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박, 찬성표 확대 총력전 속 3野 ‘의원직 사퇴’ 배수진

▲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목전에 앞두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서 탄핵시계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보고 이후 12년만의 일로, 국회법상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후 72시간 내 표결해야 하는 만큼 오는 9일 오후 2시 45분부터 탄핵안 표결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결과 부결 중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정국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표결을 하루 앞두고 정치권은 각자 셈법에 따라 치열한 수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 與 찬성표 ‘세 불리기’ 나선 비박, 결실 맺을까
 
먼저 탄핵안이 가결됨과 동시에 당내 입지가 크게 위축될 친박계에선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우선 중립적 성향의 의원이나 초선 의원들에 직접 전화연락을 해 반대표를 던지도록 종용하고 있는데다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안을 끝까지 주장하며 당내 탄핵 찬성 움직임을 뒤흔들려는 모양새다.
 
실제로 친박계 이정현 대표는 지난 7일 “예측 가능한 정치일정을 감안한다면 부결하고 4월 퇴진, 6월 대선으로 가는 게 좋다”고 주장한 데 이어 8일에도 “지금이라도 탄핵을 중지시키고 ‘4월사임 6월대선’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 국회가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연일 ‘4월 퇴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심지어 이 대표는 지난 6일 “솔직히 부결됐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낸 바 있어 이런 반응과 관련 8일 더불어민주당까지 이재정 원내대변인을 통해 “결국 탄핵안에 동참하려는 자당의원들을 향한 무언의 경고”라며 “경거망동하지 마라”라고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표결이 여당 의원의 탄핵 찬성 동참 규모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는 만큼 친박계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 측 지적대로 비박계를 겨냥한 성격이 강한데, 만일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그 책임에 대해 친박계 못지않게 강력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비박계는 이런 ‘흔들기’에 맞서 내부 이견 차를 정리하며 공통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단 비박계 대권잠룡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소장에 대한 제 판단은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라며 “어떤 비난도, 책임도 피하지 않고, 그 어떤 정치적 계산도 하지 않고, 오로지 정의가 살아있는 공화국만을 생각하면서 탄핵소추안 표결에 임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9일 예정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그러자 ‘세월호 7시간’ 대목의 탄핵안 포함 방침에 반발하며 야권과 신경전을 벌이던 김무성 전 대표도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탄핵 표결은 헌정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헌법 절차”라며 자신 역시 탄핵 찬성 입장에 변동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탄핵 표결 이후가 더 중요하다”며 야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탄핵 가결 시 대통령 즉각 사퇴’와 ‘대통령직을 대행할 황교안 국무총리 부정’ 입장을 꼬집어 “야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국정 혼란만 더 가중될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8일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의 대변인 황영철 의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실하게 탄핵에 찬성할 의원은 35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야권 포함 최대 220표까지도 나올 것이라 예상할 정도로 이들은 조심스럽게 가결을 낙관하고 있다.
 
반면 친박계에선 의결정족수인 200표에 근소하게 못 미치는 190여 표 정도로 부결될 것이라 점치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은 혹여 가결이 된다고 하더라도 비박계의 기대와 달리 200표를 간신히 넘는 선에 그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만일 의결정족수 200명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기존 찬성 의사를 밝힌 소수의 비박계 의원들만으로 가결시킨 셈이어서 당내 의원들에 대한 설득이 실패했다는 것을 반증하게 되는 만큼 비박계가 탄핵안 가결을 전기로 친박계를 밀어내고 당권을 잡는 사태가 벌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친박계는 후폭풍을 맞을지언정 우선 부결되는 쪽에 더 기대를 걸고 있는데, 자신들은 비록 성난 민심으로부터 엄청난 지탄을 받는다고 해도 야권이 더 이상 박 대통령을 법적으로 끌어내릴 방법이 없어진다는 점도 있는데다 어차피 부결과 관련해선 비박계와 동반책임을 지게 돼 결국 당내에서 설 곳이 없어진 비박계가 스스로 탈당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친박계로선 오히려 자신들만 ‘폐족’이 되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로 보고 있다.
 
◆ 3野, 의회 해산까지 노린 ‘의원직 총사퇴’ 배수진 쳐
 
물론 친박계가 바라는 부결이란 결과는 마지막 수단인 탄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야권에게 있어선 악몽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야3당은 8일 탄핵안 부결 시 의원직에서 총사퇴하기로 배수진을 쳤다.
 
이런 의지를 보여주듯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탄핵안이 부결되면 우리가 가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 앞으로 전진할 뿐”이라고 결연한 자세를 견지했다.
 
비록 동일 회기 내 일사부재리 원칙이 있다고 해도 12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곧바로 10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기로 하고 이론상 다시 탄핵안을 발의할 수는 있는데, 이미 비박계까지 겨우 끌어들여 시도했음에도 한 번 실패한 만큼 부담을 느낀 비박계가 더욱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 또 다시 추진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그렇기에 야권은 부결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121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등 165명의 의원이 동시에 사퇴함으로써 사실상 의회를 해산시키겠다는 계산인데, 헌법 41조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하고 그 수는 200인 이상’이라고 규정돼 있어 새누리당 의원들만으론 원 구성이 되지 않아 총선을 다시 치러야 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실제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8일 자신의 SNS에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시 즉각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실시해 21대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놔 이 같은 움직임이 빈말이 아님을 확실히 했다.
 
총선이 다시 치러지면 탄핵안 부결을 문책하는 촛불민심에 의해 친박계는 정계에서 퇴출되고 야권이 압승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계산도 깔렸겠지만 한편으론 차기 대선까지 총선과 맞물리게 되는 복잡한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에 정국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필히 탄핵안이 가결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 역시 이번 ‘야3당 사퇴 결의’에 내포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결속력을 강화하면서도 여당 의원들의 탄핵대오 동참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각 야당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총력전에 돌입했는데 민주당은 8일 저녁 국회에서 촛불집회를 연 것은 물론 심야 의총에서 탄핵 가결을 결의했고 국민의당도 같은 날 탄핵안 가결을 위한 국회 촛불집회와 철야농성까지 이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여당을 압박할 또 다른 수단이 될 ‘국회 점령 시국 대토론회’라든가 국민의당이 제안한 표결 당일 국회 개방 등과 관련해선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 끝에 불허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만큼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표결 당일 국회 외곽담장까지는 이례적으로 시민들의 집회를 허용키로 합의함에 따라 이 정도로도 표결에 참석할 여당 의원들에게 적잖은 중압감을 줄 것이라 예상된다.
 
이 와중에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탄핵당하거나 탄핵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뒤 자진사퇴한 대통령에 대해선 사후 국가장을 할 수 없도록 국가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여권 뿐 아니라 박 대통령까지 압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9일 본회의에서의 표결로 운명이 갈리게 될 청와대 측은 8일 이 같은 정세에 대해 “그냥 지켜볼 뿐”이라며 “준비하는 것은 없고 진행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밝혀 일단 표결 여부에 따라 향후 대응방침을 정리해 표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청와대 뿐 아니라 같은 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밝혀졌듯 78.2%에 이르는 탄핵 찬성 여론 또한 9일 국회에서 치러질 탄핵안 표결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10일로 예정된 7차 촛불집회의 규모가 좌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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