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아버지 덕에 돈과 권력을 얻었고 감옥살이도 했다"

▲ 지난 6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는 굴지의 재벌총수들이 출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재벌총수의 국회 청문회 출석은 88년 ‘일해재단’ 청문회 이후 28년만의 일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이번 청문회는 정경유착 청문회다. 여기 앉아있는 그룹 총수들은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 능력 때문에 지금 위치에 다다른 것이 아니다. 아버지 덕분에 지위를 얻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부분 죄를 져서 감옥에 갔다 왔거나 기소 중이다. 그런데 바로 이들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아버지 덕분에 돈과 권력을 얻은 전과자들이 한국경제를 이끈다는 이 사실이 한국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들은 이들을 최순실 게이트 공범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들은 공범이 아니고 주범이다. 정경유착의 토대가 있기 때문에 최순실도 가능한 것이다. 초법적인 재벌은 항시적 몸통이고 최순실은 지나가다 걸리는 파리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지난 6일 재벌총수들이 우르르 출석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청문회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서 재벌총수들을 이같이 비판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총수들이 쏟아지는 의혹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것과 달리, 주 전 사장은 소신 있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며 ‘청문회 스타’로 등극했다. 수많은 네티즌은 그의 발언들을 ‘사이다’라 극찬했다.
 
특히 같은 날 일부 재벌총수들을 일찍 귀가시켜줄 것을 주문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지역구 관련 ‘민원청탁’까지 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국민 밉상’으로 등극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과 대조를 이뤄 더욱 돋보였다.
▲ 지난 6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소신 있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며 ‘청문회 스타’로 등극했고, 네티즌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뉴시스
주 전 사장은 청문회에서 자신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다가 사퇴 압박을 받았던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 재벌들이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똑같아서 누구라도 한마디 말을 거역하면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른 사람들이 말을 따라가는 논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뒷자리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특히 마무리 발언에서는 “사실 오늘 하는 얘기도 최순실씨에 관련된 의혹이 생기면서 다시 불거진 것이지, 삼성 입장에선 작년에 이미 다 끝난 걸로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소위 말하면 ‘니들이 어쩔 거냐’ 또 기업가치 말씀하시는데 이분들은 기업가치 관심 없다. 지분과 세습에만 관심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나아가 “재벌에 계신 분들은 사실 옛날엔 집행유예, 병원가고 말다가 요즘은 한두명씩 감옥가기 시작했는데, 이번도 결국은 누군가 감옥을 가지 않고는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라며 재벌 총수가 엄격한 처벌을 받지 않고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유사한 사태는 또 일어날 거라 전망하기도 했다.
 
주 전 사장의 발언이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 이유는, 재벌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물론,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재벌총수들의 답변, 재벌 총수들의 황제경영, 뿌리 깊은 정경유착 논란 등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에서의 정경유착은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됐고, 박정희 군사정권 들어 더욱 강화됐다. 87년 민주화 이후엔 금융실명제가 실시됨에 따라 정경유착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꾸준히 논란이 됐다. 그러다 이번에 제대로 정경유착 파문이 제대로 터졌고, 시민들의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 “어쩌면 여기 온 분들의 자손들도 20, 30년 뒤에…”
 
재벌총수들은 28년전 ‘5공 청문회’ 이후 처음으로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당시 청문회는 전두환 정권이 만든 ‘일해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아웅산 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강제 모금한 것이 대가성이 있느냐는 것이 쟁점이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건과 유사하며, 전경련은 수금 창구로 이용된 것도 같다.
 
재단 모금 담당도 역시 정권 실세가 주도한 점도 같다. 과거 일해재단 모금에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현 국정원장 해당)이, 이번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이 주도했다.
▲ 1988년 ‘5공 청문회’에선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 설립과 관련해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대거 출석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통일민주당 의원)은 증인들에게 잇달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바 있다. ⓒMBC
28년이라는 세월 동안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재벌 1세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재벌 총수자리에는 그 2세들이 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정경유착 고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이번에 재벌총수들은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정경유착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답하긴 했으나, 이를 신뢰할 사람들은 거의 없다. 쇄신방안 한 두 개 내놓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28년만에 반복된 상황과 관련,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마무리발언을 통해 재벌총수들에 이같이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여기 오신 분들은 아버지 덕분에 회장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돈과 권력을 얻었고 감옥살이를 한 경력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 사실은 한국 사회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최순실은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정경유착을 끊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재산과 경영권을 세금 안 내고 세습하고 싶어서 권력이 필요한 것이죠. 이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어쩌면 여기 온 분들의 자손들은 20년 내지 30년 뒤에 또다시 이런 자리에 오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손 의원은 재벌그룹들이 제대로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억울하신 부분이 있겠지만, 저는 여러분들의 재계 순위가 상속세 순위이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 재계 순위가 사회 약자들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하는 순위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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