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주류에 ‘공 넘어가’…대선 경선 형태 따라 ‘제3지대’ 태동 여부 갈릴 듯

▲ 새누리당과 더민주 지도부가 전대 결과, 주류 계파에 의해 완전히 장악되면서 최근‘제3지대’성사 가능성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구심점이 될 손학규 전 상임고문를 비롯한 일부 원외 인사들의 행보에 기성정당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7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상대로 ‘친문(친문재인계) 잔치’로 끝나면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란 거대 양당이 각각 친박·친문이란 주류 계파가 주도하는 양상으로 수렴되는 가운데 그간 일각에서 제기되어온 ‘제3지대론’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더민주까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당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 선거조차 주류 계파의 압승으로 귀결됨에 따라 당내에서 설 곳을 잃은 비주류 세력은 존재감을 잃은 채 각자도생에 나서야 할 처지에 이르렀는데, 이 때문에 ‘특정 계파 독점’ 양상으로 흐를 경우 소속정당을 막론하고 각 당 비주류 세력이 함께 모여 또 다른 세력을 이루게 될 것이란 주장이 ‘제3지대론’의 요지다.
 
반면 제3지대론에 대해 정작 가장 경계하고 있는 쪽은 국민의당인데, 여전히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세력이 출현할 경우 원내 제3당으로서의 입지마저 내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 때문에 누구보다도 ‘제3지대’를 형성할 만한 비주류 인사들에 대한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성정당의 우려와 달리 ‘제3지대’가 형성되기엔 아직 현실적 제약이 많다며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아 그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與野 주류, ‘제3지대론’ 한 목소리 견제
 
새누리당과 더민주 모두 강경 주류 계파가 주도권을 쥐면서 ‘협치’보다 ‘충돌’로 흐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이를 경계하는 차원에서 일종의 대안 세력으로서 ‘제3지대’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기성정당들은 정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새 세력의 등장 자체를 마뜩찮게 생각하고 있어 주류 계파를 중심으로 ‘제3지대론’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신박’으로 불리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비주류가 이탈한다고 해도 큰 힘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제3지대론’과 관련, “제3지대의 태생, 태동 가능성은 잠재돼 있다고 본다. 제3지대에 있는 정치 세력들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것인가에 따라 그 힘이 얼마나 실릴지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많은 후보군이 치열하게 경쟁해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이 전개된다면 (당내) 비주류의 이탈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3당 체제로 가는 상황에서 대선에선 결국 대통령 후보 중심으로,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정당이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고정 지지층이 확실한 기성 정당에 비해 제3지대는 그 특성상 지지층의 성향이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유동적이다보니 조직력도 떨어지는 만큼 당 비주류의 이탈 여부와 관계없이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자신감은 친박계가 지지하는 대선후보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한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 ‘제3지대’를 이뤄내고자 원외에서 준비 중인 정의화, 이재오 등 여권 출신 전 의원들도 여전히 별 다른 영향력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거대 정당인 더민주 역시 제3지대 정계개편설에 대해 같은 날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는데 전해철 더민주 신임 최고위원은 원 의원이 출연한 MBC라디오 방송을 통해 “일단 현재 추미애 대표를 포함한 더민주 지도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필요한 것이 통합과 단결”이라며 “더민주에서 이탈이 있어서 제3지대 개편이나 3지대를 만드는 것들은 현재 별로 상정하고 있지 않고 또 혹시라도 그럴 가능성에 대해선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전 최고위원은 “당의 많은 구성원들과 함께 한다면 지금 이야기하는 비주류나 그런 분들의 문제제기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며 “제3지대 개편 등 이야기들은 정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국민들이 염원하는 대선 승리 정권 교체에도 적절하지 않다”고 거듭 ‘제3지대론’에 부정적 반응을 드러냈다.
 
