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추경 합의하고도 결과 놓고 신경전 이어

▲ 야권이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와 결부시키며 차일피일 지연되어온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25일 결국 우선 처리키로 합의된 것과 관련해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야권이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와 결부시키며 차일피일 지연되어온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25일 결국 우선 처리키로 합의된 것과 관련해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거대 양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기 싸움을 벌여왔던 추경 처리와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는 국민의당이 ‘경제 우선’ 논리를 내세워 새누리당 쪽에 힘을 실어주면서 사실상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래선지 합의 뒤에도 양당의 표정은 크게 엇갈렸는데, 추경 합의로 큰 고비를 넘긴 새누리당은 만면에 웃음을 띤 반면 주요 현안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던 더민주는 여소야대 상황임에도 여당에 승기를 빼앗긴 게 못내 분한 듯 중대 시점에 돌아섰던 국민의당을 향해 뒤늦은 비난만 퍼붓는 실정이다.
 
이번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입지 확대를 노렸던 국민의당은 이런 더민주의 반응에 불쾌감을 표하면서도 경제 살리기를 위해선 부득이했다는 점을 강조해 그간 야당에 대해 ‘대안 없이 발목만 잡는다’는 일각의 시선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더민주 역시 추경 처리를 끝내 무산시킬 경우 향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현재 추경 합의 뒤에도 두 야당이 벌이고 있는 기 싸움은 합의 결과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 야권 내 주도권을 확실히 쥐기 위한 연장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더민주, 국민의당에 “조정자 콤플렉스 그만 벗어라”

 
일단 더민주는 추경 처리에 합의는 했지만 이번에 끝내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하게 된 인사들 중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일부라도 나중에 국회 운영위 등 상임위 활동을 통해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운영위원장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관계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데다 이번처럼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다른 입장을 보이게 될 경우 한층 더 쉽지 않아 이번 추경 합의는 사실상 청문회 증인 출석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여당의 요구가 관철된 ‘새누리당의 판정승’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정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서초구 한 호텔에서 열린 특강 직후 기자들에게 “(전날 합의로) 꿀잠을 잤다”면서 흡족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어차피 야당에서도 추경안 무산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이번 합의가 필연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는 한편 “(야당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지만 백남기 청문회를 새누리당이 양보한 것도 경제살리기란 시급성 때문”이라며 이번 합의 결과가 더민주의 일방적 양보로만 이뤄진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안 그래도 기가 꺾인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이날 기동민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에서 “여당 최고 지도부로서 위신을 지켜주기 바란다. 송구하고 미안한 마음이 먼저여야 하지 않겠나”라며 “청와대와 이정현 대표 눈치만 보다가 페이스북으로 도망치는 것이 여당 원내대표의 처신인가”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더민주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이 국민의당 때문이라 규정하고 국민의당을 향해선 보다 매섭게 독설을 쏟아냈다.
 
기 대변인은 먼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더민주가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느니 ‘추경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국민의당의 성과’라느니 하며 우당을 압박하는 태도가 올바른 것인가”라며 “국민의당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우리가 국민의당에 할 말이 없어서 입 다물고 있었던 게 아니다”라면서 “정권교체를 함께 이뤄야 하는 우당이었기 때문에 많은 언론과 국민의 따가운 질문에도 참고 참았다. 그런데 그 보답이 새누리당과 공조해 우리 당을 압박하는 건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기 대변인은 “되도 않은 조정자 콤플렉스는 그만 벗어라.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야권공조를 허무는 게 호남 민심인가”라며 “야권의 우당으로 남아 공조를 유지할 것인지 회색지대에 남아 새누리당 편을 들 것인지 선택하기 바란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 국민의당 “민생 생각해 차선 선택한 것” 반박
 
이 같은 맹공을 받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국민을 위해서 좋은 방법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는 것”이라며 “제가 돌맹이를 맞겠다고 했다.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감내한다는 듯한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당 차원에서 내놓은 논평은 이보다 대응수위가 한층 높았는데,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더민주를 겨냥해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하루속히 추경합의 이후 당내 후유증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더민주가 물었던 국민의당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오로지 국민이란 점을 밝힌다”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정부여당이 촉구해온 ‘추경 처리’에 협조했다는 점만 부각돼 자칫 야권 지지층이 돌아설 것을 염려했는지 청문회 증인채택이 무산된 일부 인사들에 대한 공세도 펼치는 ‘투 트랙’ 전략을 폈는데,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이번 합의 결과에 따라 증인에서 제외된 최경환 의원을 겨냥 “청문회 출석을 ‘망신주는 것’이라 이해하는 분이 국회의원이 맞나”라고 압박에 나섰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최 의원이 친박 핵심 실세인 점을 꼬집어 “새누리당에선 그 누구도 (최 의원에게) 증인출석 요청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면서 “국회의원이니 안 나와도 되고 대통령의 측근이니 안 나와도 된다는 특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사진)은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 도중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증인에서 빠지게 된 3당 합의 결과를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박 의원의 비난이 여당 내 비박계를 자극했는지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 도중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증인에서 빠지게 된 3당 합의 결과를 강하게 질타했다.
 
우선 정 의원은 야당에 대해선 “핵심(증인)을 다 빼놓고 하자고 하면 청문회의 의도가 뭐냐. 야당에서 실질적으로 서별관 청문회를 한다면 소위 말하는 최·종·택(최경환·안종범·홍기택)이 다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냐고 야당에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여당을 향해서도 “처음부터 청문회를 하자고 했을 때 합의를 해주지 말든지 합의를 해놓고 핵심적인 사람들 때문에 못한다고 하면서 (정작) 중요하다는 추경을 지연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애초에 (서별관 청문회) 이걸 수용한 정부나 여당도 이해가 안 가고 협상 과정을 보면 참 가관”이라고 비판해 사실상 이번 합의 자체를 혹평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여당 내 계파갈등에 불을 붙이는 수준으로까지 불똥이 튀진 않았는데, 이보다는 야권에서 이번 합의 결과를 놓고 좀 더 균열 조짐이 뚜렷이 보이고 있어 더민주 전대를 계기로 당내 주류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국민의당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대선 승리에 있어 야권 통합을 요구해 온 친문재인계 측이 야권 내 맹주는 더민주라고 주장하며 국민의당을 길들이고자 압박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고, 국민의당 역시 자신의 입지를 구축, 확대하기 위해 더민주와의 충돌을 불사할 수도 있어 이런 상황에서 거꾸로 새누리당이 반사이익을 보게 될 여지도 없지 않을 것이라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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