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참여’ 표한 김영우에 당황한 與, 감금까지 단행

▲ 새누리당 의원인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27일 국방위 출석을 막는 같은 당 동료의원들로 인해 국방위원장실에 사실상 감금 당했다.(홀로 앉아있는 의원이 김 위원장)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조건으로 무기한 농성을 예고했던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에 들어간 지 불과 이틀 만에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의원이 국감에 참여하겠다고 나오는 등 벌써부터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이정현 대표가 하고 있는 단식투쟁의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강경한 입장을 관철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보니 당내에서도 뜻밖의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 의원들은 급한 대로 김 의원을 감금해 이날 국방위 참석은 결국 막아냈지만 김 의원이 감금이 풀린 뒤에도 내일부터는 꼭 국감장에 나가겠다며 끝내 의사를 굽히지 않아 초반부터 단일대오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김 의원과 같은 비박계인 이혜훈 의원까지 김재수 농림장관이 국정에 부담주지 말고 일찌감치 사퇴했어야 했다며 이날 야당과 같은 논조의 발언을 내놓는 등 당 입장과는 다른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어 당초 여당이 예고한 대로 장기전까지 감안한 ‘무기한’ 대치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초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성과도 없이 이번 국면이 마무리된다면 이후에도 갈등 사안마다 야권에 끌려갈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미 내놓은 초강수를 쉬이 거두어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막상 배수진을 쳤지만 예상치 못한 당내 일부의 이탈 움직임으로 도리어 진퇴양난에 빠져버린 여당이 이제 어떤 수를 내놓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김영우 ‘국방위 참석’ 의사에 與野 표정 엇갈려
 
여야는 국감 이틀째인 27일도 처음엔 예상대로 한 치의 양보 없이 대치를 이어갔는데, 새누리당을 어떻게든 국감장으로 복귀시키려는 야권은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까지 사회권을 넘겨받아 야당 단독으로라도 국감을 진행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심지어 국민의당의 경우 새누리당이 계속 국감 보이콧으로 정상적인 진행을 어렵게 한다면 상시 청문회법을 재추진하겠다고 압박 강도를 높이기도 했는데, 이런 공세에도 새누리당은 꿈쩍 않은 채 이날 오전부터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소속 의원들이 단체로 국회의장 집무실 앞에 앉아 연좌농성을 벌이면서 정 의장에 사퇴 압박을 계속 가하는 등 강경 행보를 이어갔다.
 
또 새누리당은 민주당과 직접 대치하기보다는 정 의장 못지않게 해임건의안 통과에 ‘캐스팅 보트’로서 상당한 역할을 했던 국민의당에도 화살을 집중했는데, 이를 놓고 여소야대를 허물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들을 먼저 공략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팽팽히 지속되던 양측의 신경전은 전혀 짐작도 못한 돌발 변수의 등장으로 균형추가 기울기 시작했는데,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돌연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저는 오늘 오후부터 국정감사에 임하기로 했다”고 국감 참여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본래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 의원은 자신이 갑자기 국감 참여를 선언하게 된 이유에 대해 “국정감사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밝힌 데 이어 “어제 밤에 국토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동해상에서 헬기훈련 중이던 조종사와 승무원 세 명이 헬기추락으로 생사를 알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국감 참석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다만 자신의 행동이 여야의 대치국면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를 분명히 의식했는지 “정세균 의장 사퇴를 위해 분투하시는 모든 의원님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이건 저의 소영웅주의가 아니다. 제 양심과 소신이 시키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저 기본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부디 진정성을 양해해 줄 것을 당에 호소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충격을 받은 분위기인데, 즉각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최고위를 열었던 여당 지도부는 회의 직후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여당 국방위원들은 물론 김 의원과 가까운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 인사들까지 모두 나서 김 의원 설득에 나섰다고 전했다.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장실에서 당의 국감 보이콧 방침을 깨고 국정감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새누리당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을 김무성 전 대표가 찾아와 설득했으나 끝내 실패한 뒤 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특히 이날 최고위에선 유일한 비박계 최고위원이자 김 의원과 가까운 강석호 최고위원조차 “당론에서 정하기 전에 (국감 참여 의사를 밝혔어야) 한다”며 김 의원의 결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을 만큼 야권을 겨냥한 단일대오가 자칫 이번 사태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새누리당이 국회 파행을 장기화할 경우 ‘김재수 해임안 처리’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블랙홀이 되어 야권이 국감을 통해 본격적으로 다루려던 미르재단 의혹,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의 주요 안건이 별 다른 조명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안고 있던 야권에선 생각지 않은 사태 해결의 열쇠가 등장한 데 대해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김 의원을 시작으로 새누리당 의원들 중 일부가 개개 의사에 따라 보이콧 움직임에서 이탈해 국감장으로 돌아올 경우 여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크게 손상을 입는 것은 물론 이들이 이끌던 대야 공세가 쉽게 와해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그래선지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즉각 원내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내고 ‘경의’, ‘존경’ 등 김 의원에 극찬을 보내며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을 철회해야 한다고 한층 압박하고 나섰다.
 
