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엔 흑자냈지만…역시 ‘불황형 흑자’,수주가뭄 문제로 구조조정 가속 방침

▲ 지난해 1조5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흑자를 올렸다. 하지만 희망퇴직이나 설비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얻은 ‘불황형 흑자’였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고승은 기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 ‘빅3’ 업체가 3분기에는 다소 실적을 회복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규모 희망퇴직이나 설비감축 등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절감에 힘입어 수익이 나아졌다는 평가다. 아직 수주실적은 수주가뭄에 따라 목표치에 많이 모자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8조8천391억원, 영업이익 3천21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흑자를 올렸다.
 
현대중공업 측은 “물량 감소로 전분기 대비 매출은 하락했으나 2014년 하반기부터 펼쳐온 구조조정 결과로 조선, 해양 등 주요사업부문에서 수익을 냈다. 각 사업본부에서 펼쳐온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 꾸준한 체질개선 작업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흑자전환의 원인임을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3분기 매출액 2조7천778억원, 영업이익 84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2분기와 지난해 3분기 대비 흑자전환한 실적이다.
 
삼성중공업 측도 “자구계획에 따른 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전 임직원이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 3% 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하며 역시 구조조정이 흑자전환의 원인임을 강조했다.
 
◆ 결국엔 구조조정으로 비용 절감, ‘불황형 흑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1조5천억원 넘게 냈으며, 삼성중공업도 역시 비슷한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는 대규모 인력감축 및 보유자산 매각, 사업본부별 생산성 향상 활동 등을 해왔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1천100여명의 직원을 줄였고, 삼성중공업도 지난해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해 올 상반기까지 이미 인원을 2천500여명 줄인 바 있다.
 
양사는 또 올해 심각한 수주가뭄을 겪고 있다. 올해를 불과 2개월 남겨두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의 수주실적은 60억달러로 목표치 대비 22.5% 달성에 그쳤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선 현대중공업은 보통 연말에 실시하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두달 정도 빠르게 진행하며 조직 개편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7일 사장단 및 사업대표 인사에 이어 후속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약 20%의 임원을 교체했으며, 신규 선임임원의 절반 가까이는 40대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일감부족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조직을 신속히 정비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선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서를 분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부와 건설장비사업부를 분사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도 전망된다.
▲ 역시 지난해 1조5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삼성중공업은 올해 9월말까지는 수주 한건 하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잇달아 수주를 시작하며 실적을 올리고 있다. ⓒ뉴시스
삼성중공업은 올해 9월말까지 수주실적이 전무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말 LNG선 2척을 수주한 데 이어 10월 들어 유조선 7척의 수주 계약을 성사시켜 8억 달러 규모의 수주 행진을 이어왔다. 한달 사이에 1조원 규모의 수주를 땄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주식을 더 발행)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8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재 1조1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계열사들은 유상증자에 잇달아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천810억, 삼성생명은 347억, 삼성전기는 245억원 지원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또 경영상황과 연계 오는 2018년 말까지 전체 인력의 30∼40%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 ‘밑빠진 독’ 대우조선, 어떻게 하나
 
한편 완전자본잠식(자본보다 부채가 많은)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아직 3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다. 증권업계는 대우조선이 3분기 수백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1조2천억원의 막대한 손실을 냈지만 실적 반등에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날 수는 없다.
 
또 현재까지 신규수주도 13억달러에 그쳐 당초 목표치(62억달러)의 21%에 머무는 등, 역시 수주난을 겪고 있는 상태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대우조선은 내년 3월 감사보고서 제출 이전에 재무구조를 개선시키지 못하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대우조선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조7천억원의 출자전환(부채비율 깎기)을 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 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여론이 커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통해 4조2천억원이 지원(현재 3조2천억원 투입)됐으나 오히려 부채비율은 더욱 폭증해 엄청난 혈세만 낭비됐다.
 
정부가 대우조선을 살리기로 방침을 세웠지만, 자력 생존 가능성은 낮다. 최근 대우조선은 한 해양프로젝트 입찰에서 자격 미달로 탈락했고, LNG선에서도 일본 선사로부터 '재무구조가 취약해 같이 협력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악으로 치닫은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때문이다.
▲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 자구안을 앞당겨 인력과 설비 등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시스
이같은 상황과 관련,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회사가 존폐위기에 놓여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자구계획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오는 2018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은 완전자본잠식, 계산조차 할 수 없는 부채비율 등 열악한 재무구조와 불투명한 미래 생존 가능성으로 입찰자격 적격심사 과정에서 탈락하기 일쑤"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 경쟁에라도 참여하려면 자본확충 등 회사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희망퇴직과 분사를 통한 인적 구조조정 등 자구계획 이행 과정에 대해 "커진 뱃구레를 줄여가는 작업으로, 몸집을 줄이는 데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면서 임직원들을 향해 희망퇴직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이미 대우조선은 연말까지 임직원을 1만명 이하로 줄인다는 방침 아래, 희망퇴직 1천명, 생산지원 조직 분사로 2천명의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러한 희망퇴직 과정에서 육아휴직 여사원이나 계약직 출신의 정규직 직원들에게 강제 퇴직 압박을 가한 사항이 발견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 깊어지는 조선 노동자들의 ‘시름’
 
한편,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 등 정부기관들은 이달 말일인 31일 <조선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 조선·해운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와 기업이 앞으로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될 노동자들의 시름도 깊어질 전망이다.
 
조선업종노조연대는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해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희망퇴직을 가장한 정리해고와 강제 전출, 분사, 정년퇴직으로 일방적인 부실 떠넘기기와 기획폐업으로 일터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대주주의 관리감독 부실, 책임 방기, 경영진의 실적 부풀리기, 분식회계, 부실자회사 인수, 방만한 경영으로 6만 명이 일터에서 쫒겨나가고 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정부와 경영진을 성토한 뒤, “구조조정을 당해야 할 당사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재벌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정책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규직-비정규직이 연대해 구조조정 저지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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