲ 삼선 개헌 ▲ 10월 유신 선포 ▲ 긴급조치 선포 ▲ 민청학련-인혁당 사건 등이다.
▲ ‘두 사건 이상 관련된 집중검토 대상자 명단’에도 많은 인사들이 수록됐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9건이나 이름을 올렸다. 사진 / 고승은 기자
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최근 쇠고랑을 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9번이나 이름이 수록됐다. 항목은 ▲ 10월 유신 ▲ 일본관련 간첩조작 ▲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 초원복집 사건 ▲ 세월호 구조 직무유기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등이다. 이와 함께 김형욱-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도 나란히 9회씩 이름을 올렸다.
 
이승만 전 대통령도 총 8회 이름을 올렸다. ▲ 반민특위 해산 ▲ 제주 4.3 학살 ▲ 보도연맹 학살 ▲ 사사오입 개헌 ▲ 3.15 부정선거 등이 그 사례다.
 
박정희 정권의 실세 중 한명이었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나 전두환 정권의 실세였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도 각각 7회씩 이름을 올렸다. 전두환 씨도 ▲ 12.12 군사반란 및 5.17 비상계엄령 ▲ 광주학살 ▲ 삼청교육대 ▲ 언론통폐합 등 총 6건이 지적됐다.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나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비롯, 전두환 정권의 실세 쓰리허(허화평·허삼수·허문도)도 명단에 올랐다. 또 ‘초원복집’ 사건 당시 김기춘 전 실장 외에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정홍원 전 총리나 사건을 담당했던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 현 정권 인사들이 오른 것도 눈길을 끈다.
 
◆ “열전 나오면,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할 것”
 
이만열 열전편찬위 상임대표(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무수히 자행된 반헌법 행위 관련자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기는커녕 우리사회의 지배계층으로 군림하면서, 자신들이 마치 헌법 질서의 수호자인 양 처신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국민을 경악케한 국정농단 사태가 가능할 수 있었던 원인중 하나는,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유린한 반헌법 행위자들이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활개치며 이 사회를 주물러온 데 있다”라며 “‘공자가 춘추를 저술하자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했다’는 맹자의 말이 있다. 열전이 나오면 이 시대의 수많은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령 상임대표(이화여대 명예교수)도 “이제 우리는 과거사의 진상규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내란-부정선거-학살-고문 및 조작-각종 인권유린 행위 등을 지시하고 실행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려 한다”며 “이런 반헌법적 행위의 재발을 막고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역사 속에서 반복되지 않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열전편찬위 측은 대상자 본인이나 가족 등이 소명자료나 이의신청을 제기할 경우 상세한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록 대상자로 확정되기에는 1~2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거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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