이처럼 여야 양측이 뜻밖의 변수에 반응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원인제공자인 김 의원은 2시간 가까운 여당 의원들의 설득에도 요지부동이었는데, 그를 붙잡기 위해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성태 의원, 황영철 의원, 경대수 의원까지 모두 나섰지만 김 의원은 “좀 내버려달라. 매번 개혁, 개혁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번복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 다급한 與, 김영우 설득 실패하자 ‘감금’ 강행
 
그러면서 김 의원은 오후 2시부터 합참본부에 대한 국감을 직접 진행하겠다고 야당 국방위 간사들에 통보한 뒤 동료 의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국감 참석을 강행하려 했는데, 끝내 설득에 실패한 김성태, 황영철, 경대수 의원 등은 국방위원장실을 나서려는 김 의원을 막아서고 사실상 감금을 시도했다.
 
결국 자신이 통보했던 국방위 개회 시간인 오후 2시를 넘기고도 나갈 수 없게 되자 김 의원은 국방위원들에게 “제가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 안타깝다”고 문자를 보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감금된 상황임을 알렸다.
 
이에 한 야당 의원실에서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 김 의원이 있는 국방위원장실까지 찾아왔다가 돌아가는 등 온갖 촌극이 벌어진 끝에 김 의원은 갇힌 지 약 3시간 만인 오후 3시 5분경 감금에서 풀려나게 됐다.
 
의사일정을 진행하려는 자당 의원을 감금까지 해가며 강제로 막았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일어날 수도 있는 만큼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시도였지만 이날 김 의원의 국방위 참석이 일단 저지되면서 어떻게든 한 목소리를 내려던 새누리당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제2의 김영우 사태’를 막기 위해 새누리당은 빠르게 집안단속에 들어갔는데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마무리 의총에서 “우리가 지금 벌이고 있는 이 싸움은 그냥 쉽게 넘어갈 그런 사안이 아니다. 헌법과 국회법 그리고 의회 민주주의란 절대가치를 지키는 싸움”이라며 “힘들지만 우리가 그토록 지켜야 하는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강력한 단일대오를 지켜주길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원내대표는 이날 돌발변수가 됐던 김 의원을 겨냥해서도 “집권당 대표가 곡기를 끊은 엄중한 상황”이라며 “하고 싶은 말도 많겠지만 우리는 당이고 조직이다. 김 위원장에게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고 아쉬운 점이 있지만 오늘은 말하지 않겠다”고 에둘러 경고를 보냈다.
 
그렇지만 김 의원은 이미 이날 감금에서 풀려난 직후 “의회민주주의를 지킨다고 하면서 의회민주주의 자체를 걷어찰 수는 없다는 게 제 소신”이라며 “앞으로 계속 (국감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해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과 같은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혜훈 의원도 이날 P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여야 대치의 원인이 된 김재수 농림부장관에 대해 “SNS에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평지풍파를 일으킨 분이라면 자질에 여러 문제제기가 될 만하다”며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말고 사퇴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야권의 주장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등 여당의 대야 투쟁에 균열이 확산되고 있어 이렇듯 내부정리가 되지 않은 채 대치를 장기화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흔들리는 분위기를 다잡을 계기로 이날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하며 강공을 이어가고자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하려는 정 의장에 대한 징계안 역시 위원회 내에 야당 의원이 더 많은 관계로 새누리당이 ‘판 뒤집기’를 할 수 있을 카드로는 이마저도 마땅치 않아 이래저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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