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재정비 나선 與, 丁 의장 ‘訪美 일정’ 의혹 제기로 역공

▲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 새누리당 조원진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해 "지난 미국 출장에서 개인일정에 대한 '일탈' 관련 제보가 있다"고 폭로전을 예고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하루 전까지도 국감 복귀와 보이콧 지속을 놓고 우왕좌왕 행보를 보였던 새누리당이 29일 공세 재개로 방향을 다잡고 전열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당론과 별개로 소속 의원인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이날 끝내 국감에 복귀한 것은 물론 일부 비박계 의원들까지 한 목소리로 다음 주를 국감 복귀 시한으로 제시해 이래저래 촉박해진 당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졌는데, 의정 보이콧·단식 농성 등 강력한 압박 카드를 초반에 소진해버려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패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이날 새누리당은 지난번 방미 일정 중 정세균 의장의 일부 행보와 관련해 ‘선거법 위반’과 ‘개인 일탈’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그간 야당의 전매특허로 여겨지던 ‘의혹 제기·폭로’ 전략까지 구사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따라 김재수 장관 의혹으로 촉발됐던 이번 사태가 ‘정 의장 개인 의혹’에 대한 진위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 내부분열 조짐에 다급해진 與, ‘폭로전’ 돌입
 
연일 계속된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일말의 타협 여지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내 비박계에선 국감 복귀를 촉구하면서 일견 새누리당은 내우외환에 처한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오전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조원진 최고위원이 국감 복귀 시 징계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측 상임위원장 중 처음으로 의정에 복귀해 국방위 국정감사를 개의했으며 이에 발맞춰 김무성 전 대표, 나경원, 유승민, 정병국, 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의원 23명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약 1시간동안 긴급회의를 열고 조속한 국감 복귀를 당 지도부에 요청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나 의원은 “우리가 당론이나 투쟁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건 아니지만 집권 여당인데 길거리 야당 같은 모습의 투쟁은 안 된다”라며 “국감이 적어도 다음 주에는 정상화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얘기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는데, 이는 적어도 이번 주 내에 당 지도부가 어떤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비박계 이탈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강경 투쟁 노선을 지속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인지 다급해진 당 지도부는 현재의 대야 강경 투쟁을 정당화하며 내부 결집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정 의장에 대한 압박 강도는 이전보다 한층 높이는 전략을 동시에 펼쳤다.
일단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유권자 1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번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를 인용해 “며칠 사이 새누리당 지지도는 오르고 민주당 지지도는 추락했다. 우리가 옳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인용한 조사내용에선 새누리당이 하락세를 보이던 지난주와 달리 이른바 ‘해임안 정국’ 기간 동안 4.0%P 오른 34.1%를 기록하며 지지율이 급반등한 데 반해 전주 오랜만에 새누리당과 정당 지지율 타이를 이뤘던 더불어민주당은 1.6%P 떨어지며 오차 범위 밖으로 새누리당과의 격차가 벌어졌고 국민의당도 0.9%P 하락해 지난 2주 동안의 상승세가 꺾이는 등 여당이 여소야대를 극복하고 완전한 반전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정 원내대표는 “연일 계속되는 우리의 투쟁은 의회주의를 바로 세우고, 국회법과 헌법을 바로세우기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라고 다시 분위기를 돋우는 한편 이견을 보여 온 비박계를 향해서도 “어제 제가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을 주체 못하고 나경원, 하태경 의원에게 다소 거친 표현을 쓴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서둘러 갈등 봉합에 나섰다.
 
반면 정 의장을 향해선 조원진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부터 일찌감치 “(정 의장이) 국회 돈을 갖고 지역구에 여러 사항들을 소화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있다”며 폭로전에 나설 것을 예고했는데, 이 같은 압박이 허언이 아니란 걸 증명하려는듯 같은 날 오후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이 방미 일정을 하며 뉴욕과 워싱턴에서 각각 교민간담회를 했는데 국회의장 자격으로 만든 시계를 각각 200개 정도 뿌린 것으로 제보받았다”고 공개했다.
 
