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설 이후 입당 여부 가닥”…새누리·국민의당·바른정당 촉각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귀국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에 도착 한 뒤 지지자들에 둘러 싸여 서울역사를 빠져 나가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6일 “설 이후 입당 여부 가닥이 잡힐 것”이라 밝히면서 그가 어느 정당으로 향할 것인지에 대해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기 대선이란 현실 앞에서 발걸음이 급해진 반 전 총장이 당초 독자세력을 형성한 뒤 빅텐트를 구상하는 등의 방법보다 결국 기존 정당 입당으로 현실적 타협을 하려는 모양새인데, 이런 기류로 바뀌면서 반 전 총장을 영입하려던 각 정당들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정당 입당 쪽으로 마음을 정한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潘 ‘인명진호’ 새누리당 향할 가능성은?
 
먼저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향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당초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당내 주류인 친박계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결국 내부 갈등 끝에 분당 사태까지 겪으면서 현재로선 당 쇄신 작업에 전력을 경주하기도 빠듯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실상을 보여주듯 더불어민주당 등 경쟁 정당은 벌써 경선 룰을 논의할 정도로 대선 레이스에 본격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지방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선후보를 못내도 된다. 지금은 사죄해야 할 때고, 인적·정책쇄신 등을 통해 비는 단계”라며 “국민들이 그만하면 됐다. 대선후보 내도 된다고 할 때까지 진정성 갖고 쇄신하며 기다릴 것”이라고 당 쇄신에 여전히 우선 방점을 두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다만 인 위원장은 대선 포기로 비쳐질 것을 의식한 듯 “바른정당은 뿌리도, 역사도 없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겨룰 수 있는 세력은 새누리당, 새로 태어난 새누리당 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양자를 들일 수도, 늦둥이를 볼 수도 있다”고 강조해 현재로서 문 전 대표와 맞붙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선후보인 반 전 총장 영입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인 위원장은 앞서 반 전 총장 귀국 당일인 지난 13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는 한편 패권주의 청산을 거론한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에 대해서도 “정치 현실을 정확하게 봤다”며 “큰 원군을 얻었다”고 극찬할 정도로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전 총장 측으로부터 계속 별 반응이 없었는지 이 16일 간담회에서 인 위원장은 반 전 총장에 대해 “반 전 총장이 러브콜을 하면 모를까 우리 당이 하진 않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을 거부하진 않지만 이것저것 따져봐야 한다. 정당이 있나, 의석수가 있나, 아직은 인기·인지도 뿐”이라고 귀국 당일 보였던 모습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반응을 내놨다.
 
이렇듯 새누리당이 다시 반 전 총장으로부터 한 발 물러난 입장을 취한 데에는 반 전 총장을 영입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놨던 ‘대선 전 개헌’ 카드까지 거절할 정도로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향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표명했다는 데에 있다.
 
앞서 지난 16일 반 전 총장은 경남 김해시 한 식당에서 기자들에게 “대선 전 개헌은 어려울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는데, 단지 조기 대선 때문에 대선 전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측면만 언급했다기보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종국적으로 어느 쪽이든 정당과 함께 해야겠다”면서도 “탄핵 사태로 당이 쪼개지지 않았다면 새누리당에 들어가 경선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혀 사실상 새누리당으로 가지 않겠다고 못 박은 발언이라 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이 새버렸는지 지난 13일 “반 전 총장께서도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선 반드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할 것”이라던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조차 17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는 반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해 “현재 대다수가 느끼는 정서와는 다른 판단”이라고 꼬집은 뒤 기존 정당에 입당하겠다는 반 전 총장의 발언에도 “(정당) 선정 문제는 반 전 총장 개인의 문제”라며 “만약 저희 당을 노크하신다고 해도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이전과는 다른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 반기문-국민의당, ‘뉴DJP연대’ 성사 가능성 있나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신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 위원장의 쇄신 여부와 관계없이 반 전 총장 측에서 귀국 전부터 새누리당과는 선을 긋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언급했던 점에 비쳐볼 때 새누리당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반 전 총장의 이런 발언은 그다지 놀랄만한 게 아니지만, 그렇다면 그가 국민의당으로 향해 이른바 ‘뉴DJP연대’를 이룰 것인지에 다음으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16일 반 전 총장의 ‘입당 시사’ 발언에 대한 국민의당 반응 역시 새누리당과 크게 다를 게 없이 냉랭한데, 박지원 대표는 17일 ‘국민의당 2017년 1차 정책역량장화 워크숍’ 참석 직후 기자들에게 반 전 총장과의 회동 여부와 관련해 “좀 여러 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입당) 그것은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지 내 허가 받고 입당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냉소적인 입장을 내놨다.
 
