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포함 여부·공개투표 등 놓고 與野 신경전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을 오는 9일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가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여당 대표·원내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국회가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서 가결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정치권은 일단 가결 여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박 대통령이 탄핵보다는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정한 4월 퇴진안을 받아들일 의향은 내비쳤으나 야권이 불응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탄핵 표결로 흘러가는 건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오는 9일 있을 탄핵 표결과 그 결과가 정국 향방을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박 대통령도 “탄핵이 가결되면 그 결과를 받아들여서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혀 일부 야권에서 기대하는 가결 후 즉각 퇴진 가능성엔 선을 그으면서 끝까지 맞설 의지를 드러냈는데, 특검 수사나 헌재의 탄핵심판까지 염두에 둔 듯 청와대에선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사실상 전면전에 들어간 반면 탄핵 표결을 목전에 앞둔 정치권은 또 다시 가결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일부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향후 주도권’ 포석, 與野 ‘세월호안’ 놓고 신경전
 
비박계의 입장 변화로 통과 여부가 한층 높아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오는 9일 본회의 표결만을 앞두면서 이제 탄핵열차에 얼마나 많은 여당 의원들이 더 올라탈 것인지만 남은 상황이다.
 
그간 일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끝내 3당 공조를 이어온 야권은 9일 표결에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지난 5일부터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열거나 100시간 연속 탄핵버스터(탄핵 주장 필리버스터)를 시작했고, 7일엔 3당이 탄핵촉구 결의대회까지 열어 굳건한 탄핵안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부에선 결의대회 이후 필요에 따라 전례 없는 야3당 합동 의총을 개최할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로 결속을 강화하고 있어 이제 탄핵 정국의 주요 변수는 야권 분열보다 여당 의원들의 동참 규모에 달린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일단 야권과 무소속 의석까지 포함해도 172석에 그치는 만큼 탄핵안 가결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려면 최소 28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함께 해야 하는데, 지난 주말 6차 촛불집회 이후 탄핵 표결에 무조건 동참키로 입장을 바꾼 비박계 측은 가결정족수를 채우는 데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의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확실하게 탄핵안에 찬성할 의원 수에 대해 “35명까지는 확인이 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와 관련,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의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7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하게 탄핵안에 찬성할 의원 수에 대해 “35명까지는 확인이 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지어 야권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하루 전인 6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의 탄핵 참여가 어제보다는 늘었고, 특히 초재선 의원들의 참여가 늘었다”면서 가결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임은 분명히 한 바 있다.
 
다만 비박계에선 ‘세월호 7시간’ 관련 대목을 탄핵소추안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야권에 요청했는데, 황 의원은 “지금 새누리당 내에서 ‘세월호안’이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의원들이 확인되고 있다”며 여당 내에서 탄핵 찬성에 동참할 의원 수를 늘리기 위한 차원에서 세월호안을 빼줄 것을 촉구했다.
 
이는 비박계가 탄핵 가결 이후 정국 구도의 변화를 고려한 제안으로 풀이되는데, 최대한 많은 여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 쪽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친박계의 영향은 약화되는 반면 당내 소수파였던 자신들의 영향력이 한층 커진다는 점과 더불어 탄핵 가결의 기여도 면에 있어서도 야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일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선 그동안 야권에서 강하게 진상규명을 주장해온 ‘세월호 7시간’ 대목이 탄핵소추안에 포함될 경우 여당이 탄핵 표결에 동참해도 그저 야권에 끌려간다는 인상만 줄 수 있다는 점이나 ‘세월호 7시간’ 문제도 아직 사실관계가 불명확해 향후 헌재의 탄핵 심사만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제외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의 경우 7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7시간 대목’과 관련 “이게 헌법재판소로 가게 되면 논란의 소지가 있고 그렇게 되면 시간만 더 길게 끌텐데 왜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지 이해를 잘 못하겠고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야당은 이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싶어서 하는 건지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공세의 일환으로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런 연유로 비박계에선 일단 야권을 향해 “이는 공식적 요구는 아니고 탄핵 동참의 조건도 전혀 아니다”라면서도 “탄핵안 가결이 관철해야 할 소중한 국민의 뜻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야당이 숙고해주기를 진심으로 요청한다”고 공을 던졌다.
 
