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 세탁하기 위한 ‘꼼수’ 지적

▲ 전경련은 대기업 문건이 공개된 직후 다음날 30일 미르재단을 해산하고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지난해 10월 26일 한류문화 확산을 통해 창조경제 이바지한다는 목표로 간판을 내걸었던 미르재단이 출범한지 1년도 안돼서 간판을 내리게 됐다.

전경련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재단은 최근 청와대 비선 실세가 재단설립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 주연 전경련이 조연 역할을 했다는 야당 공세로 수세에 몰리게 됐다. 게다가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재단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기업으로부터 출연모금을 주도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검찰 고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수사에 직면한 상태다. 이외에도 정치권이 이 문제를 놓고 국정감사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등 정국이 ‘미르재단 게이트’사건에 요동치고 있다.

문제는 미르재단 게이트에 전경련이 중심에 서있고 그 위에 청와대가 주관한 대기업 문건이 나오면서 모든 초점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전경련은 대기업 문건이 공개된 직후 다음날 30일 미르재단을 해산하고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전경련이 지난해 미르재단 설립에 있어 속전속결로 진행한 것은 물론 재단 관련 의혹이 커지자 재단을 해산하는데 곧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보인다.

◆10,26 미르재단 설립 등기 의혹
설립부터 해산까지 그 과정을 살펴보면 미르재단 설립이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법인 설립 허가되기도 전에 재단 등기 서류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과 출연 모금 과정에서 전경련이 18개 그룹 50여명 임직원들에게 소집령을 내려 정관과 회의록에 도장을 찍는 등 재단 설립 과정이 급하게 돌아간 것.
▲ 미르재단 관련 주요 문서를 입수하고 발표하겠다고 알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시사포커스DB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허가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 10월 27일 10시 20분 재단 설립 허가 통보 결재를 마쳤다. 그런데 미르재단은 이보다 15분 앞선 10시 5분에 법인설립등기신청서를 등기소에 제출했다. 그리고 접수된 날 오후 4시23분에 완료됐다.

통상 법인이 설립되려면 주무관청으로부터 설립 허가증이 발급되면 수령한 후 설립등기 절차를 거친다. 30일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미르재단 등기관련 기자회견에서 “재단설립에는 10월 27일 오전에 설립 허가하는데 허가증을 즉시 교부하지 않고 별송으로 돼 있고, 설립등기 당시 적법하게 등기소에 제출했는지 의문이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 이유로 송 의원은 “법인설립허가 관련 K스포츠엔 신청당시 원본 제출하고 확인하고 반환했다 표시가 돼있지만 미르법인설립 허가에는 원본반환 표시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미르재단은 법인설립 등기가 마치기 전 오후 2시에 재단 현판식을 열었다. 일반 재단설립 과정에선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이지 않는 힘’이 개입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설립부터 해산까지 분주한 전경련
이 과정에서 전경련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한겨레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전경련 사회본부가 18개 그룹 임직원 50명이 10월 26일 팔레스 호텔에 모이기 하루 전 한 기업도 빠짐없이 재단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들고 다음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에 위치한 팔레스호텔로 나오라는 메일을 보냈다.
▲ 미르재단 설립과정에서 18개 그룹에 재단 설립 관련 서류를 구비하고 나오라고 메일을 보낸 전경련 사진/시사포커스DB

다음날 18개 그룹 임직원들은 법인 소유 인감을 소지한 채 팔스레 호텔에 모여 회의도 하지 않은 회의록과 정관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문체부 직원이 서류를 받고 8시 7분 문체부 문서등록 시스템 ‘나로’에 미르 법인허가 설립 신청서를 올리고 8시 10분에 문체부 본부에서 사무관의 결제가 이뤄졌다.

26일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기 위해 법인 설립 허가에 있어 구비 서류 중 정관과 회의록에 모금을 출연하는 그룹의 인감이 찍힌 구비 서류를 갖추고자 서둘러 일을 진행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미르재단은 이렇게 탄생하게 됐지만 1년여 동안 별다른 성과 없이 운영됐다. 대기업들은 80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출연해 전달했지만 운영과 관련에 문제 삼은 것도 없이 사실상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순실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개입됐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 개입설까지 작금의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 23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에 대한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회원사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내가 안을 내 설립된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는 문화체육 분야에서 기업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용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로 모든 의혹이 집중되자 30일 전경련은 미르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하고 통합재단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해산과 통합 재단 설립과정에서 기존 미르재단 자료와 컴퓨터에 담긴 서류 등을 모두 폐기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고 이후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증거자료를 남기지 않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재단이 되면 사무실은 폐쇄된다. 전경련은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긴다고 밝힌 만큼 새롭게 모든 물품들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전경련이 갑작스런 해산발표와 통합재단 설립에 대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남김없이 세탁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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