김 수석은 이어 “선거법 위반이 딱 떠오르지 않나. 과연 이 시계가 사비로 만들어진 건지, 사비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법률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정세균 의원은 해명하라”라고 정 의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김 수석은 방미 일정 중 정 의장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데 대해서도 “애초 계획단계에선 없던 일정”이라며 “샌프란시스코에 정 의원 딸이 사는 걸로 회자되고 있는데, 지금 관련 자료를 요청했음에도 아직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해 정 의장이 공적인 방미 일정 중 ‘개인일정’을 진행했다는 식의 의혹을 내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수석은 미국 방문 중 정 의장의 부인이 동행한 점과 심지어 그 부인이 앉았던 비행기 좌석까지 문제 삼았는데 “이번 일정에 정 의원 부인이 동행을 했는데 3당 원내대표들은 비즈니스석을 타고 정 의원과 부인은 일등석을 탔다”며 “일정을 소화하는 원내대표들은 비즈니스를 탔는데, 어떤 공식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정 의원의 부인은 일등석을 타게 됐나”라고 지적했다.
 
◆ 丁 의장 측, ‘법적대응 검토’ 맞불…野도 공동대응

그간 여당의 계속된 공세에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천명해온 정 의장은 상황이 진위공방으로 흘러가자 더는 좌시할 수 없었는지 적극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정 의장 측은 이날 오전 조원진 최고위원이 ‘비위 사실 제보’을 거론한 직후 조 최고위원을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하기 위한 실무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을 배출한 민주당도 추미애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누리당의 의장에 대한 모욕과 비방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국회의장에 대한 명예훼손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우리 당도 법적대응 등 엄중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즉각 지원에 나섰다.
 
이를 보여주듯 추 대표는 이날 오후 곧바로 최고위를 열어 여당의 정 의장 비방 공세와 김재수 장관 해임안 정국 내내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일으킨 불법, 탈법적 행위들에 대해 법적 대응에 들어가기로 의결하고, 금태섭 대변인의 최고위 브리핑을 통해 “24일 김재수 해임건의안 처리 당시 본회의 과정에서의 새누리당의 폭언, 막말, 의사진행 방해 또 국감 파행 과정에서의 감금, 불법집회, 근거 없는 비방 등 수많은 법 위반 행위가 있다”고 여당에 반격을 가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배수진을 쳤다는 각오 때문인지 야권의 공세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정 의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는데, 김정재 원내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은 며칠 전 국회사무처를 통해 정 의장의 방미일정 관련 의혹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는데 국회사무처는 묵묵부답”이라며 “날치기 폭거 하수인, 정세균 의장 의혹 관련 자료를 유독 봉인하려는 건 특권적 반칙행위”라고 정 의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대변인은 “논란과 의혹이 있으면 자료제출을 통해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라며 “이번 방미의혹에 대한 즉각적인 자료제출과 해명 없이는 내달 3일 출국은 절대 안 된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당초 정 의장은 이날부터 뉴질랜드 하원의장의 초청으로 의원외교 차 출국이 예정됐었지만 국회 공전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뉴질랜드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내달 5일 예정된 믹타 회의 참석차 3일로 해외출장 일정을 연기한 바 있는데, 새누리당은 비장의 패를 꺼내 모처럼 기회를 잡은 상황에서 정 의장이 해외일정을 이유로 빠져나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선지 새누리당에선 재선의원 37명이 조를 편성해 이날부터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앞에서 밤샘시위에 들어갔는데, 앞서 이날 오전 정 의장 공관을 항의 방문했지만 정 의장이 이미 공관에 없어 만나지 못한 점을 의식한 듯 이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30분까지 3개조로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단식 중인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한 정진석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 의장과 야권을 겨냥 “그쪽이 죽든 내가 죽든 끝장을 볼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자당 내 일부에서 중재안으로 내비쳤던 ‘유감 표명’까지 정 의장이 거부하면서 대치 정국을 해소할 출구마저 봉쇄했다는 데에 크게 분개하고 있는데, 이미 시작된 ‘치킨 게임’인 만큼 이제는 어느 한 쪽이 두 손을 드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분위기다.
 
이런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주듯 전날 국감 복귀를 권유했다가 의원들의 반대로 입장을 번복한 이정현 대표 역시 이날 나흘째 단식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정 의장을 앞세운 야권을 겨냥 “정말 그쪽이 죽든지 내가 죽든지 끝장을 볼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여야가 ‘외나무다리 대결’ 구도로 치달으면서 이번 사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향후 후유증으로 어느 한 쪽이 큰 내상을 입는 것은 이제 불가피해 보여 정 의장을 둘러싼 의혹의 진위 여부가 양측의 운명을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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