◆ 국민의당 “우리가 제3지대”…새 세력 등장 경계
 
이런 와중에 국민의당은 아예 제3지대는 국민의당이라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세력의 등장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는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양당의 폐해, 양극화된 현상을 봤기 때문에 지난 총선 민의로 제3당의 지지를 받았다”며 “여기가 곧 제3지대다. 제3당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28일에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최근 정계복귀를 앞둔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의 회동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요즘 거론하는 제3지대론은 국민의당이라고 HQ(손 전 고문)에게 제가 강조했다”고 전한 바 있다.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이 ‘제3지대론’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일각에선 당은 물론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조차 뚜렷한 상승세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3지대’의 등장으로 기존의 입지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강한 압박감이 작용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제3지대’를 이뤄낼 만한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손 전 고문을 영입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데, 박 위원장이 굳이 손 전 고문과의 회동 내용을 일부 공개한 이유도 ‘제3지대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 풀이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엔 박 위원장 뿐 아니라 대선주자인 안 전 대표까지 적극 나서고 있는데, 그는 지난 28일 광주지역 한 식당에서 열린 광주·전남 지역기자단 오찬에서 ‘제3지대론’에 대해 “총선 민심이 저희를 깨워주셨는데 그걸 스스로 부정하는 건 민심에 반하는 것”이라며 “총선 결과는 국민의당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라는 명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안 전 대표는 거대 양당이 특정 계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제3지대론’이 거론된 상황을 의식했는지 “지난 대선은 양극단 간 대결이었지만 다음 대선은 양극단 대 합리적 개혁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그 합리적 개혁세력은 ‘제3지대’가 아닌 ‘국민의당’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인지 그는 손 전 고문 등을 비롯한 외부 영입 인사와 함께 대선 경선을 치르겠다는 견해를 피력했는데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라 증명해보이며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 그 길만 있다”고 못 박았다.
 
◆ 야권발 ‘제3지대’ 성사, 친문 지도부와 손학규 행보 관건
 
이처럼 국민의당이 ‘제3지대론’을 차단하기 위해 손 전 고문 영입에 사활을 거는 반면 더민주의 손 전 고문을 향한 구애는 그 방향성이 약간 다른데,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에서 비대위원을 지냈던 양승조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에 나와 “손 전 대표는 이미 (더민주에서) 당 대표를 2번이나 지내셨고, 대선에도 2번이나 나오셨다”며 “정권교체를 이룰 가능성이 큰 더민주에서 공정한 경선을 치르는 게 가장 합리적이지 않나”라고 더민주 복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친문’ 일색인 당 지도부를 겨냥해선 “만약 어떤 수권정당의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고 외연이 확장될 가능성이 없다면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지난 13일 김 전 비대위 대표가 손 전 고문과 극비리에 회동한 바 있어 ‘친문’ 지도부에 실망한 김 전 대표가 향후 당이 일방적으로 비주류를 배제한 채 운영될 경우 손 전 고문과 함께 ‘제3지대’를 이룰 여지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손 전 고문에 대한 양 의원의 러브콜은 더민주와의 대권 경쟁이 불가피한 국민의당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민주 비주류가 향후 주류 지도부의 일방적 행보에 반발해 탈당할 경우 퇴로로 남겨 둘 ‘제3지대’의 수립 가능성마저 손 전 고문의 국민의당 입당으로 인해 사전 차단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로 관측된다.
 
▲ 이개호 더민주 의원은 29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지금 당 지도부가 특정 계파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렇게 흐름을 잡아가고 대세론으로 잡아간다면 제3지대론이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특히 김 전 대표 체제 하에서 비대위원을 지냈으면서도 손 전 고문과도 가까운 이개호 더민주 의원은 이런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는데, 그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지금 당 지도부가 특정 계파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렇게 흐름을 잡아가고 대세론으로 잡아간다면 제3지대론이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설 수 있다”며 “그 중심에 있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분이 손학규 전 대표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한 대선관리가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손 대표께선 현재 당적을 가지고 계신 더민주 당원이기 때문에 정계복귀하면 본인 고향으로 돌아오는 게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염려하는 건 그 분이 정계복귀하는 이유는 대선 출마 아니겠냐. 기대대로 되지 않으면 언제든 제3지대론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더민주 주류를 압박했다.
 
한편 이들의 바람대로 손 전 고문은 지난 27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의 회동을 앞두고도 기자들에게 “아직까지 (더민주) 당원”이라고 답했었지만 당일 치러진 더민주 전대에서 끝내 친문 일색으로 지도부가 구성된 이후로 아직 별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어 그가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는 이제 ‘통합’을 외친 더민주의 추미애 대표 체제의 진정성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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