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문, 전면 나설 듯…좌경화 강해져 與와도 충돌 심화 우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 된 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추미애 당 대표 후보가 27일 김상곤·이종걸 후보를 큰 격차로 제치고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추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54.03%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보이며 22.08%의 김상곤 후보와 23.89%를 얻은 이종걸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야당 사상 첫 TK(대구·경북) 지역 출신 여성 대표라는 새 기록을 썼다.
 
이는 앞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된 점과 더불어 이번 영남 출신 야당 여성 대표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는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비쳐지고 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추 후보가 압승할 수 있었던 주요 비결은 권리당원 선거에서 61.66%의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친노와 친문의 집중적인 지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향후 친문 일변도로 흐르면서 현재 당의 기조보다 한층 좌편향된 행보를 보일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그간 비주류 김종인 체제를 내세우고 표면상 2선으로 물러나 있던 강성 친노·친문 인사들이 이번 전대 이후 전면에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은데, 여야 간 추경 합의 등으로 협치의 물꼬를 틔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쟁이 다시 심화되는 것 아니냐면서 일부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친문 일색’ 지도부 탄생 속 秋 첫 일성은 ‘통합’ 
 
이처럼 사실상 문재인 체제나 다름없다는 평이 나오듯 이날 전대에 등장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향해 더민주 당원들은 전당대회장이 떠나갈 정도로 환호성을 보내며 적극 지지를 표명했는데, 문 전 대표 역시 투표를 마친 뒤 “새 지도부가 당을 잘 통합해 대선승리까지 잘 이끌어 주길 부탁한다”고 차기 당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추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당내 계파 갈등을 의식한 듯 “이제는 주류·비주류, 친문·비문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낙선한 김상곤·이종걸 후보를 향해서도 “우리 당이 정권교체의 디딤돌과 울타리 정당이 되는 데 두 분이 역할을 해 줄 것이라 믿는다”며 협력을 호소했다.
 
이 같은 추 의원의 발언에 2위로 낙선한 이 후보와 최하위를 기록한 김 후보도 각자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일단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보였다.
 
추 의원은 앞서 있었던 신임 대표 수락연설에서도 이들 두 낙선 후보는 물론 일찍이 컷오프됐던 송영길 후보까지 언급하면서 대선승리를 위해 모두 뭉칠 것을 역설했는데, 앞으로 결별해야 할 분열, 패배주의, 낡은 정치 중 ‘분열’을 가장 먼저 거론했을 정도로 통합을 강조했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이날 연설에서 그가 공정한 대선 경선을 준비하겠다며 일일이 거명한 대선후보군 중 정계복귀 시 향방을 놓고 분명한 입장을 표하지 않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인데, 아직 더민주 당적을 손 전 고문이 유지하고 있는 만큼 속히 돌아와서 ‘더민주 통합’에 힘을 실어달라고 우회적으로 호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전 고문은 이날 자신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박지원 국민의당 위원장과 예정대로 전남 강진에서 회동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번 더민주 전대 결과에 대해서 박 비대위원장을 통해 전해들은 그는 일단 추 의원의 당선에 대해 “축하한다. 당을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혔으나 그 외엔 더민주 전대와 관련해 그 어떤 발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추미애 체제’에 새누리 ‘원론적 반응’ - 국민의당 ‘비난’ 대조

이런 가운데 각 당은 즉각 추 후보 당선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는데 새누리당은 이날 김현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추 대표 체제가 어머니 같은 섬세한 자세로 정쟁보다 민생경제를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 ‘민생 야당’으로 국회에 임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경제살리기와 국가안보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보다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새누리당 당 대표를 끝내 ‘친박계’가 취한 데 이어 더민주조차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가 대표로 오른 점을 꼬집어 “새누리당이나 더민주 모두 과거에 묶여 계파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비판적 반응을 내놨다.
 
흥미로운 점은 국민의당이 이처럼 견제구부터 던지는 모습을 드러낸 데 반해 대선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호남 순회 도중 추 의원의 대표직 당선 소식을 접하자 “선출을 축하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발언을 해 크게 대비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같은 날 추 의원의 당선 소식을 접하기 이전인 전남 구례에서는 기자들에게 “지난번 새누리당 전당대회 결과처럼 닮은 꼴, 복사판이 되지 않기 바란다”며 사실상 친문계에 일침을 가한 바 있어 당선자 발표 뒤 그가 보인 반응이 형식적 차원의 덕담일 뿐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최고위원도 ‘친노·친문’ 장악…‘무력화’된 비주류, 다른 길 찾을까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과 권역별 지역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시사포커스 / 원명국 기자

한편 이날 선출된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여성·청년·노인 부문별 최고위원에는 양향자·김병관·송현섭 후보가 각각 당선됐고, 권역별 최고위원은 김영주(서울·제주), 전해철(경기·인천), 최인호(영남) 의원과 김춘진 전 의원(호남), 심기준 강원도당위원장(충청·강원)이 맡게 됐다.
 
이들 중 최인호·전해철 최고위원은 친문재인계 내 핵심인사로 알려져 왔으며 양향자 여성 최고위원 역시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이고, 김병관 최고위원도 ‘문재인 키즈’로 꼽히고 있어 사실상 최고위원 역시 대체로 친문계가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전대를 통해 사실상 절대열세임을 재확인한 더민주 내 비주류가 추 대표 체제 출범을 기점으로 완전히 몰락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런 암울한 전망을 예견한 듯 이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전대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채 행사장을 떠났다.
 
다만 일각에선 장차 친문 지도부가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당을 운영할 경우 이에 반발한 당내 비주류가 그동안 가능성만 내비쳤던 ‘제3지대’를 모색하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에 나설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키’를 쥐고 있는 ‘추미애 체제’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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