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靑 비서진 경질’에 ‘당 지도부 개편’ 주장까지…野선 ‘탄핵’ 목소리도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이정현 대표가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최순실 씨의 ‘박 대통령 연설문 개입 의혹’에 대해 전격 대국민사과에 나서 사실상 시인함에 따라 즉각 그 후폭풍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그간의 의혹이 박 대통령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면서 후속조치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는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넘기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자 각 당마다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청와대부터 여당 지도부에 이르기까지 문책 범위 설정에 골몰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단순히 청와대에만 국한될 문제가 아니라며 비박계를 중심으로 이정현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이 대표는 이를 일축하고 있어 불과 며칠 전 개헌으로 봉합되는 듯 했던 당내가 또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여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與, ‘최순실 파문’ 당 지도부까지 불똥 튀나
 
이번 ‘최순실 파동’으로 크나큰 타격을 받게 된 새누리당은 발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벌써부터 문책 범위를 놓고 내부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 뿐 아니라 당 지도부도 공동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최순실 연설문 파문’이 터졌음에도 “나도 (연설문 등과 관련해) 친구와 상의할 때가 있다”며 청와대를 두둔하기 급급했던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기류를 보여주듯 비박계 중진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이정현 대표를 겨냥 “야당을 공격하는 데는 입에 거품을 물고 싸우는 목소리를 내면서 왜 대통령에게는 (그러지 못하고) 당청관계는 올바르게 잡지 못하느냐”며 “지금 국민들의 분노를 우리 당과 지도부가 아직까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 비박계인 정병국 의원도 이날 PBC라디오에 나와 “국감에서 최순실 씨 관련 증인 채택을 극구 막아왔던 당 지도부도 자유롭지 않다”며 “당 지도부도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친박계 지도부에 날을 세웠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종구 의원 역시 YTN라디오에서 “현재 친박 지도부는 너무 청와대를 추종한다”라며 “지금 지도부가 대오각성해가지고 (청와대와) 선을 그어야 한다. 본인들이 사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아예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누리당은 하루라도 빨리 비대위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며 “비대위원장과 비대위가 국가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사실상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남 지사는 이날 오전 수원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국가의 리더십 위기다. 정치권 전반이 리더십 공백을, 국가적 위기를 최소화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며 “새누리당 지도부 교체와 새로운 비대위 체제를 출범해야 한다”고 거듭 현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렇듯 ‘최순실 연설문 파문’이 청와대 뿐 아니라 여당 지도부 책임론으로까지 비화되자 야권에서도 여기에 개입해 이 대표를 몰아붙였는데, 국민의당은 이날 손금주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이 대표는 현 정부 정무·홍보수석을 지내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것은 물론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적극 표현해왔다”며 “그런 이 대표가 최씨를 몰랐을 리도, 최씨의 국정농단을 몰랐을 리도 없다. 대통령이 아닌 최씨의 복심이었는지 진실을 밝혀라”라고 공격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대표는 결국 정면 돌파를 택했는데, 그는 이날 새누리당사에서 가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를 대통령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 관련 있는 사람들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수사와 처벌을 해야 한다는 점,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을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당 대표인 저는 오늘부터 당사에서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상주하면서 사태 수습을 지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오히려 이번 사태의 수습하는 데 있어 자신이 선봉을 맡음으로써 ‘공당 대표가 아닌 청와대 비서’란 당내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청와대를 개편할 인사 쇄신 건의조차 친박계 지도부가 주도해 박 대통령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면서도 당내 주도권은 비박계에 결코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특히 당 지도부는 자칫 이번에 친박계가 주도권을 잃었다가는 그저 청와대 비서진 사퇴로 그치는 게 아니라 비박계 일각의 ‘박 대통령 탈당 요구’에까지 본의 아니게 힘을 실어주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나경원 의원은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와 관련해 “결국 그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확실시했고, 같은 당 김용태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대통령 스스로 (탈당을)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탈당이 대통령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덧붙여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압박한 바 있다.
 
◆ 野, ‘비서진 경질’ 넘어 ‘朴 대통령’ 탄핵 주장까지
 
이렇게 여당조차 청와대 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인 야권은 이를 계기로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야권에선 청와대 비서진 사퇴 수준으로 수습에 나서려는 여당에 비해 대통령 탄핵, 하야 등 훨씬 강도 높은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 다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이를 주도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오히려 역풍을 맞았던 적이 있었던 만큼 이를 의식해 ‘탄핵, 하야’ 등의 자극적 주장은 공식적 입장이 아닌 당내 일부 인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열린 긴급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이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일단 “어제 포털 검색어 1, 2위에 하야와 탄핵이 있었는데 의원들도 여론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섞어 말한 분들이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변인은 “(탄핵이나 하야 주장이) 국민 여론과 다르지 않다”며 “저희가 언급하지 않은 단어에 대해선 조심스럽지만 변화하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탄핵이나 하야를 요구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26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같은 당 소속의 대권잠룡인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이날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 “저는 사퇴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야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국가 권력을 모두 넘기는 게 맞다”며 “계속 버티고 미적거려도 결국 탄핵 국면으로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이 시장은 “야권이 탄핵을 공개적으로 엄중하게 문제 제기하기 좀 망설여졌을 것 같다. 이게 사실이 아닐 경우 역풍이 있지 않느냐”면서도 “지금은 좀 다르다. 야권에서도 마지막 부분, 탄핵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재차 ‘탄핵’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탄핵보다는 스스로 하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정리하는 게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고도 말해 부득이 탄핵을 강행하기 전에 박 대통령 스스로 물러날 것을 종용했다.
 
반면 국민의당에선 탄핵과 관련해 공식적 입장은 내놓고 있지 않지만,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일단 진상 규명이 먼저다. 특검과 국정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탄핵은 국가적인 위기이자 비극이다. 그만큼 최후 수단”이라고 말해 민주당보다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정의당에서도 심상정 대표가 이날 “헌법 65조에는 대통령이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국회가 탄핵을 의결할 수 있고, 어제 대통령도 (의혹을)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서도 “탄핵의 실효성에 대해선 우리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같은 당 노회찬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지금 박 대통령은 미국 닉슨 전 대통령이 어떻게 탄핵에 직면해서 하야해야 했는지 면밀히 복기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우선 ‘탄핵’보다는 “대통령은 헌법상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아 수사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대통령을 수사대상으로 포함한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무소속 의원들은 정당이 없어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힘든 특성 때문인지 기자회견까지 열고 강경한 주장을 펼쳤는데, 김종훈, 윤종오 의원은 이날 오후 회견에서 “지금의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특검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은 조건 없이 하야해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안은 명백히 탄핵 사안”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처럼 야권에서 역풍을 우려해 신중론을 주류 입장으로 내놓으면서도 여론을 의식해 탄핵이나 하야를 요구할 가능성은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아 향후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내놓을 입장에 따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문책 수위를 놓고 여야가 또 다시 정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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