특히 박 대표는 반 전 총장을 겨냥해 “과거 실패한 정권 사람들하고 많이 다니고 우리하고 맞지 않는 그런 언어를 많이 사용하더라”라고 지적하며 거리를 뒀는데, 이는 반 전 총장이 탄핵으로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가원수이므로 신년 인사차 전화 통화하겠다고 하거나 국민의당과는 상반된 대북안보관을 강조하는 등 보수적 행보를 보여 온 것은 물론 반 전 총장의 지원그룹 인사들도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같은 친이계 인사나 이상일 전 의원 같은 친박계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데 따른 반감으로 보인다.
 
또 안철수 전 대표를 필두로 연대론보다 자강론으로 기울기 시작한 당내 분위기에서 보수적 발언을 내놓는 반 전 총장과의 연대를 더 이상 강조하기는 어려워졌음을 인식한 부분도 없지 않은데, 박 대표조차 취임 직후 “국민의당이 빅텐트”라는 말을 꺼냈다가 일부 최고위원들로부터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그래선지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선 반 전 총장을 “새누리당 정권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라고 비판하고, 문 전 대표는 “너무 극좌적”이라고 혹평한 뒤 “미래에 대한 준비와 실력, 비전을 갖춘 인물은 감히 DJ와 안철 수밖에 없었다”고 자강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연대론을 주도하던 호남 중진계를 대표하는 주승용 원내대표조차 17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해 “주변의 여러 가지 도와주고 계신 분들의 면면을 본다면 새누리당 쪽에 가까운 분들 아니겠나”라며 “정체성을 본다면 새누리당을 많이 생각하고 계신 게 아니냐”고 밝혀 연대를 추진하기 어려워진 이상 경쟁자일 뿐인 반 전 총장을 ‘새누리당 프레임’에 가둬 ‘박근혜 정권의 연장’으로 비쳐지게 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우리 당이 주장하는 개혁입법에 대해 부정적으로, 아직까지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 걸 본다면 개혁보수신당도 아니고 새누리당”이라고 날을 세우며 반 전 총장이 어디로 향하든 ‘새누리당 프레임’으로 묶어두려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우리 당은 일단 연대나 통합에는 선을 그었다”고 강조해 더 이상 ‘제3지대’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박 대표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주장했듯 반 전 총장 측이 무려 2년 반 전부터 국민의당 측과 접촉했었고, 불과 한 달쯤 전엔 구체적으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으로는 가지 않고 국민의당으로 와서 경선해 뉴DJP연합을 이루길 희망했었다는 점에서 아직 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성급하다는 견해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 반 전 총장, 결국 향할 곳은 바른정당 뿐?
 
그럼에도 반 전 총장이 입당 여부를 밝힐 설 연휴 이후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각 당의 상황이나 자신의 주요 지지층 성향 등에 비쳐봤을 때 선택지는 바른정당만 남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 반 전 총장이 일단 ‘대선 전 개헌 불가’ 입장을 밝혔다는 자체만으로도 어느 당으로 향할 것인지 에둘러 밝힌 셈 아니냐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또 다른 대선후보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17일 ‘조기 대선과 호남 정치’를 주제로 열린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토론회에서 “대선 전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반 전 총장과 한 목소리를 낸 데 이어 “개혁적인 보수에 찬성하는 진영과는 언제라도 연대할 수 있다”고 밝혀 결국 반 전 총장과의 연대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아울러 반 전 총장이 앞서 자신을 “진보적인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했던 점 역시 ‘개혁적 보수’를 자처해 온 바른정당으로 향하려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 보수층 표심을 1차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반 전 총장이 이 같은 전망대로 결국 바른정당으로 가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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