이에 야권은 즉각 한 목소리로 일축했는데,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갈 생각이나 악마와 거래할 생각이 없다”며 “세월호 7시간을 빼자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고 국민의당 역시 고연호 대변인의 논평에서 “‘세월호 7시간’은 양해는 물론 양해 논의의 대상도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가결 여부에 실제 영향을 줄 것인지 긴장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는데,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7시간’ 포함 여부와 관련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는데 비주류가 왜 반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비주류 모임에서 일부 의원이 강력하게 빼지 이걸 빼지 않으면 탄핵안에 찬성할 수 없단 숫자가 적지 않다고 해서 고민 중”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세월호 부분을 탄핵안에) 넣으면 (탄핵이) 부결될 정도의 사안인지, 가결을 위해 (세월호 부분을) 각론으로 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며 “기존 발의된 안을 원안으로 하고 다시 또 150명 이상 서명한 수정안을 내는 것, 그리고 기존 낸 안을 철회하고 다시 새누리당 비주류까지 함께 해서 절충안을 내는 것 등 방법은 무리가 없다”고 밝혀 첫 반응과 달리 어느 정도 양보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제는 이 같은 우 원내대표의 발언이 야3당과 합의해 내놓은 결과가 아닌 일방적 타협일 경우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야권 연대를 흔들 수도 있어 ‘세월호 7시간’ 포함 여부는 표결 전 최대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표결 당일 ‘공개 투표’ 여부도 탄핵대오에 ‘잡음’
 
이런 가운데 탄핵 찬성 여론이 높은 상황을 통해 여당을 압박하려는 듯 야당에선 ‘탄핵 표결’ 투표 인증 등으로 무기명 투표 원칙을 흔드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저는 9일 탄핵투표한 투표지를 인증샷 찍어 SNS에 올리겠다”고 밝혀 논란이 불거졌다.
 
당장 여당에선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는데, 탄핵 당일 ‘자유투표’ 방침을 천명했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6일 의총에서 “야당의원들이 (탄핵) 투표지를 찍어 인증샷을 남기겠다는 공개발언, (탄핵 표결) 당일 (국회를) 전면 개방해달라고 의장에게 요구하고 있는데 국회 질서를 유지해달라”며 야당의 이 같은 시도를 “국회와 의원들을 옥죄는 반헌법적, 불법적 선동”이라고 맹비난했다.
 
탄핵에 동참할 의사를 밝힌 여당 내 비박계 역시 야당의 이런 움직임을 압박으로 여긴 듯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날 “필요하다면 확실하게 준비돼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보여줄 수도 있다”며 탄핵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들의 명단까지 공개할 여지도 내비쳤다.
 
물론 이런 발언이 실제 이행 의지가 있다기보다 그저 ‘맞불’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란 점을 강조하려는지 같은 비박계인 김재경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에서 너무 정치적으로 이런 (인증샷 등의) 워딩들이 나오니깐 거기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당이 견제구를 던진 효과는 없었는지 공개 투표 움직임은 인증샷 수준을 넘어 표결 당일 국회 개방 등 한층 수위 높은 주장까지 나오면서 야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데,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이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안이 표결되는 9일 국회 개방과 표결 상황 생중계할 것을 주장한 데 이어 국민의당도 7일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탄핵투표 당일 국회개방과 찬반투표 인증샷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공개 투표를 통한 여당 압박 기조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류를 야권이 주도하고 있는 데 대해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7일 국회 개방 시도와 관련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꾸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감을 드러냈는데, 이 같은 여야 간 신경전이 당일 표결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지 많은 이들의 시선이 국회로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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